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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서방'의 땅 따먹기, 지켜만 볼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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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서방'의 땅 따먹기, 지켜만 볼건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투자 현황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

중국과의 경제 교역이 증가하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는 규모가 커지고 양상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2010년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의 시행은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상당 부분 기여를 해 왔으나, 성과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 보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방안의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 기간과 규모가 한국보다 앞선 런던을 사례로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런던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부동산의 단순 취득과 지분 투자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총부기지사가 중국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아 복합 금융 지구를 개발한 후, 중국계 회사의 유럽 지사에게 사무실을 판매 혹은 임대한다는 계획으로 개발되고 있는 Asian Business Port(ABP)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다.

즉 자본 조달, 개발, 분양에 이르기 까지 부동산 개발의 일련의 과정들이 중국 자본의 주도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투자 개발 사례는 국내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자본의 특성과 투자 대상에 따른 정책의 세분화가 요구된다. 해외 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은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 자본의 투자 행태를 적절히 유도하고 규제할 수 있는 세분화된 맞춤형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 또한 보다 크고 장기적인 전략 하에서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런던의 ABP 사업이 런던시장의 구체적 비전과 명확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승인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한 번의 소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한 국내의 현실은 오히려 중국 자본의 연속적인 투자를 제한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에서 주도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를 장려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런던의 ABP 개발 사업에서 경제 및 사회적 재생을 포함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중국 자본에 대한 지역 주민의 거부감이 경감되었다는 점은, 중국 자본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내 실정에 적용하여 효과를 볼 부분이 있다. 또한 해외 자본이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의 전환은 국내 기업과 중국 자본과의 합작과 파트너십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에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 (필자)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한-중 간 경제 교류의 증가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 교역국으로 부상하였으며, 향후 양국 간 경제 교류의 규모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거시 경제 흐름 속에서 중국의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중국인의 국내 부동산 소유 규모는 약 12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배경에는 2010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가 있다. 지역 경제 및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는, 현재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를 활용한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유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투자 유치의 규모 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로 인해,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중국 자본의 급증에 따른 한국 사회의 잠식 우려와 지역 주민의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제주도가 중국인 소유가 되어 이제 우리 모두 중국인에게 월세 내고 살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실정이다.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둘러싼 상반된 견해는 문제의 핵심이 중국 자본 유치의 방식 그 자체, 또는 그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있음을 방증한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를 통한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동을 하고 있는지와 그에 따른 효과가 우리가 기대한 만큼 보여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제의 일몰 시기가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은 기존 제도에 대한 단선적인 평가보다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유치와 기대 효과의 극대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방안 마련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 역사와 규모가 한국보다 앞선 런던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기로에 서 있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정책에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특히 부동산의 단순 취득과 지분 투자를 넘어, 중국 자본이 주도적으로 복합 금융 지구를 개발하고 있는 Royal Albert Dock의 Asia Business Port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및 개발 방식의 변화를 이해하고, 국내 정책이 향후 초점을 맞추어 대응해야 될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현황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집계해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최근 5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였다([그림 1]). 2010년 약 15억 달러에 불과했던 투자 규모가 2014년 약 1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추계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에 중국 본토인의 홍콩을 경유한 간접 해외 투자 금액은 제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중국 본토에서 해외 부동산으로 투자되고 있는 규모는 공식적인 통계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여진다.

▲ [그림 1]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연도별, 단위: 10억 달러, 그래프 출처 : Anderlini (2015).

중국 부동산 투자자들이 투자처로 선호하고 있는 지역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영국,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들이며, 도시별로 보게 되면 런던, 뉴욕, 시드니, 토론토 등 영어권 선진국 주요 대도시가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2]). 그 중에서도 뉴욕과 런던은 북미, 유럽, 일본 투자 자본뿐 아니라, 싱가포르, 아랍권, 러시아 등 모든 부동산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투자자들도 뉴욕과 런던에 가장 많은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그림 2]).

▲ [그림 2] 중국인에 의한 부동산 투자(도시별), 단위 : 10억 달러, 그래프 출처 : Anderlini (2015).

런던 부동산 시장과 외국인 투자자들

런던 부동산 시장은 뉴욕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동산 투자처로 평가 받고 있다. 런던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의 블루칩으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런던 부동산 시장의 투자 안정성과 매력적인 투자 수익률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숙된 부동산 시장일수록 안정되지만 그에 비해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기 마련인데, 런던은 두 가지를 충족하는 부동산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런던 부동산 시장의 가격 회복 수준인데, 런던은 다른 주요 부동산 시장에 비해 충격에 따른 회복이 빠르고 그 반등 수준 또한 높았다([그림 3]). 지난 2008년 금융 위기의 충격으로 런던 부동산 시장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였지만, 금융 위기 1년 후인 2009~2010년에 이미 경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고, 2014년 말 기준으로 2008년 가격보다 15%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런던 부동산 시장은 동기 대비 40% 가격 상승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보인 것이 특징이다.

▲ [그림 3] 영국 주거용 부동산 가격 추이, 단위 : 2002년 가격에 대한 상대 가격, 그래프 출처 : Ehrenberg(2014).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런던은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필수적으로 담겨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높으며, 이들 투자자들에 의한 대규모 부동산 거래는 <가디언>의 경제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거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서, 런던의 Canary Wharf 금융 지구는 캐나다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Olympia & York에 의해 개발이 되었고, Westfield London과 Westfield Stratford는 호주의 Westfield에 의해 개발이 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 회사인 Mitsui Fudosan이 BBC TV 센터 부지를 인수해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Reuters, 2015). 한국의 기관 투자자들도 런던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국민연금은 2009년에 Canary Wharf의 HSBC 빌딩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하여 2014년 카타르 투자청에 매각하면서 약 9600억 원(시세 차익+배당 수익)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외에도 사학연금과 삼성생명이 런던 주요 오피스와 호텔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는 투자 주체와 투자 방식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구분이 가능하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오래된 투자 형태는 개인들에 의한 주거용 부동산 투자이며, 이 유형에서는 대부분 주택 매입 이후 예상되는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투자가 이루어진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영국의 중산층들이 선호하는 주택이며, 가격 기준으로는 평균 가격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아랍의 부호들처럼 호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는 드물게 보고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고가 주택 매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인들의 18억 원 이상 주거용 부동산 매입은 전체 부동산 매매의 11%로, 2012년의 4% 에 비하여 세 배가량 증가하였다. 이는 수년째 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중국인들의 런던 부동산 투자를 촉발시키는 요인은 투자 이익 이외에도 자녀 유학이나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부분이다. 런던에는 상당수 중국인들이 유학을 하고 있으며, 자녀 유학을 위해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런던에서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유사시 피난처 내지는 자산 은닉의 목적으로 런던에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내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거나 다른 이유로 권력에 의해 탄압을 받고 모든 재산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여, 안전한 런던에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외화 관련 법상 개인이 5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반출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가 개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한다면, 오피스 등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기관 투자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전반적인 해외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주출거 전략 정책에 의해 촉진된 측면이 있다. 무역 흑자와 투자 유치를 통해 외환이 계속 쌓여감에 따라, 위안화가 평가 절상 압력이 생기고, 국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해외 투자를 촉진시키는 주출거 전략을 발표한다.

이러한 우호적인 거시 정책 환경 하에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확대되어왔고, 그 중에 런던 부동산 시장에 상당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중국 시장의 개방에 따라 외국 기업들이 전면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것을 대비하여, 중국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외국에 나가 경쟁을 경험하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충격으로 유럽과 북미의 우량 부동산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 것도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금융 위기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중국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초기에는 주로 국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경제적인 목적과 함께 중국의 경제 성장을 과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져 있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국영 기업 외에도 민영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런던의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 부동산 투자의 주체와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 [그림 4] 중국 기업 소유의 주요 런던 부동산 현황.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최근 들어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상업용 부동산 매입 및 지분 투자를 넘어 부동산개발에까지 영역이 확장되며,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수정궁(Crystal Palace) 재건 개발 사업을 들 수 있는데, 중국의 런던 부동산 개발 사업의 효시격인 수정궁 개발 사업은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하였지만 건물의 상징성과 더불어 중국 부동산 개발의 굴기였다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정궁은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의 국력과 선진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열었던 만국박람회 전시회장으로서 영국의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1936년 화재로 사라져버린 역사적인 건물을 재건할 수 있다는 기대와 예기치 않았던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의 주도적 참여 시도는 영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화재를 모았다.

최근 중국의 런던 부동산 개발 사업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총부기지(Advanced Business Park) 사에 의해 제안된 Asia Business Port 개발 사업이 런던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고 현재 개발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와 정치권의 저항에 막혀 불발로 끝난 수정궁 개발 계획이 불과 몇 년 전이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에 대한 위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 [그림 5] 1936년 화재로 소실된 수정궁.

Asia Business Port 개발 사업은 총부기지사가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Royal Albert Dock을 주거, 업무, 상업의 복합 기능을 갖춘 런던 제3의 금융 업무 지구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ABP 개발 사업을 통해 약 2만 개의 일자리와 11조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런던 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Royal Albert Dock은 과거 템스강을 통해 운송된 화물을 하역하고 선적하는 지역이었으나, 컨테이너의 출현과 육상 운송수단의 발달로 원래 용도를 상실하게 되었다.

도크랜드 재생 공사에 의해 시티공항(City airport)이 건설되긴 하였지만, 낙후된 주변 환경 및 불편한 교통 접근성,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의 도크 관련 시설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Royal Albert Dock 주변 지역 일대의 재생을 답보 상태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대륙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시티공항이 인접해 있고, 2017년에는 런던을 동서로 가로질러 영국 최대 공항인 Heathrow 공항까지 연결되는 Cross Rail도 개통될 예정이어서, 런던 시내뿐 아니라 항공 교통으로 유럽, 아시아까지의 연결성이 상당히 좋아지게 된다.

런던시에서 ABP에 외국인 투자 유치와 개발 사업 지원과 관련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개발 사업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런던의 금융 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오피스 및 상업 시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낙후된 동 런던 지역을 ABP 개발 사업을 통해 재생하려는 런던시장의 의중과 전략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그림 6] Asia Business Port 개발 계획도.

중국의 런던 부동산 투자에서 ABP 개발 사업의 승인과 추진이 상징하는 바는 적지 않다.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가 중국 자본에 의해 런던 부동산에 투자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가 런던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부분이다. 단순한 부동산 취득과 지분 투자를 넘어서 부동산 개발 사업에 있어서 중국의 격상된 사업 참여는 중국 자본의 런던 부동산 투자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첫째로 중국 개발 업자가 직접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한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자본이 중국 투자 기관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최대 투자자는 상해에 본사를 둔 중국민생투자고빈유한공사이며, 이 회사는 민생은행의 관련 기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생은행은 민간 은행이지만, 최근 부패 스캔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민간 은행이라 할지라도 고위 인사들의 거취는 결국 중국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런던 투자도 중국 정부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이 입주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개발 계획, 자본 조달, 분양이 전적으로 중국인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이다. 물론 런던 사정에 밝은 개발 회사와 파트너를 맺고 있다는 점과, 설계와 시공을 모두 영국계 기업에 맡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개발 회사가 완전히 독식할 수 있는 역량은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개발 계획, 자본 조달, 분양을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대, 모든 단계에서 중국이 주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한국의 송도 국제 신도시 개발 시에 미국계 개발 회사인 게일사가 앞세워지긴 했으나, 거의 모든 자본이 포스코건설의 보증 하에 국내 금융 기관에 의해 조달되었고, 기실 게일사조차도 포스코가 섭외하여 내세운 것에 불과하며, 입주도 결국 거의 전적으로 한국 기업들이었다는 점에서, 송도 국제 신도시 개발은 전적으로 한국의 사업이었다.

그리고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사례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런던 Canary wharf 개발 사업도, 개발을 주도한 것은 캐나다의 Olympia & York였으나, 캐나다에서 자본을 조달하고자 특별히 노력한 흔적이 없고, 완공된 건물 입주 회사가 외국계가 많긴 했으나 그것은 런던에 진출한 외국 기업일 뿐, 개발 회사가 캐나다 회사를 유치한다거나 한 실적은 별로 없다. 따라서 송도 국제 신도시, 런던 Canary wharf 두 경우 모두 각각 한국, 영국의 부동산 개발의 일부였을 뿐이다. 그러나 ABP는 처음 단계에서부터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중국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런던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

ABP 개발 사업의 승인으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런던의 사례는, 기로에 서 있는 국내의 해외 자본 투자 유치 정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 자본의 특성과 투자 대상에 따른 정책의 세분화가 요구된다. 런던에서는 주거용과 업무용 부동산을 구분하여 해외 자본의 투자에 대해 각기 다른 규제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해외 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거나 혜택을 축소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업무용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보통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해외 자본의 주거용 부동산 매입이 런던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런던 시민들이 입는 피해와 부작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호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국인의 부동산 취득 열기가 뜨거운 제주도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의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이 표출되며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세분화 내지는 맞춤형 정책으로 중국 자본의 투자 행태를 적절히 유도하고 규제해 나가야 한다. 정책의 세분화는 투자 대상과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따라 여러 형태의 혜택과 규제로 발전이 가능하다.

중국 자본 투자 유치 정책의 세분화와 함께 런던의 사례에서 시사점으로 도출되는 것은 중국 자본 투자 유치 전략의 수립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보다 넓은 시각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런던 시는 The London Plan에서 제시한 '글로벌 도시로서의 지속 성장'이란 비전 하에 중국을 포함한 해외 자본의 유치에 분명한 목적과 전략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

동-서 런던의 균형 개발이라는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 자본의 ABP 부동산 개발 사업을 승인하고, 런던 제3의 업무 지구로 육성하려는 계획은 런던시장의 비전과 그것을 구체적으로 이어 받은 전략 하에서 승인된 것이다. 또한 ABP 개발 사업을 통해 동런던 재생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이를 통해 재생을 위한 연속적인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계획도 면밀히 계획된 전략의 일환이다.

국내에서도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유치가 구체적인 비전과 명확한 전략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중국 자본의 투자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동시에, 중국 자본의 투자 유치를 지속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한 번의 소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한 국내의 현실은 오히려 중국 자본의 연속적인 투자를 제한하는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부동산의 매입과 지분 투자에 머물러 있는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투자 방식을 주도적 부동산 개발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런던에서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는 단순 부동산 취득과 지분 투자를 넘어서 주도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역 사회의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현격히 경감하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부동산 개발 사업 시 지역의 경제 및 사회적 재생에 대한 사항이 같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가령 런던의 ABP 부동산 개발 사업은 런던 제3의 업무 지구를 조성하는 것과 동시에 Newham Borough의 재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중국 자본의 투자는 지역 재생을 고려하는 차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투자 이민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재의 방식은 규모와 기능면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주도할 수 있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도입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 부동산 투자의 주도적 개발 사업으로의 전환은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 자본과의 합작과 파트너십을 통한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런던의 AEP 개발 사업에 설계, 시공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영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기업과 관련 정부기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비단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중국 자본과 국내 기업의 합작을 통해 중국 내 사업기회로 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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