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8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 감사가 또 다시 파행됐다. 교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집단적으로 국정 감사장에 불참했다.
논란이 된 자료는 교육부가 야당 의원들에게는 제출을 거부하고,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 일부 의원들에게만 제공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비교 분석' 자료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조선일보>에 단독 공개한 자료를 보면, 새누리당은 한국사 고교 교과서 집필진 128명 가운데 83명이 '좌파'라고 분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교과서 집필진이 진보 좌파로 분류됐다는 강은희 의원의 보도 자료는 교육부 자료를 토대로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강 의원이 이름만 보면 진보인지 보수인지 아는 관심법을 쓰지 않는 한, 교육부가 원 자료에 집필진을 진보, 보수라고 분류했으리라고 본다.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며 황우여 장관에게 해당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황우여 장관은 "정당(새누리당)이 요구해서 만든 자료"라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황 장관은 "원만한 진행을 위해 (교육부가 같은 자료를 야당에 제출해도 된다는) 여당 간사의 양해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해, 사실상 자료를 받으려면 여당의 허락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현행 국회 관계법상 정부는 국가 안보 등 기밀사항이 아닌 한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의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박주선 교문위원장이 이러한 법을 들어 자료 제출을 재차 요구했지만, 황 장관은 "국정 감사 과정이 아니라, 특정 정당 활동의 일환으로 요구하신 자료"라고 거듭 거절했다.
교문위 새누리당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도 "교문위 전체가 아니라 '새누리당 역사 교과서 개선 특위' 위원 몇 분이 문서를 수령해 공부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 활동이라기보다는 정당 활동의 하나였으므로, 서류 전체를 국회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황 장관을 두둔했다.
신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노트북 앞에 '국정 교과서는 친일 독재 교과서'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 점을 언급하며 "이렇게 정치적 주장만 나가는 상황에서 국감을 하는 건 여당 간사로 동의할 수 없다"면서 국정 감사 정회를 요청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황우여 장관에게 "국회법에 따라 정식으로 자료를 요구했는데 거부한다는 건, 국감이 무법천지 아닌가?"라고 비난한 뒤, 신성범 의원에게 "자료 제출은 여야 간사가 합의할 성질의 내용도 아닌데, 여당이 국정 감사를 거부하고 감사를 중지해달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신 의원은 "자료 제출 문제가 여야는 물론, 여당과 정부와도 협의가 안 됐지 않느냐"고 말해 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등 고성이 오갔다.
격론 끝에 국감은 중지됐다가 오후 6시에 여당 의원의 불참 속에 속개됐다. 교문위 국감은 이날 오전에도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여야 간 극심한 대립으로 한 차례 파행을 겪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조중동도 '교과서 국정화 반대'…"박근혜 역주행")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