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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식 '갈라치기', 요원한 '국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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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식 '갈라치기', 요원한 '국민통합'

"성과주의와 조급증이 근본문제…현실에서 배워라"

'이명박 정부'의 공식적인 출범이 12일 앞으로 다가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당선인과 인수위가 내 놓은 각종 '정책'들 자체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이런 정책들이 제기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설익은 정책들을 정제되지 않은 방식으로 제기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아닌 '편 가르기'…불필요한 논란도 '가득'

이 당선인은 '경제회복'과 함께 '국민통합'을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새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통합은 커녕 대결의 정치, 편가르기식 접근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부터 '비즈니스 프랜들리(친기업)'를 내 세우면서 기업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경제성장을 위해선 기업의 약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당연히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다.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명시할 정도로 당선인의 '편애'는 노골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한나라당 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노동계에 대해선 가히 '파업 공포증' 수준의 인식을 드러냈다. '산업평화 TF' 설치방침을 밝혔다가 노동계의 반발로 이를 철회하는가 하면, 최근 인수위가 지자체에 대한 지방교부세와 고용보험기금을 노사관계와 고용실적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대목을 두고는 '전두환식 발상'이라는 비난마저 나왔다.

기업 대 노동 간의 '갈라치기'뿐만 아니라 노동계 내부에 대한 편 가르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대한 상반된 태도가 단적인 예다.

'국민 화합' 차원에서 노동계와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결국 지난 대선기간 자신을 지원한 한국노총과의 간담회를 갖는 데 그쳤다. 한두 번의 만남으로 과연 '화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지만, 형식적 간담회에서마저 배제된 민주노총에서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민주노총을 대화나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형편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는 '악수'도 이어지고 있다. 인수위 출범과 함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이 그렇다.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에 대해서도 영어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경숙 위원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이를 '검토되지 않은 일'이라고 일단 주워담았다. 그러나 영어교육 강화에 대한 기조는 벌써부터 사교육 시장을 들썩이게 했고 교육의 빈익빈-부익부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다.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 논쟁 속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언론을 통해 먼저 언급했다가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발에 직면한 것도 원만한 대야관계를 천명한 이 당선인의 기조와는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성과주의'에 기반한 조급증이 근본적인 문제"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논란이 단순히 이 당선인이나 그 측근들의 '독특한 스타일'에만 기인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한귀영 수석전문위원은 "더 큰 문제는 '성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이 당선인의 철학"이라면서 "바로 이점 때문에 당선인과 인수위는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 위원은 "무엇보다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당선인이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국정운영에는 반드시 효율성으로만 따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서 "이를테면 반대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그렇다"고 말했다.

'설득비용'에 대한 간과는 지난 인수위 활동 내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찬성론자들로만 채워진 '영어교육 공청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찬성론만 수렴하자는 거냐"는 비난이 제기됐다.

반대여론이 거센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련해선 "2월 초 대운하 공청회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상 이마저도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13일에도 "반대가 있더라도 대운하는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기까지 했다.

'이명박식 속도감'도 문제라는 진단이다. 명지대학교 김형준 교수는 "인수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일종의 '호흡조절'을 주문했다.

한귀영 위원도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정책을 내놨다"면서 "국민들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합리적 토론과정을 통해 반대자를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전무한 채 무조건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당선인 측이 아무리 '진정성'을 강조하더라도, 대화의 상대방들이 당선인이나 인수위의 방침을 '일방적 투항요구' 쯤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론분열'의 위험신호 역시 그래서 나온다.

"실용의 출발은 현실에서 배우는 것"

문제의 원인이 '경제인 이명박'으로서의 철학에 있다면, 그 해법도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김형준 교수는 "부정평가가 상대적으로 많은 인수위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면서 "인수위 단계에서 노정한 문제점들이 역으로 국정운영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요컨대 "전봇대를 뽑자"는 식이 아니라 차분한 여론수렴과 이에 근거한 정책수립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실에서 배우라"는 충고인 셈.

김 교수는 "이념보다는 현실에서 출발하는 게 원래 경제인들의 특징"이라면서 "이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실용주의가 뭐냐, 현실에서 출발해 현실적인 요구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이 당선인의 '실용주의'는 당선인 스스로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가 국민통합에 성공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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