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로 자식 같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본 한인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한국에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든 있다. 이들은 바로 세월호이기도 하고 세월호로 아이들을 잃은 엄마요, 아빠이기도 하다.
이들이 이번에는 교황의 미국 필라델피아 방문에 피켓을 들고 나섰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지구촌의 가장 뜨거운 뉴스가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방문 메인이벤트인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천주교 세계 가정의 날' 행사에 방문하자 '필라델피아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추석 전날인 26일(현지 시각) 100만 군중이 운집한 필라델피아 다운타운으로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2015년) 한국 방문 시 세월호의 아픔에 동참하며 지극한 관심을 나타냈었다. 교황은 한국 방문 중 가슴에 노랑 리본 배지를 착용하며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했었다. 올해 4월 바티칸에서 만난 한국 주교단에게 물은 첫 질문도 '세월호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였다.
그 교황의 필라델피아 방문을 맞아 교황에게, 그리고 교황을 사랑하며 모여든 군중에게 한국에 아직 자식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는 세월호 가족이 있고, 아직 인양되지 않은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필라델피아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교황을 보기 위해 몰려든 100만 군중 속에 '필라델피아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교황의 행렬이 지나가는 동선을 따라 미국 독립기념광장 인근 마켓 스트리트 지하철역과 시청에서 배너와 노란 세월호 우산, 세월의 영문자인 'SEWOL' 알파벳이 하나씩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를 알렸다.
이들은 무려 7시간을 앉지도 못하고 거리에서 피케팅을 했고, 마침내 저녁 7시 30분경 퍼레이드의 교황 행렬이 시청 앞 피켓을 지나갈 때 그 앞에서 피케팅을 하는데 성공했다.
피켓팅에 참여한 한 회원은 "주변에 다른 피켓이 없어서 SEWOL을 읽었던 것 같다"며 "교황이 저희들을 봤다면 다시 한 번 세월호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사고 직후 말한 것처럼 윤리적으로 거듭나는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오늘 '세계 가정의 날' 행사 주제가 가족이었으므로 교황께서 304명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참담한 생활을 인지했으리라 스스로 믿어 본다"라며 앞으로도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세월호 알리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피케팅에서는 멀리 시카고에서 온 세월호에 관심 있는 한인들이 피케팅하는 필라델피아 한인을 응원하면서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는 뜨거운 노력을 서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모 씨는 피케팅 참석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작년 8월 대전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와 광화문 시복미사에서 교황은 직접 세월호 가족을 챙겼다. 그리고 올해 4월 바티칸에서 만난 한국 주교단에게 물은 첫 질문도 '세월호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였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약자의 편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고, 진심으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아파해 주고, 힘이 되어 주었다. 또 잊지 않고 챙겨주었다. 이 감사의 마음을 교황에게 전하고 싶어서 나왔다. 또 교황이 한국인을 만나면 '세월호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라고 다시 물을 것인데, '아직 바다 속에 묻혀 있다'고 답해야 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하느님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서로를 사랑하는 가정을 보는 것, 가족이 자녀를 잘 키워 믿음, 선함, 아름다움의 사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며 가정을 '희망 공장'으로 표현하는 등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을 역설해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가족과 한인의 슬픔을 되돌아보게 했다.
미주 지역 한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방문 등의 일정 때마다 피케팅 등의 시위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의 진실 규명을 끝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또 각 나라와 지역의 중요 행사나 이벤트마다 세월호를 알리는 피케팅을 계속 벌여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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