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내로부터 나온 대표직 사퇴, 2선 퇴진 요구 등에 맞서 추진했던 대표직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로써 지난 9일 문 대표의 긴급 기자 회견 후 12일 만에 '재신임 국면'은 종료됐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비주류가 문 대표에 대한 '흔들기' 공세를 계속할 경우, 갈등은 언제든 다시 전면적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
문 대표는 21일 오후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의 결의를 존중한다"며 "제 뜻은 거둬들이고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전날 "문 대표의 재신임을 확인한다"며 "더 이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었고, 이는 문 대표에 대해 재신임 투표 추진을 중단하라는 요구였다. (☞관련 기사 : 野 '문재인 재신임 철회' 요청 결의…봉합될까?)
문 대표는 "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묻고자 했지만 당무위원, 국회의원, 당 원로, 그리고 혁신위까지 함께 나서서 애써 주시고 총의를 모아주셨다"며 "진통 끝에 총의가 모아진 만큼, 당 구성원 모두가 같이 존중하고 승복함으로써 단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발언 마지막 부분의 '승복'은 비주류를 향해 던진 견제구로 풀이된다. 더 이상 대표직 사퇴나 2선 후퇴 등을 주장하며 자신을 흔들지 말라는 뜻인 셈.
그러나 당내 비주류에서는 연석회의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석회의의) 재신임 추인이라는 것은 일종의 재신임 투표 개최"라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셀프 재신임'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정치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연석회의의 의미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한다면 저희는 그 절차에 관여하지도, 결과에 귀속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재신임 이슈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이들 비주류 의원들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기자 간담회(☞관련 기사 : 안철수, '반부패' 내세워 문재인과 선 긋기)에서 "재신임은 그들만의 싸움"이라고 한 데 이어, 연석회의가 끝난 후 시점에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거취 논란은 대표가 시작한 것"이라며 "그것(재신임 투표 철회 결정)을 대표가 스스로 결심해서 내려야지, 의원들이 형식을 갖추고 건의하는 식은 더 안 맞다"(<뉴스1>)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전날 녹음해 이날 아침 방송된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은 당내 비주류의 반응에 대해 "(연석회의에) 참석하신 분들 가운데 이른바 비주류에 속하신다는 분들 , 친노라고 분류되지 않는 분들도 '일단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점에 다 공감들이 있었다"며 "그 진정성을 인정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단 안 전 대표는 자신이 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며 당내 다른 비주류 그룹과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측근 송호창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안 전 대표나 저는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많은 이견을 충분하게 수렴하는 모습과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셔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문병호 의원은 앞의 인터뷰에서 "비노 의원들은 '안 전 대표께서 비노의 대표 격이 돼 주십사' 생각하고 있는데, 오히려 안 전 대표가 그런 것들에 대해 좀 부담스러워한다"고 하기도 했다.
文, 충돌 불사하고 안철수·천정배 정면 비판…"安, 사정도 모르면서", "千, 크게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경우, 당 혁신의 방향으로 '부패 척결'을 들며 사실상 한명숙 전 총리나 윤후덕 의원 등 친노 그룹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문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표로서도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문 대표는 CBS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부패 척결' 주장에 대해 "되돌아보면 야권 인사들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한 목적의 수사, 기소 등이 비일비재하다"며 "현실적인 고려를 해야 된다라는 주장도 당내 일각에서 있기 때문에 종합할 필요가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지난 총선 때 임종석 당시 사무총장(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 받았다는 이유로 공천 배제됐는데, 그 뒤에 무죄로 확정되지 않았느냐"라거나 "과거 야당 역사를 보면 심지어 옥중에서 당선된 분들도 여러 분"이라는 등의 사례를 드는가 하면, 특히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서는 "그것을 왜 온정주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적극 감쌌다.
그는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이 정말로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었다는 것은 우리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며 "그 부분을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안 전 대표를 역으로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안 전 대표님은 (당에) 들어오신 시기가 그 뒤이기 때문에 잘 모르실 수 있다"며 "아마 저간의 사정을 모르시고 한 말씀이 아닌가"라고 안 전 대표에 대한 간접 비판도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이에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당 일부의 뜻보다 국민의 뜻이 중요하다. 부패에 대한 온정주의를 추방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며 "당 내부 사정보다 국민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점이 중요하다. 당이 어려워진 이유가 그 점을 놓친 데 있다"고 바로 반격했다.
신당 창당을 전날 공식 선언한 천정배 의원에 대해 문 대표는 "지금 야권이 똘똘 뭉쳐도 어려운 판에 분열한다면 더더욱 어렵다"면서 "천 의원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 우리가 천 의원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은 '천정배이기 때문'이 아니라 호남 민심 앞에서 몸을 낮추는 것"이라고 날카로운 공세를 폈다. 천 의원의 '너나 잘 하세요'라는 공격에는 "무례한 말"이라고 응수했다. (☞관련 기사 : '접점 있다'는 文에, 千 "너나 잘하세요")
그는 "천 의원이 호남 민심을 다 대표한다고 생각지도 않고,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바는 통합이고 분열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천 의원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호남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고 호남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 의원이 말씀하시는 신당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말씀하시는 신당하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고, 왜 두 분이 같이하지 않고 따로따로 당을 만든다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이들을 싸잡아 "분열적인 흐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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