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예정 지역에서 최근 2년간 멸종 위기 종인 산양의 흔적을 총 30회나 발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케이블카 노선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새끼 산양의 흔적이 4번이나 발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립공원관리공단 국정 감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2014년, 2015년 '설악산 오색 지역 산양 분포 조사 지도'를 공개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는 산양 서식지와 번식지를 관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작성한 조사 지도를 보면, 2014년 설악산 케이블카 노선 무인 카메라 4대에서 산양이 총 6회 촬영됐다. 또 케이블카 노선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새끼 산양 배설물 4개 등 총 8개의 배설물이 발견됐다. 2015년에는 16개의 산양 흔적이 추가로 조사됐다.
"새끼 기르는 곳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가 번식처?"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며 심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가 산양의 주요 번식처가 맞느냐"고 질문했고, 박 이사장은 "번식처를 구별하는 것은 전문가마다 다르다"고 즉답을 피했다. 케이블카 예정지가 산양의 주서식처가 아니라는 환경부의 입장을 사실상 반복한 셈이다.
그러자 심 의원은 "방금 새끼 산양과 어미 산양이 같이 움직이는 분포도를 보여드렸는데, 새끼 낳고 기르고, 똥 싸고, 새끼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 번식처가 아니면, 도대체 어디가 번식처란 말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했던 설치 예정지 조사 가운데 미조사 지역을 환경 단체들이 모니터링한 결과, 산양 서식처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케이블카 예정지가 산양 서식지임이 밝혀지면 사업을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8월 3일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한 '설악산국립공원 변경에 대한 검토 의견'을 분석한 결과, 총 37개 항목 가운데 21개 항목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적한 21개의 문제점 가운데는 탐방로 회피, 주요 봉우리 회피, 식생과 멸종 위기 종 산양에 대한 문제, 경관 훼손 등이 모두 지적되고 있다"면서 "공단의 검토 의견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결국 위원회 심사가 얼마나 부실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비판했다.
반면에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만약 인류가 자연 환경을 100% 보존하려고 노력했다면 현대 문명이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맞섰다. 김 의원이 "우리가 자연 환경 1%를 잘 이용하고, 99%를 보존하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닐까"라고 질의하자, 박 이사장은 "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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