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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스타일' 같다? 우린 여론에 민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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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스타일' 같다? 우린 여론에 민감해"

박형준 "억울한 면도, 관리 못한 면도 있다"

대통령 취임까지 20일이 남았지만 '이명박 시대'의 총노선이라 할 만한 국정과제 발표를 끝으로 인수위 활동은 5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노 홀리데이' 실천이 보여주듯 "인수위가 참 일을 열심히 했다"는 걸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활동에 대한 평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바라보는 시각이야 제각각일 수 있지만, 인수의 지지율이 지난 정부의 그것에 비해 떨어진다는 건 새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모든 이들이 걱정하는 바다.

<프레시안>은 5일 오후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인 박형준 의원을 만났다. 직함으로만 보면 분과 간사도 아닌 박 의원은 80여 명의 인수위원 중의 한명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원 오브 뎀'으로 보지 않는다.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이었던 박 의원은 인수위에선 정부조직개편을 주도하는 등 정책과 기획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영역에 발을 담갔을 정도로 당선인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박형준 위원. ⓒ프레시안

박 의원은 인수위 활동에 대한 여러 비판에 대해서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우리가 관리를 잘 못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영어정책을 둘러싼 혼선을 대표적 예로 꼽았다.

박 의원은 다만 "누가 뭐래도 터뜨리고 만다는 식의 노무현 정부에 비해 이명박 정부는 민심과 여론을 훨씬 더 중시하는 정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명박 당선 이후 사교육 업체의 주식이 급등하거나 강남의 고가 주택 가격이 뛰고 있는 현상은 '팩트'다. 이 당선인이 그렇게 중시하는 '시장'이 이렇게 반응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그건 우리가 의도한 바도 아니고 결국 바로 돌아올 것"이라면서도 "의도와 별개로 수용자들이 당장 어떻게 반응할지 아주 예민하게 따져서 정책을 발표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역시 민감한 문제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 박 의원은 "솔직히 말하면 운하를 정치적 이슈로 끌고 가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하고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면서 "정치적 이슈로 해선 누구에게도 이득이 안 된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인수위 활동을 자평해달라는 주문에 박 의원은 "인수위가 할 일은 상당부분 했다"고 합격점을 매기며 이전 정부 인수위에 비해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대해서도 "너무 높게 출발하는 것보다 관리하면서 가는 게 더 낫다"고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박 의원은 정부조직법개편안에 대해 "잘 될 것으로 본다"면서 "한발 양보의 재량권은 분명히 당에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등이 존치될 수도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박 의원에게 '동문, 교회 문제를 둘러싼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인해 노무현 코드보다 이명박 코드가 더 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걸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동문들이 이득본 것도 없고 이제 우리가 그런 걸 좀 뛰어넘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답했다.

다음은 5일 오후 박 의원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과도한 시장주의? 정부 출범도 전에 너무 예민"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오늘 인수위에서는 발표한 192개 국정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박형준 : '이명박 정부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추상적인 과제들 보다는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선정했고, 그야말로 실용성을 중시했다는게 초점이다.

프레시안 : 그 동안 '이명박식 실용'은 좌파적 정책이라도 필요하면 사용한다는 것으로 통했다. 당선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예로 많이 들었던 것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도입한 버스 전용차로, 준공영제 도입이고 호응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보면 그런 좌우를 넘나드는 실용은 덜 보이고 시장주의적 정책만 보이더라.

박형준 : 꼭 그렇진 않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두 개의 축으로 한다면, 특히 경제살리기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통해 근본적 복지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프로그램은 그대로 작동되는 것이다. 소외된 약자들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특히 이번에 능동적 복지라고 하는 개념을 강조한 대목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국정과제에 모두 포함할 수는 없었지만, 능동적 복지라는 것은 시혜성 복지가 아니라 태아에서 노후까지 맞춤형, 통합형 복지를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선인 본인도 무상보육을 이야기했다. 노인복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찾아다니는 '원스톱 복지전달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혹시 이명박 정부가 복지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는 반대로 경제살리기를 하면 할수록 거기서 나오는 재원이든, 잠재력이든 최대한 동원해서 복지에 훨씬 신경쓰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 방향에 대해선 큰 반대가 없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임기 전 유류세, 통신비 인하를 추진했다가 업계의 반대에 밀려 철회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니까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닐까.

박형준 : 그 프로세스가 왜 그렇게 비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통신비를 20% 인하하겠다는 것은 정책으로 인하하겠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유도하겠다는 얘기였다. 규제를 풀면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있으니, 그 방향으로 업계의 자율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었고, 계속 논의 해 왔다. 그래서 어제 업체들이 발표한 것이다. 우리 쪽에서 마치 통신비를 포기한 것처럼 덧씌워져 버렸다. 최근 인수위의 몇몇 사안이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유류세 인하도 계속 추진한다. 그건 법 개정사안이라서 밀린 거다. 이미 결정됐다.

프레시안 :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은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는 건데 당선인의 행보를 보면 민주노총과의 관계 문제랄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 국민통합적 차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준 : 그런 문제는 당선인 일정 전체를 기획할 때도 참조해야겠지만 초기엔 아무래도 경제살리기를 하다 보니까, 중소기업, 대기업 등 기업관련 인사들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 것을 갖고 아직 정부 출범도 안 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고용정책은 있는데 노동정책은 없다'는 비판이 있다. 인정할 수 있는가.

박형준 : 이런 것이다. 지금 정부의 정책 중에서 바꿀 필요가 없는 것들은 그대로 둔 것이다. 노동부도 그대로 뒀고, 그 정책도 크게 손대지 않았다. 일자리 정책들만 조금 비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게 있어 손을 댄 것이다. 노사관계는 자율적으로 푸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게 당선인의 신념이다. 노동정책을 써서 뭘 어떻게 해 보려고 하면 규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방식은 노사 간의 새로운 타협의 방법을 모색하고,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 있으면 지원하는 것이다. 노든 사든 법질서를 준수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이어가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상호 신뢰를 구축할 것인가하는 이런 문제다. 과거 노사정위가 실패한 이유는 노도, 사도 정부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체인 것처럼 문제가 전도된 현상이 나타났다. 그 속에서 해결도 못하면서 문제만 키워 왔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 노사 간 적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프레시안 : 최근 당선인이 GM 대우를 방문했을 때도 "경제가 활성화되면 비정규직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발언이 있었다. 그런데 현 정부도 고충을 겪었지만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세계적 추세는 어떻게 돌파할 텐가?

박형준 : 그것도 잘 이해해야 한다. 무차별적으로 고용없는 성장이 아니라 고용의 질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은 과연 옳은 것인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이라 해도 차별대우를 안 받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전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일정하게 줘야 생산성 문제나 경제성장이 가능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오히려 고용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서도 그게 중요하다. 노동시장에서의 경직성이 오히려 비정규직 늘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은 정부가 개입해 끌어올릴 부분이다. 후자는 해야 한다.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유연안정성이란 이야기다.

프레시안 : 최근 강만수 간사가 한국은행과 충돌한 일이 있었다. 사공일 위원장도 경력의 면에서 관치경제의 문제점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형준 : 그건 사공일 위원장하고 강만수 간사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실제 만나 이야기해보면 이 분들은 관치를 주장하는게 아니라 관치를 풀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 분들이다. 강 간사와 한국은행 사이 과거 일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엔 외환위기가 있어서 거기에 대한 대처방식이 문제였다. 국가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논쟁이었다는 말이다. YS 당시의 기본방향은 관치를 푸는 것이었다.

"인수위 비판, 억울한 점있지만 관리가 안 된 면도 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인수위 사실상 마무리 됐는데, 혼선이나 과속에 대한 우려는 한나라당에서조차 나왔다. 전체적으로 자평하자면?

박형준 : 좀 억울한 면도 있고, 관리 안 된 면도 있다. 두 가지가 중첩돼 있는 것 같다. 인수위는 급조된 조직이 아닌가. 급조된 조직, 더구나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활동하다 보니 그야말로 전부 콘트롤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아이디어 수준에서 제기된 것이 보도되고, 이에 대해 오보라고 하면 그건 이미 오보가 아닌 게 돼 버린다. 또 정식으로 발표하면 입장을 바꿨다고 하고…. (웃음) 상당히 곤혹스러운 면이 있다. 최근 몇 가지 사건이 그런 인상을 줬다고 생각한다. 영어 문제라든지, 통신비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다. 이런 과정을 정치하게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있다.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프레시안 :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진 않을까.

박형준 : 국정운영은 다르다. 인수위는 임시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지휘통제권이 일사분란하고 분명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고, 공조직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인수위 차원에서 상당히 할 일은 했다고 보고 있다. 공약을 새 정부의 기본지침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무리하지 않게 했다고 생각한다. 공약을 무리하게 끌고 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서 가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랄지, 규제개혁안이랄지, 기후협약 대안이랄지 이런 것은 미래전략 차원에서, 또 정부를 혁신하기 위한 그릇을 만들었단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인수위나 이명박 당선인을 둘러싸고는 내용에 대한 찬반도 뜨겁지만 '스타일'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대운하 논란에서 추부길 팀장이 "교수들이 뭘 몰라서 반대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이 단적인 대목이다. 당선인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식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것들이 갈등을 오히려 키우는 것은 아닐까?

박형준 : 생산적 토론을 하자는 취지였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이명박 정부는 상당히 여론에 민감한 정부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누가 뭐래도 내가 할 것은 한다는 식의, 참지 않고 모든 걸 터뜨리는 스타일이 노무현 정부의 스타일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훨씬 더 여론과 민심을 중시하면서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게 학원이더라"

프레시안 : 국민통합, 의견수렴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운하 문제에 대해선 반대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반박이 끊이지 않고 있고, '영어 공청회' 때도 찬성론자들만 참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형준 : 솔직하게 말하면 대운하 문제는 이를 정치적 이슈로 의도적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집요하게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끌고가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매우 조심스럽게 이슈를 다루려고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운하를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서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총선에서 대운하로 전선을 만들어 대립각을 첨예화하려는 의도를 가진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꼭 유리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국론분열만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정치적 논쟁으로 만드는 데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슈를 갖고 토론할 때 그렇게 토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기술적 검토나 전문적 검토가 바람직하다. 걸맞는 사람들이 걸맞는 검토를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교육문제는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수용자 관점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를 받아들이는 교육문화, 또 교육시장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를 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다. 예를 들어 기자들이 물어 보니까, (인수위 관계자들이) 각자 자기의 소신을 이야기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교육문제가 워낙 예민하니까 바로 정책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그 이후에 공식적으로 인수위에서 정리해서 발표하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돼 버린다. 영어교육을 굉장히 강도 높게 시키려고 하나보다, 더 사교육을 해야 겠다는 식으로 오도되는 과정이 있었다. 상당히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었다. 본래의 의도는 공교육을 강화하고 능력 있는 영어 선생님을 잘 공급하겠다는 부분이 초점이다.

프레시안 : '강남의제가 국가의제'화 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이경숙 위원장이 강조한 '기러기아빠' 문제의 해소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재원은 한정된 것인데 영어에만 4조 원이 들어가면 다른데 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프레시안

박형준 : 참 이상한 것이,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은 돈이 있고 없고 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의 비중이 얼마나 큰가. 엄청난 교육을 시켜도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또 이것을 사교육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도 누구나 동의한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버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농촌이나 서민들, 사교육비를 투입해서 영어교육을 시키기 어려운 학생들과 그 지역을 우선적으로 차별받지 않게 하자는 게 목적이다. 이게 무슨 강남의제의 국가의제화인가. 강남사람들은 다 사교육으로 해결한다. 거기에 특별히 공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비정치성을 강조하는데 야당 의원 4년 하셔서 잘 알겠지만 국정운영이라는게 항상 여야가 있고 모든 것은 정치문제화 될 수밖에 없지 않나?

박형준 : 정치공학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안이 일정하게 정치적인 것은 맞다.

프레시안 : 그런데 사교육 업체 주가가 폭등하고 강남 6억 이상 집값이 뛰고 있다. 시장이 오도돼 잘못 반응하는 것인가?

박형준 : 이번에도 놀란 것이 공교육 영어를 강화한다는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까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게 학원이더라. 찌라시를 뿌리고 해서 학부모의 눈을 그 쪽으로 몰고 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한 프로파간다(선동)다. 그 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정책발표가 아니라 그야말로 워딩수준의 이야기였는데도 그것을 그렇게 해석하더라는 것이다. 앞으로 교육정책을 만들 때는 수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하는 것을 아주 예민하게 생각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강화한다는 것은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논란이 정치화됐다고, 몰렸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실질적 강화가 필요하다. 이번에 알아보니까 교사들을 전부 공급하는 프로그램보다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도 많더라. 소프트웨어 연구가 안 돼서 그렇지, 잘 연구해서 정착을 시키면 예상 비용보다 적게 들면서 할 수 있는 방안도 있겠더라.

"정부조직 개편, 협상재량권은 당에 있다"

프레시안 : 인수위가 일을 열심히 한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데 이전 정부 인수위에 비해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박형준 : 평면 비교는 어렵다. 오히려 지지율이 너무 높은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이 얼마나 극적이었는가의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우리는 뭐 1년 동안 1등이었고, 네거티브도 엄청나게 받았었다. 투표율도 낮았고. 기대와 희망은 같지만 이런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오늘 보도를 보니까 80% 이상이 "잘 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하고 있더라.

프레시안 : 정부조직법 통과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박형준 : 잘 합의가 될 것이다. 낙관적으로 본다. 신당에서도 무리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해서 새 정부의 출범에 지장을 주면 부담이 될 것이다. 우리도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난 합의가 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반 발, 혹은 한 발 정도 양보할 재량은 당에 있는 것인가?

박형준 : 협상 주체인 당이 갖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공천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갈등은 반복되고 있는데, 해결방안이 있나? 이번 논란과정에서도 당선인과 박 전 대표 두 분이 두 번을 만났는데도 오히려 문제는 커졌다.

박형준 : 세상 어느 나라에, 또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공천이 조용히 되는 것을 봤는가? (웃음) 공천은 조용한 게 아니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기 때문이다. 지금 잘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예전에 공천 논란을 보면 전선이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라는 단일전선이 고착화되고 있다. 부담 아닌가?

박형준 : 글쎄…. 어쨌든 공천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그쪽 관계자도 아니고….

"청와대와 정부의 정무기능 활발해질 것"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박희태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요인으로 '당정분리 모델'의 실패를 들었다. 앞으로 당과 청와대의 관계설정에 대한 복안이 있나.

박형준 : 어쨌든 과거와 같은 제왕적 총재나 대통령은 불가능하다. 수평적으로 얼마나 소통을 잘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국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조건이 될 정도로 중요하다. 당은 당대로의 자율성을 갖고 가겠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정무기능이 활발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정당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민심파악 등 여론을 제대로 형성하는 문제랄지, 또 시민단체를 비롯해서 각 이익단체들과의 관계설정 문제 등 정무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수석이랄지 특임장관 제도랄지 이런 것들이 상당히 필요하고 잘 활용돼야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이 당선인은 평소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정치라는게 치러야할 불가피한 비용이란 게 있다. 그런데 당선인의 이런 견해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도 않을 것 아닌가?, 이런 점을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지금 정무수석에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을 보면 아주 중량감있는 인물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 같다.

박형준 : 아주 중량감 있는 인사가 가기에는…. 인선결과가 안 나왔으니 말하기 어렵기는 한데, 어쨌든 정무수석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 : 원로나 중진그룹의 역할도 앞으로 계속되는 것인가?

박형준 : 정부가 출범하면 다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선거 때처럼 할 이유는 없다. 공식적인 조직을 이용해야 한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 청와대와 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7인모임, 8인모임 같은 게 재등장할까?

박형준 : 내가 이야기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에 맡겨야 한다.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프레시안 : '노무현 코드'보다 고대, 교회 등 '이명박 코드'가 더 세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형준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인이 다니던 종교기관에 가서 종교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자꾸 부정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더 어색한 일이 벌어지지 않나. 고대 출신이라고 특별히 이익을 본 것이 뭐 있나. 인수위에도 고대 출신은 별로 없다. 자꾸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의 스타일과도 잘 맞지 않는다. 특별히 그런 것을 챙기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는다.

프레시안 : 이제 총선이다. '정치인 박형준'의 향후 계획은?

박형준 : 만약 18대 국회에 다시 들어오게 된다면 원내에서 이명박 정부를 잘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겠다. 지켜봐 달라.

프레시안 : 바쁜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 후기.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박 의원의 얼굴에 현 청와대 인사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정책의 비정치성을 강조하는 모습, 언론의 보도에 대한 항변, 진정성을 강조하는 모습, 장기적 낙관 등 여러 가지가 상당히 비슷했다. 기우이기를, 5년 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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