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의 불씨가 된 '김상곤 공천혁신안'이 16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으로서는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로서는 갈 길이 멀다. 재신임투표 건을 놓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비주류 측과 다시 토론을 벌여야 할 뿐 아니라, 비주류 일부 의원들은 이날 중앙위 자리에서도 "밀어붙이기"라며 항의하고 퇴장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중앙위를 열어 2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모두 '김상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으로, 1건은 현행 최고위원회를 폐지하고 각 지역·부문 대표로 이뤄지는 '대표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것이고, 남은 1건이 바로 지난 7일 발표된 문제의 공천 혁신안이다. (☞관련 기사 : 김상곤 "공천 경선, 국민 100%로…정치신인 가산점" 공천혁신안 발표)
중앙위에서의 결정은, 전체 중앙위원 576명 중 4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반토론을 거쳐 투표 없이 만장일치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도체제 관련 혁신안 의결시 재석은 371명이었고, 공천 혁신안 의결시 재석은 340명이었다. 그러나 문병호·최원식 의원 등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이번 혁신안에 문 대표의 거취가 연동돼 있는 만큼 인사 관련 안건으로 봐야 한다며 비공개 무기명 투표를 주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문재인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선택해 달라"…대표직 건 드라이브
앞서 문 대표는 중앙위 개회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지금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단결이나 분열이냐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중앙위원 동지들께서 기득권이 아니라 혁신, 분열이 아니라 단결을 선택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혁신안 통과를 적극 주장했다. 앞서 문 대표는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문 대표는 혁신안 통과에 반대하는 당내 비주류를 향해, 전날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의 회동을 언급하며 "어제 저와 안 전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제시한 3가지 본질적 혁신을 오늘 중앙위 이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오늘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무슨 혁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설득을 시도했다.
그는 "오늘 혁신위가 내놓은 안은 갑자기 솟아난 게 아니다. 손학규 대표 때의 '천정배 혁신안',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때의 '정해구 혁신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때의 '백승헌 혁신안'이 지금 혁신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더 본질적이고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안 전 대표 등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일단 오늘 혁신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시작을 삼아야 한다. 부족한 점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선 룰만 하더라도 안심번호를 이용한 100% 국민경선과 30% 당원 참여방안 중에 선택할 수 있고, 아예 오픈프라이머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저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한 사람이다. 그것이 당의 중론이면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까지 했다. '김상곤 혁신위'가 반대 의견을 밝힌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문 대표가 도입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단 문 대표는 안 전 대표나 비주류 그룹의 중앙위 연기 요구에 대해서는 "갈등이 있으니 중앙위를 연기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갈등이 없으면 그게 무슨 혁신이겠나. 갈등을 피하면 어떻게 혁신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하며 "제발 혁신위의 혁신안을 계파적 관점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표는 중앙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중앙위원들께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해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주류 측의 비공개 투표 주장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지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 걸겠다'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오픈프라이머리(관련 법안)이 국회에 부의될 경우 인사에 관한 법안으로 무기명 표결이 되겠느냐"고 그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재신임투표 건에 대해서는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가 재신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가 말한 재신임은 남아 있는데, 추석 전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렸다. 당의 통합을 위한 일인 만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는 "오늘 통과된 혁신안이 지고지선은 아니다. 혁신의 시작"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가 말한 3개 혁신 방향을 함께 해 나가자는 합의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곤 혁신위원장도 중앙위 시작시 경과보고를 통해 "미래냐 패망이냐 선택해야 한다"며 "미래는 혁신에 있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와 회동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안 전 대표가 혁신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을 적극 환영하지만 특별히 만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비주류 강력 반발, 중앙위 퇴장하며 "혁신이 유신 됐다"
반면 비주류 측은 이날 중앙위 개최 자체와 혁신안 의결 방식, 만장일치 가결 선포 등을 단계적으로 비난하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김동철·김영환·문병호·최원식·황주홍 의원 등은 중앙위가 진행되고 있던 이날 오후 3시 30분께 회의장을 나오며 기자들과 만나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줄 것을 의장에게 요청했지만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표결하지 않고 퇴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은 "이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중앙위원은 많이 왔지만, 반대하는 위원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며 "(김성곤 중앙위) 의장이 의사진행을 하며 (우리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달라'고 한 데 대해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시나' 했는데, 당연히 여기 온 분들은 안건에 찬성하기 위해 온 분들이니 인사 안건이 아니라며 거수·기립으로 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저희는 표결에 응하지 않고 퇴장하겠다고 했는데 의장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한다"며 "이런 비민주적 의사진행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앞으로 계속해서 새정치연합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문병호 의원도 "무조건적으로 혁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도 오늘 해야 한다, 이렇게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하는 것이 바로 당의 갈등을 조장하고 통합을 해치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당 운영"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나아가 "안건 통과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며 "함께 향후 대응방향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집모 간사인 최원식 의원도 "참담하다"며 "혁신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무조건 기득권으로 몰고, 급기야는 만장일치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구태정치고 계파 패권주의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문 대표를 비난했다. 최 의원은 "저희로서는 패권주의와 끊임없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며 "(혁신안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묻지 않고 공개 투표를 했다는 것은 혁신이 유신이 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지도부 내에서 비주류를 대표하는 주승용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 시대에 기틀을 잡았던 정당 민주주의가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고성 속에 무너지고 말았다"며 "만약 문 대표가 이번 중앙위 결정을 계기로 일방적 독주에 나선다면 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최고위원은 "당의 통합과 일체화가 최고의 혁신"이라며 "국민과 당원이 명령하는 진짜 혁신을 위해 당원들이 저에게 부여한 최고위원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중앙위 개회 이전 불참을 선언하며 "오늘 중앙위는 혁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집되었고, 혁신안은 '국민이 왜 우리 당을 신뢰하지 않는가?'라는 핵심 질문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저는 부족한 혁신안을 이대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의견을 더 듣고 보완하기 위해 연기하자고 했고, 문 대표도 혁신안의 미흡을 인정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중앙위 개최는 강행되었다"고 문 대표 측의 중앙위 개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안 전 대표는 또 "제가 중앙위에 참석해서 반대토론을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늘 중앙위의 성격은 혁신안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사실상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되었다. 중앙위원들의 혁신안에 대한 토론과 반대를 봉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문 대표를 거듭 비판하면서 "아마도 재신임을 걸지 않았다면 회의 내용과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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