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내 최초로 '선박 및 해상 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한 반면 변호인은 마녀사냥식 기소라고 맞서면서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허일승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제주~인천간 여객선 화물과적 의혹과 관련한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선고 기일을 11월12일로 정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기소당시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장인 이모(60)씨에 징역 3년, 당시 청해진해운 화물팀장인 박모(40)씨에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당시 세월호 선장이던 신모(49)씨에는 징역 2년, 오하마나호 선장이던 박모(53)씨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과거 세월호 화물의 하역을 맡았던 D해운 대표 김모(63)씨에는 징역 3년, D해운 이사인 오모(55)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C통운 제주지사장인 강(52)씨에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제주도항운노조와 해운조합 관계자들에게도 무더기로 실형을 구형했다.
제주항운노조 제주도지부장 전모(57)씨에 징역 5년, 당시 노조 사무장인 명모(55)씨에는 징역 2년, 하역반장인 강모(59)씨에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구형했다.
당시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장이던 오모(55)씨는 징역 2년, 운항관리자인 장모(49)씨와 임모(34)씨와 김모(33)씨는 각각 징역 1년6월, 정모(33)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청해진> 화물 관련 서류에 적재톤수 축소 혐의…변호인측 "본사 명령에 따랐을 뿐"
청해진해운 제주본부장과 세월호 선장 등 선사측 인사 4명은 화물 관련 서류에 적재 톤수를 축소해 더 많은 화물을 실고 이를 허위로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2011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이들이 222차례에 걸쳐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화물을 과적한 후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해진해운 소유의 세월호의 최대 적재한도는 1077t, 오하마나호는 1087t이다. 검찰은 선사측이 한도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2.5배의 화물을 싣고 운항에 나선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중량 확인 가능한 삼다수(생수) 등의 실제 선적량을 토대로 최소 무게로 추정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화물까지 포함하면 실제 과적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선사측 피고인들은 과적사실을 일부 인정했지만 이는 본사차원에서 이뤄졌을 뿐 청해진해운 제주지사에서는 과적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들은 "지사장은 세월호 화물의 무게톤수 개념조차 잘 알지 못했다"며 "화물 계약 자체를 본사에서 진행하는 만큼 지시에 따랐을 뿐 과적을 요구하거나 은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장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주장하는 최대적재와 복원성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복원성에 위험을 가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고 화물 고박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역회사>항운노조와 돈거래 과적 공범 혐의…변호인측 "화물과적 사실조차 몰라"
하역회사는 선박에 화물을 과적하고 적하운임목록 등 관련 서류의 화물적재 톤수를 일치되게 축소하는 등 공범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적하운임목록은 청해진해운이 설치한 프로그램을 통해 하역회사 담당자가 화물의 종류와 무게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이 목록이 축소 기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역회사는 적하운임목록을 토대로 항운노조 현장반장과 확인하에 하역회사가 항운노조에 지급해야할 임금 규모 등을 산정해 기재한 노임전표를 발급한다.
D해운 대표 김씨의 경우 항운노조 위원장 전씨와 2009년 6월부터 2013년 9월까지 회사 자산을 담보로 수억원의 돈거래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편의제공을 위한 대가성으로 봤다.
변호인측은 적하운임목록은 선사측 프로그램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으로 화물 축소여부를 하역회사에서 알수도 없고 알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선사측과 계약에 의해 정산을 진행할 뿐 업무방해의 주체가 될 수 없고 화물 과적을 위해 순차적 공범으로 가담한 증거나 이유도 없다고 맞섰다.
D해운 대표의 돈거래에 대해서도 "회사담보시 이미 이사진의 동의를 받았고 변제는 물론 이자 2000만원까지 지급했다"며 "청탁의 대상도 아니고 과적과 관련도 없다"고 강조했다.
#<항운노조>항만노무독점 공급권 부당이용 혐의…변호인측 "증거도 없고 입증도 안돼"
검찰은 화물톤수 축소 기재가 항만노무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항운노조와의 사전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항운노조는 현장반장이 화물을 배에 싣거나 내릴 때 하불목록을 작성한다. 이는 하역회사와의 임금 산정의 근거로 쓰이는 서류다. 일반적으로 항운노조는 무게가 많은 것을 적용한다.
방식은 항운노조 현장반장과 하역회사 담당자의 상호 확인으로 이뤄진다. 하불목록이 작성되면 하역회사는 이를 토대로 항운노조에 노임전표를 발급한다.
항운노조위원장 전씨의 경우 하역회사 대표 김씨와 수년간 돈거래를 하면서 금전적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과적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을 폭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변호인측은 범행을 공모하거나 가담한 사실이 없고 화물 축소 기재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오하마나호의 적재한도와 복원성 문제 자체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의 경우 “선사와 하역회사, 항운노조간 순차 공모는 전혀 없었고 하역회사 대표간 금융거래는 세월호 사건 이전에 완결됐고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말했다.
#<해운조합>과적 등 안전점검 없이 출항허가 혐의…변호인측 "화물 과적 확인 주체 아니"
선박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운항관리자들은 화물란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만을 받고 안전점검 없이 출항을 허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사측 선장이 알려주는 화물량을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적고 자신들이 선박의 과적을 실질적으로 점검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항운노조와 하역회사, 선사측의 화물량 축소와 허위보고를 묵인한 채 안전점검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해운조합 관계자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변호인측은 "해운조합이 다른 피고인들과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며 "잘못이 있다면 과적운항을 성실하게 확인하지 못한 수준일 뿐 업무방해까지 적용할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만재흘수선을 초과해 운항을 허가한 사실이 없다"며 "검찰의 적용한 업무방해는 정치적으로 자의적인 해석이다. 무리하고 지나치게 확대해 기소한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광주고법 사건의 선고 결과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선고공판은 11월12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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