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개 부처 합동으로 '노사정위원회 협의와는 별도로 노동 개편을 독자 추진하겠다'며 11일 기자 회견을 한 것을 두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朴정부, 노동시장 개편 '마이웨이' 선언)
특히 고용노동부 국정 감사를 고작 2시간가량 앞둔 시각에 '독자 입법 추진'을 선언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의 강한 질타가 국감장에서 이어졌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날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소속 김영주 환노위원장은 "국감을 앞두고 정부가 국회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 입법 추진을 발표한 것은 국회를 무시한 것이다. 노사정위원회가 결렬된 것도 아닌데 정부가 입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 지적대로 노사정위원회는 정부-여당에 제시한 시한(10일)과 상관없이 현재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10일을 시한이라고 말하는 정부가 어느 정부인지 궁금하다"면서 협의 주체들은 결정한 적이 없는 시한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을 상대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노동부 총독부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들러리인가, 노무 담당 이사인가"라고 이 장관을 몰아세웠다.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국민을 대표해 정부가 노동개편 일방 강행을 발표한 점에 대해 노동부 장관의 명백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더는 국감을 추진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이 의원, 우 의원 말고도 은수미·한정애·장하나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 장관의 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野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최경환 부총리의 들러리인가"
새누리당은 정부 '비호'로 일관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노사정위의 논의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정부가 판단해 발표한 것을 입법부가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격돌하자 김영주 위원장은 이 장관에게 마이크를 넘겨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이 장관은 오전 기자회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만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결국 새정치연합 위원들은 "더는 들을 필요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며, 이에 따라 환노위 국감은 시작 50여 분만에 정회돼 오전 감사는 사실상 파행됐다.
여야는 오후에는 정상적인 감사를 진행하기 위해 회의 속개를 결정했지만, 이 장관은 끝내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우원식 의원은 "이 장관의 사과가 있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국감에 임하는 것은 증인·참고인에 대한 예의, 산적한 노동현안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라면서 "장관의 무례함과 불통에 대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노동계 "대화 예의가 아니다…협박·회유만 난무"
노사정위 참가 조직인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자신 있으면 실행에 옮겨보시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은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고 협상 주체들이 시한을 정한 일이 없는데 시한 운운하는 것은 대화자로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 "더군다나 정부-여당이 입법을 추진하려는 내용 중에는 비정규직 관련법 등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 관련 기사 : 비정규직 위한 개혁? 현대차만 '흐믓', 교사, 기자도 파견직으로…'평생 파견'도 가능!)
민주노총도 "노사정위가 정부 단독의 노동개악 강행에 꽃길을 깔아주는 들러리"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9월 14일 개악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위 합의를 종용하는 오늘 최경환 부총리의 입장은 한국노총에 두 무릎을 다 꿇으라는 최후통첩"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 추진 방식은 이렇게 협박과 회유가 난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