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일원이자 당내 계파상 친노로 분류되는 최인호 혁신위원(부산 사하갑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 위원은 10일 오전 국회 기자 회견장 앞에서 준비해온 '이해찬 총리님께 드리는 글'을 읽었다. 최 위원은 글에서 "친노와 비노의 싸움을 종식시킬 계기를 만들어 달라"며 "'친노-비노의 싸움을 없애라는 당원과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백의종군하겠다. 당에 저의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이 전 총리의) 선언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특히 "당장 한 석이 아쉬울 내년 총선, 세종시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누를 후보가 총리님 말고 어느 분이 계시겠느냐"면서도 "그러나 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있겠지만 '총리님의 한 석'보다 '우리 당의 열 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는 것이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고 거의 명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다.
최 위원은 "계파 싸움의 악순환을 끊는 마중물이 되어 달라", "친노와 비노의 싸움을 종식시킬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거듭 요구하면서 "총리님부터 시작해 달라. 총리님의 결단만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출부터 시작돼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커져만 왔던 고질적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이 전 총리의 위상에 대해 "총리님은 누가 뭐라고 평가하더라도 '친노'의 제일 큰 어른이시다"라며 "억울하시겠지만, 국민들은 총리님을 '친노의 수장'으로 알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해 오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존경과 지지를 받았었고, 질시와 투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노무현 의원실 비서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낸 '자타 공인 친노'다. 이날 최 위원 스스로도 기자들에게 "(언론에서 저를) 평가하실 때 친노로 평가하지 않느냐"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그런 그가 '이 전 총리가 친노 수장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회견문 낭독을 마친 최 위원은 이같은 입장이 혁신위 내에서 공유된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것은 개인적 입장"이라며 "혁신위원들과 논의하지는 않았고 (회견 사실도) 조금 전에 알려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 위원의 '개인적 입장'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밝힌 입장에서 '김상곤 혁신위'와 문재인 대표로 상징되는 아른바 '친노 그룹' 양쪽의 일치된 이해관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전날 '김상곤 혁신위'의 10차 혁신안이 당무위를 통과해 오는 16일 중앙위를 앞두고 있고, 문재인 대표는 별도의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외에 이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에도 대표직을 걸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혁신안 부결되면 대표 물러나겠다") 혁신안 통과와 문 대표 재신임을 놓고 '김상곤 혁신위'와 문 대표 측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김상곤' 양자가 살아남기 위해 이 전 총리 등 '친노' 가운데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부분을 도려내려는 것 아니겠냐는 풀이도 나올 법한 상황인 것. 실제로 최 위원은 회견문 낭독 후 기자들에게 "문 대표가 재신임이라는 결단을 내렸지 않느냐"며 "일반 당원에서부터 높은 직위를 갖고 계신 분들, 당을 책임졌던 모든 분들에게 이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총리 외의 다른 이들에 대한 불출마 요구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제가 오늘 말씀드린 것이 첫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열어놨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최 위원의 입장 표명에 선을 긋고 있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문 대표 측이 최 위원의 회견 내용을 미리 알았는지에 대해 "전혀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표가 최 위원의 제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묻자 "대응할 계획이 없다"며 "혁신위 전체 입장도 아니고 개인 입장 아니냐"고 했다. 이 전 총리 측 역시 "대응할 계획이 없다"며 "개인적 의견들에 어떻게 일일이 다 대응하겠나"라는 반응이다.
한편, 최 위원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혁신위 활동을 '제도 혁신에만 치우쳤다'고 비판한 데 대해 "혁신위는 제도의 문제뿐 아니라 제도 밖의 문제도 많이 제기했고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혁신위가 제도적 혁신에만 치우쳐 있다'고 말한 것은 '왜 사람의 문제는 제기하지 않느냐'는 말씀으로 받아들인다"며 "(이 전 총리에 대한 결단 요구는) 안 전 대표의 충정어린 고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안 의원을 찾아뵙고 안 의원이 말하는 혁신안과, 특히 사람의 문제라면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누구인지 듣고 혁신위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안 의원이 생각하는 '정풍 운동'의 구체적 내용이 뭔지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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