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명박식 '국민성공'…여전히 기대됩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명박식 '국민성공'…여전히 기대됩니까?

[기자의 눈] "따라오는 사람만 성공한다"는 인식으로는…

오래된 영화 한 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자. 지난 1988년 개봉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성공시대(감독 장선우)>다.

오직 '경제적 성공'만이 유일한 덕목으로 인정받던 개발 만능주의 시대, 가진 것 없는 주인공 김판촉(안성기 분)은 인공감미료를 생산하는 대기업에 취직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그는 결국 '성공'의 정점에서 좌천되고, 목숨마저 잃게 된다.

다시 도래한 '성공의 시대'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주인공 김판촉의 귀기어린 독백은 당시 어린 나이였던 기자의 눈에도 섬뜩해 보였고, 그가 결국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성공시대'가 도래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화려한 등장을 통해서다.
▲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공시대>의 한 장면. ⓒ프레시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이명박 당선인의 홍보문구는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였다. 모 카드회사의 상업광고를 연상케 하는 이 카피는 '경제적 불안감'에 지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고, 결국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대선승리를 거머쥐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성공'에 대한 반복적인 메시지는 이명박 당선인 본인과 인수위원회의 단골 메뉴였다. 이 당선인은 국민들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른바 '도우미 정부'가 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도 "함께 가요, 국민성공시대"로 정해졌다. 취임준비위의 박범훈 위원장은 "국민 모두가 성공하는 사회로 나아 가자는 당선인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내는 슬로건"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성공'의 전제는 '이명박식 편가르기'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들을 성공시켜 주겠다는 데 억지로 몽니를 부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성공'의 의미에 대한 논란을 논외로 하더라도 대기업 등 경쟁력 확보가 용이한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파이를 먼저 키우겠다는 그 성공의 방식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선인은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가진 무역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나서면 기업만 더 힘들어진다"면서 "정부가 용을 쓰면 뭐하겠느냐, 기업에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전경련, 중소기업연합회 등 각종 경제단체들과 빈번한 만남을 갖고 밀착도를 과시한 후였다.

반면 민주노총과의 만남이 무산된 지난 29일 이 당선인은 대신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이기도 한 GM대우 부평공장을 찾았다. "GM대우가 노사 화합의 모범사례이기 때문에 찾았다"는 설명도 따라 붙었다.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비즈니스 프랜들리(친기업)에는 노동자와 기업인이 다 함께 있다"고 했었다. "노동계를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지만, 역으로 노동계 역시 자신의 친기업 정책을 수용하라는 뜻으로도 읽힌다는 지적이다.

태안 기름유출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을 언급하면서 "노동자들이 저렇게 자원봉사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꾼다면 그 기업이 10% 성장하는 게 뭐가 어렵겠느냐"는 발언도 나왔었다.

대선 이후 각종 경제단체들과는 밀착도를 높여가고 있는 반면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하는 이런 노골적인 '편 가르기'는 향후 5년 동안 이어질 '이명박 시대'의 한 징후다.

반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하면 된다"?
▲ ⓒ프레시안

게다가 지금까지 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행보를 보면 "따라오는 사람만 성공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마저 읽힌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이나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등을 둘러싼 각종 사회적 문제제기는 모두 "반대를 위한 반대", "역주행"으로 치부하는 대목이 단적인 예다.

게다가 요즘 이명박 당선인은 요즘 '하면 된다(Can do)' 정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 당선인은 지난 달 31일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람들은 '해봐라, 그래도 안 된다'고 하는데 난 '해 봐라, 안 된다'는 것을 거역하면서 살아 왔다"면서 "해 봐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간사단 회의에서도 이 당선인은 세계경제를 둘러싼 각종 악재를 언급하면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노사가 화합하고 사회가 모두 해 보자고 하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를 갖고 나가야 한다"면서 "긍정적, 적극적 사고를 갖고 나가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인수위 차원에도 '7% 경제성장'이라는 애초의 목표를 "올해는 6% 성장"으로 하향조정했음에도 이 당선인은 "'안 된다, 힘들다, 세계가 힘든데 되겠느냐'면서 목표를 계속 하향조정하면 뜻을 이룰 수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정책 추진방식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도우미 정부? '야전사령관'의 채찍질에 가깝다

대선 직전 이뤄진 정두언 의원과의 인터뷰에서 이 당선인의 이같은 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물었던 적이 있다. 정 의원은 최근에도 막후에서 조각 등 핵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의 최측근 인사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사회가 뭔가 확 뒤집히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그건 <프레시안>의 시각일 뿐"이라고 일축했었다.

그는 "국민들이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불도저로 밀어 붙인다고 하는데 이명박 후보는 굉장히 점진적으로 바꾸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확 바뀌는 게 아니라 지나가고 나면 바뀌어 있는 그런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부인과는 달리 이 당선인와 인수위의 정책들은 내 놓는 것마다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반대론'을 '성공'을 가로막는 걸림돌 정도로 일축하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어떤 협상이나 토론도 없이 "너희들이 생각을 바꿔라"는 식의 강요로 귀결된다.

"나만이 옳다"는 오만은 결국 독선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이 당선인은 살가운 '도우미'라기 보다는 경제적 성공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채찍질을 아끼지 않는 '야전 사령관'에 가까워 보인다.

과연 이런 '채찍질'을 달게 받을 사람들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