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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공천 내전', 갈등이냐 봉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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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공천 내전', 갈등이냐 봉합이냐

최고위 "공천기준 탄력적용"…박근혜계 집단모임

한나라당의 공천갈등 진행상이 '엎치락 뒤치락'의 연속이다. 31일 정오에 열린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공천위원회의 전날 결정을 번복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공심위는 '부정부패로 인해 벌금형 이상을 받은 자는 공천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는 공심위 결정의 근거가 됐던 당규 3조 2항 자체를 손대지 않기로 했고 '공심위를 향한 권고'라는 애매한 형식을 취해 불씨가 완전히 사그러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해 박근혜계 의원들이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지하에서 회합을 갖는 등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이고 공심위도 오후 3시에 긴급 회의를 소집해 놓고 있어 이날이 '갈등 증폭이냐 봉합이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벌금형까지는 봐줘야"

최고위원회의에 배석했던 나경원 대변인은 "최고위원들이 회의를 통해 당규 3조 2항 조항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이 있기에 탄력적이고 유연한 해석을 공심위가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참조의견으로 공심위에 제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날부터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강재섭 대표는 이날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정작 본인은 당사에 출근하지도 않았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사전에 접촉을 갖고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를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 안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지난번 공심위 결정에 대해 서류접수조차 거부하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며 "특히 예컨대 징역형 이상은 전과조회에서 그대로 선출되지만 벌금형은 범죄 경력조회에서 사실상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접수조차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부패전력자 공천불허 논란과 관련 강재섭대표가 이틀째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31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친박근혜계' 의원 모임에 참석한 박 전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안 원내대표는 "서류심사가 필요하기에 서류접수조차 거부하다고 결정된 데 대해서는 공심위가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심위가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서류를 접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원칙'을 주장했던 자신의 기존 의견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다.

박근혜계 김학원 최고위원은 아예 "당규 3조 2항이 사실상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성과 소급효의 문제가 있고, 3조 2항은 자격조항이고 9조는 부적격, 적격 여부를 따지는 조항인데 이 둘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금고 이상으로 제한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벌금형을 받은 김무성 최고위원 등은 공천배제 대상에서 예외가 돼야 한다는 주장.

이명박계 전재희 최고위원도 "부정비리를 방지하는 것은 대명제이고 국민의 뜻이지만 형식 논리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공심위에 유연한 해석을 주문하면서도 "그러나 이런 것은 공심위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다"고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나경원 대변인은 "당규를 변경하지는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유연한 적용을 하라는 것이다"고 풀이했다. 이는 자신이 당규 제정에 앞장섰다가 이제와 '유연한 적용'을 주장하고 있는 강재섭 대표의 처지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결과는 최고위원회의 결의사항이냐. 공심위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나 대변인은 "공심위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참조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나 대변인은 "이 자리에 참석한 정종복 사무부총장, 이방호 사무총장 등을 통해 전달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도서관 지하회의실에서는 박 전 대표 계열 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가졌다. 여의도연구소장 자격으로 최고위원회에 배석했던 서병수 의원은 참석자들에게 "징역형 이상만 공천 신청자격을 주지 않겠다고 하더라"면서 "(공심위 간사인) 정종복 사무부총장에게도 확인했다"고 전달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 전 대표 계열 의원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지만 한 의원은 "공천문제는 이제부터 시작 아니냐"면서 "앞으로도 엎어치고 메치고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누구한테는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누구한테는 단단하게 적용하겠다는 이야긴가"라며 최고위원회의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기자들의 참관이 허락된 동안 박 전 대표는 자기 자리 앞에 놓인 방송사 무선마이크를 직접 치우면서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혜훈 의원은 "오후 4시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브리핑하겠다"면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시켰다.

박 전 대표 측이 당장 탈당을 결정하기는 여러모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 수준의 절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아보이진 않는다.

또한 사태가 어떤식으로 귀결되던지 간에 '개혁 공천'을 강조해온 한나라당은 물론 "떼법은 없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이명박 당선인의 권위 손상도 불가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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