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현상이 무서운 이유는 여름철에 주로 창궐하는 조류는 남조류(Blue green algae)로 남조류 중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란 종으로 이것이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란 맹독성 물질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주로 간질환을 일으키고 미량이라도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로 4대강에 이러한 독성물질을 방출하는 남조류가 대량으로 증식을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4대강 중에서 낙동강의 녹조현상이 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낙동강이 바로 1,300만 시도민의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1,300만 시도민의 식수원 낙동강에서 미량으로도 치사량에 이른다는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남조류가 대량으로 증식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식수 불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핸 한강에서도 녹조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고, 곧바로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 안전 문제로 부각되면서 서울시는 그 원인으로 지목받는 신곡수중보를 둘러싼 여러 논의들을 진척시키는 등 발빠른 조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식수원에서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숙주가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일 진데, 이 나라의 수질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의 이에 대한 대처는 안일함을 넘어 꼼수마저 부리고 있는 듯하여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말이다.
실지로 서구에서는 녹조 현상에 의한 맹독성 물질에 의해 물고기, 가축, 악어 등등의 폐사에 이어 사람까지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그 맹독성 물질은 어류의 몸속에까지 농축이 되고, 심지어 이웃 일본에서는 녹조가 핀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까지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연구결과가 있다. 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가.
맹독성 물질 불검출의 꼼수
환경부 산하 낙동강물환경연구소에서 매주 조사 분석하는 조류에 대한 분석자료를 보면 조류의 종류와 개체수가 잘 나와 있고, 그 중 한 항목이 마이크로시틴의 검출 유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낙동강 원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매번 '불검출(ND)'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녹조 문제가 전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정작 문제가 되는 독성물질은 불검출로 나온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간 환경단체의 우려가 너무 과장됐다는 말인가? 그럼 왜 녹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수 없듯이 마이크로시스틴 불검출에는 심각한 꼼수가 도사리고 있었다.
녹조가 창궐했을 때 낙동강 원수에서 이른바 표준공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조사하면 거의 100%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다. 그런데 환경부 조사에서는 대부분 불검출로 나왔다. 왜? 그것은 환경부가 낙동강 원수조사에서 이른바 표준공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준공정이란 것은 강물을 채수를 해서 그 안에 든 조류 알갱이와 강물 속에 용해되어 있는 독성물질을 함께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환경부의 조사 방법은 조류 알갱이는 싹 걷어내고 강물 속에 용해되어 있는 독성물질만 검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국민 사기극이자, 실로 위험한 조사방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녹조가 핀 강물과 접촉할 때는 조류 알갱이가 강물 표면에 떠오르기 때문에 그것을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류 알갱이들을 싹 걷어내고 검사한다는 것은 그 결과가 뻔할 뿐이다.
녹조가 그렇게 심각한데도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불검출로 측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조류가 죽을 때 더 많은 독소를 내뿜는다는 김좌관 교수(부산가톨릭대학교 환경공학과)의 의견을 참고로 한다면 환경부의 검사기법은 완벽한 꼼수이자 대국민 사기극인 것이다.
이 어이없는 꼼수에 대해서 낙동강물환경연구소 연구원에게 기자가 물었다. 왜 표준공정을 지키지 않느냐고?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정수와 달리)원수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의 표준공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물 속에 용해된 독소만 분석하면 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따로 없다.
기준치의 200배가 넘는 수치가 나와
지난해 가을 방영된 KBS <추적60분>의 "가을 낙동강, 녹조는 사라졌는가"편을 참고해보면, 환경부가 명백한 꼼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본 방송에서는 환경부의 분석 방법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남조류 독성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가이드라인에도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최종가이드라인은 1㎍/ℓ로 하며 이것은 물과 (조류)세포 속의 농도를 합친 것이다"고 명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상수도사업본부의 마이크로시스틴 분석 방법과도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국내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표준공정으로 조류 독소를 분석한다. 방송에 출연한 대구시와 부산시의 상수도사업본부의 연구원은 동일하게 "조류가 포함된 물을 함께 분석한다고 보면 된다"고 증언했다.
더군다나 표준공정으로 검사해서 나온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의 원수에 대한 검사결과는 WHO에서 정한 기준치(1㎍/ℓ)의 무려 200배가 넘는 수치(219㎍/ℓ)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결과가 이러한데도 표준분석 방법이 없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환경부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을까? 환경부의 이런 안일한 태도는 또 지자체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시민들은 또다른 위험에 노출된다.
환경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자체는 그대로 배우게 되고
대구 달성군은 녹조가 창궐하는 강에서 위험천만하게도 뱃놀이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대구환경운동연합의 "녹조현상이 극심한 한여름만이라도 유람선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어떠한가"라는 제안에 도리어 쾌속선까지 도입하는 배짱을 보이고 있다.
달성군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해명 근거가 바로 환경부의 마이크로시스틴 불검출의 꼼수에 기인한다. 달성군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불검출로 나왔기 때문에 유람선 운항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28일 방한한 일본의 조류전문가들은 낙동강에서 채수해서 현장에서 분석한 조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로 맹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종이라고 정확히 밝혀주었다. 일본의 조류전문가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환경부의 조사는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환경부 조사를 차용해서 뱃놀이사업을 벌이는 대구 달성군의 어이없는 행정은 '식수원 낙동강지키기 시민행동'의 주장처럼 규탄받아 마땅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욱 교수(서울대명예교수)는 말한다.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국토부나 환경부는 하루 빨리 큰비나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처럼 한 여름만 지나면 된다는 무사안일로 일관하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수생태계의 안전을 우선 책임져야 할 환경부가 어떻게 이런 안일한 판단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이것은 책임의 방기이고, 더 나아가 국민안전을 볼모로 도박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가가 나서서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줘야 달성군의 뱃놀이사업과 같은 황당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녹조 문제 해결은 보의 수문을 활짝 여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국민 스스로가 판단해야 한다. 녹조가 창궐하는 강물은 가급적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낚시라든가, 뱃놀이라든가, 강변의 산책 같은 일반적은 활동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대증요법식 대응일 뿐이고, 이 심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녹조가 피지 않는 강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강을 강답게 만들어주면 된다. 원래대로 흐르는 강으로.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대안은 일단 4대강 16개 보 수문을 활짝 열어놓는 일이다. 4대강 16개 보에 갇힌 물은 현재 쓸 용도가 별로 없다. 가뭄지역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쓸 수가 없고, '고인 물은 썩는다'만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이다." 김좌관 교수의 말이다.
그렇다.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 아니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보를 철거하는 것. 이것 외에는 낙동강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없어 보인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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