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을 겪었다.
9월 첫날 하루 동안 선진국과 신흥국의 증시가 평균 3% 이상의 급락을 치렀다. 미국 다우존스가 -2.8%,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각각 -2.4% 등 폭넓게 하락했다.
그러나 다음날 2일 세계 증시가 뜻밖에 하루 만에 다시 안정을 찾았다. 어제의 증시 폭락이 투기꾼의 바보스러운 도박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미국 증시 폭락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타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시기 논쟁이 예상대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1주일 전 미국 경제계의 여론 조사 결과는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50대 50이었다. 그러나 9월 1일 미 증시가 한때 550포인트까지 폭락하는 와중에 표출된 미 언론의 다수는 9월 금리 인상 연기를 주장하였다.
미 연준은 9월 16~17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까? 한다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약 2년 전 당시 미 연준 의장 버냉키의 적절치 못한 양적 완화 정책 점진적 중단(Tapering) 발언으로 발생한 국제 금융 시장의 대혼란과 같은 파괴력을 가져올 것인가?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상을 해도 겁낼 것 없다"고 주장하는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전 세계은행 애널리스트)에게 물었다. 이번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이루어졌다.
전희경 : 지난주 '블랙 먼데이'의 만 1주일이 되는 9월 1일 세계 증시가 또 한 번 크게 요동을 쳤습니다. 어느 정도 심했나요?
박영철 :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1일 미국 증시는 한때 560포인트까지 급락했다가 469.68포인트(2.8%)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은 각각 2.4%, 2.4%, 그리고 3.1% 하락하고, 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도 각각 3.8%, 1.4% 급락했습니다.
전희경 : 9월 1일 중국 증시는 오히려 1% 미만의 하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증시가 요동친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영철 : 지난 8월 24일의 세계 증시 폭락은 며칠 전에 있었던 8%가 넘는 중국의 증시 폭락이 직접적인 도발점이 됐다는 분석이지만, 이번 경우는 중국의 실물 경제 지표가 매우 나쁘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경기 위축 신호인 50 이하인 49.7로 발표되었는데 이 수치는 지난 2012년 8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전희경 : 다행히 어제 폭락했던 세계 증시가 오늘(2일) 다시 상승하거나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위 차트를 보면 이번 세계 증시의 폭락이 시작한 8월 21일 이후 두 번에 걸친 대폭락을 겪었지만 9월 2일 현재 거의 모든 나라가 많이 회복했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지적입니다. 이번 세계 증시의 격동이 일시적일 것이란 예측이 맞을 가능성이 커진 셈입니다. 물론 아직 결정적인 결론을 내릴 상황은 아닙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주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왜 이런 세계 증시의 요동이 발생했으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해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니까요. 농담이 아닙니다. 80여 년 전에 주식 투자로 제법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진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주식 시장은 바보들의 카지노다"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금융 투자 칼럼니스트 앨런 슬론은 "초고속 거래(High Frequency Trade, 초단타 매매로도 번역한다)'가 하루 총거래의 20%를 차지하는 미국 증시에는 '합리성'이 자리할 수 없다. 주가가 올라가면 더 올라가고 내려가면 더 내려가도록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일반 투자자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주식 시장의 '군중 심리(Herd Psychology)'는 아직도 낙후한 중국 증시에는 남아 있지만, 선진국 특히 미국 증시에서는 초고속 거래가 이 개미 투자가의 '군중 심리'를 대신한 지 오래라는 말입니다.
가장 놀라운 일은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이번 세계 증시의 요동을 중요한 변수로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미 연준이 이 변수의 중요성을 어떻게 가늠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미 경제계 여론은 도박성과 투기성이 난무하는 증시의 요동을 미 연준의 금리 정책과 연결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관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전희경 : 그러면 미 연준이 이번 9월 17일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나요?
박영철 : 지난번 인터뷰 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51%라고 말씀 드린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는 70% 이상이라고 봅니다. 지난주에 잭슨홀에서 캔자스 시의 미 연준 은행이 주최하는 경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9월 금리 인상 문제를 중심으로 의견이 분분했다는 소식입니다. 연준 회의에서 의견이 분분한 경우는 보통 기존의 정책이 확정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9월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말입니다.
전희경 : 미 경제계의 의견은 9월 금리 인상 연기파와 찬성파로 갈리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철 : 우선 금리 인상 연기파의 주장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9월 금리 인상 조건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 목표치 2%가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2) 현재 진행 중인 달러 강세 현상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수출에 타격이 오고 미국 대기업의 이윤이 감소할 것입니다. 3) 최근 개선 기미를 보이는 미 노동 시장도 앞으로 지속적인 임금 상승과 생산성 향상을 보장할 수준은 아닌 매우 취약한 상태입니다.
전희경 : 반대로 9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찬성파의 논리는 어떤가요?
박영철 : 1)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즉 중기 목표치 2%에는 미급하지만 1.3%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고 노동 시장의 개선과 경제 성장률 2.5% 수준은 만족할 만하다고 봅니다. 2) 미 연준이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주장합니다.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지 미국 경제가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3) 만약 이번에도 약속을 어기는 경우 미 연준의 국제적 신뢰도는 큰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며 자칫 '양치기 소년'이란 오명을 얻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합니다. 4)끝으로 미 연준이 9월에 금리 인상을 하거나 12월에 금리 인상을 하거나 그것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3개월의 시차가 문제를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며 그렇다면 9월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합니다.
전희경 : 교수님이 9월 가능성을 높이신 이유라도 있는지요?
박영철 :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주에 있었던 캔자스 시 미 연준 은행이 주최한 경제 심포지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고 하지만 다수가 9월 인상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본 점입니다.
두 번째 이유가 더 중요한데 이 회의에서 강조한 내용은 이것입니다. '금리 인상의 시기는 별 의미가 없다. 첫 번째 금리 인상 후에 어떤 조치가 따를 것인가? 이것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9월에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나서 미국 경제의 반응을 참조하면서 추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9월 금리 인상의 미국 경제가 다시 비틀거리거나 노동 시장이 침체해지고 인플레이션이 더 내려가거나 하면 언제고 다시 QE4(양적 완화 4)를 실시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장담하는 통화 정책의 '정상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선언인 셈입니다.
끝으로 9월이나 12월 금리 인상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전혀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9월 인상 가능성에 더 큰 점수를 줍니다.
전희경 : 마지막으로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상을 해도 겁낼 것 없다는 주장을 하시는 근거가 무엇인지요?
박영철 : 대단한 주장도 아닙니다. 한국 언론 등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치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기에 그렇게 겁낼 것 없다고 보는 제 관점을 표현한 것입니다. 제 주장은 간단합니다. 미 연준의 9월 기준 금리 인상은 잘 해야 0.25%인데 '기습'이라는 변수가 없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는 별로 크지 않고, 만약 그 파괴력이 큰 경우는 미 연준이 곧 바로 정책 괘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겁낼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의 루뱅(Louvain) 가톨릭 대학 경제학과에서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습니다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국제경제학 교수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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