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제곱미터의 박래군
그의 옥중편지를 꼼꼼히 읽는다.
인권운동가의 5.04제곱미터 독방에선 풀벌레가 그의 인권과 교감하는 살아있는 유일한 존재다. 500일 만에 '세월호를 잊지 말자 호소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일'은 이제 조롱받는 것을 넘어 인신 구속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한 행위가 되었다. "영혼을 파는 사람은 되지 말자"라는 자의식에 가까운 상식을 지닌 보통 사람 박래군이 지금 옥중에 있는 이유다.
인권과 생명을 놓고서 법리적 해석 이상의 존엄을 지니지 못한 시대에 '사람으로 서로 존중하며 사는 일'은 비범한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6일부터 500일 동안 광화문, 팽목항, 안산뿐 아니라 맹골수도 바다 한가운데서 그가 되살린 이 시대 '장소와 기억의 사회학'은 1.5평 안에서도 확장을 멈추지 않는다. 아니, 이미 그는 30년을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
인권이 유린되는 수많은 절망의 현장에서 목격한 박래군의 연설은 한 세기를 앞서 살았던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의 판화를 연상시킨다. 절망의 끝자락에서도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인권과 연대를 호소하는, 희망의 형상들이다. 용접하며 잘라낸 공사장 쇳조각을 그가 머무는 독방의 철문으로 삼았다. 그를 구속한 이 '반역의 시대'도 이 쇳조각처럼 잘라낼 때가 되었다.
"박래군을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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