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보면, 제가 지난번 구청장 선거를 해 보니까 국민은 투표하러 온다는 사람이 10%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다 당원이더라"라며 "현재 하는 식은 당원 선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또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저는 시기적으로 좀 늦다고 본다"며 "내년 4월에 출마하고자 하는 신인들이 지역에서 정확하게 자기를 알리려면, 예비후보 등록을 최소 1년 이상 해서 지역 국회의원 이상으로 활동할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해서 결정해도 총선까지 6개월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 의원도 이에 대해 "오픈 프라이머리가 제대로 되려면 의장 말대로 상시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즉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에 대해 정 의장은, 첫째, 낮은 참여율이 걱정되고, 둘째, 당장 내년 총선부터 도입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비판한 셈이다. 실제로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일반 유권자 참여도가 낮을 경우, 기성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이날 면담 자리는 지난 26일 소선거구제 폐지와 중선거구제 또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의 개편을 주장한 안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의 제안을 포함한 더 폭넓은 논의를 하게 해 달라며 정 의장을 찾아가 이뤄졌다. (☞관련 기사 : 안철수도 '거대 양당 체제, 이대론 안돼!')
안 의원은 면담에서 "양당에서 선거법 개정 관련 논의가 시작된 만큼, 의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논의의 물꼬를 틔워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장은 "중대선거구제를 하지 않는다 해도 그런 논의를 거치며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오늘 만남을 계기로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에게 말을 전하겠다"고 화답했다. 안 의원은 "시간은 아직 있다"며 "얼마 전 북한과 '무박 4일' 협상을 한 것처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는 밤을 새서라도 논의하면 지금 남은 시간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정의화,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이날 면담에서 정 의장과 안 의원은 정치개혁과 관련해 폭넓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안 의원은 정 의장이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한계에 대해 지적한 것을 받아 "단순히 현장투표만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당원투표와 다를 게 없다. 저희 당에서도 논의된 '안심번호' 등 다른 방법을 찾아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정 의장은 안 의원이 26일 주장한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 이는 자신이 지난 연말부터 강조해 온 지론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중대선거구제 플러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해야겠다고 했는데, 안 의원이 제 말에 대한 메아리를 주셔서 선배로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정 의장은 "사실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은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도 그렇게 얘기한다"고 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지난 26일 "제가 대표 때 절감했는데, 여론조사가 기본적으로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다"며 "(여론조사에서) 0.1%포인트 이겼다고 승리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라고 했었다.
정 의장은 안 의원이 말한 '안심번호' 방안을 여론조사 개선 방안으로 이해한 듯 "선거 전 일정 기간 동안 스마트폰 번호를 신고해서 선거구별로 (등록)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착신전환을 한다든지, 50대가 받아서 20대라고 거짓말하는 엉터리 조사는 덜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안 의원이나 저나, 세대는 차이가 있지만 같은 의사로서 우리가 가진 것은 결국 인본주의"라며 "물론 (안 의원은) 의사로서 일은 많이 안하셨지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면담 도중 취재진들을 둘러보며 "오늘 언론에서 많이 오셨다"며 "역시 대선후보"라고 안 의원을 추켜세웠고, 안 의원은 "별 말씀을…"이라고 웃음지었다.
안 의원은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당내 의견을 모아 달라고 정 의장이 당부한 데 대해 "오늘 의원총회에서 틈틈이 (당 소속) 여러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다들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 의장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태년 정개특위 야당 간사와 속깊은 고민 얘기도 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만나서 얘기했다"며 "문재인 대표도 이제 만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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