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승리' 건배사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선거 주무 장관으로 표현이 적절치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식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 의뢰했다.
김무성 대표는 2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의 건배사 논란에 대해 "좀 잘못된 일"이라며 "본인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굳이 변명하자면 ('총선 승리'의 주체가) '새누리당'이라는 말은 안 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모든 일에는 계기가 참으로 중요한데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로 국정의 청신호가 켜졌다"며 "새누리당은 1박 2일 연찬회에서 '노동 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을 완수하고 대한민국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모두 경제활성화에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환영한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노사정위가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속도전'을 주문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도 정기국회에서 '노동 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관련 법안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 역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선거 주무 장관으로 표현이 적절치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원 원내대표는 "(정 장관) 본인에게 확인해 봤다"며 "당정 간담회 전에 저녁 자리에 와서 식사하는데, 준비된 건배 제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갑작스레 건배 제의를 하라고 해서 플래카드 구호가 '4대 개혁', '총선 승리'라고 돼 있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원 원내대표는 "덕담하는 수준"이라고 정 장관이 해명했다고 전했다.
원 원내대표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야당에서 중앙선관위 조사의뢰 및 해임 건의까지 추진한다고 밝힌 데 대해 "당 차원에서 특별한 조치 계획은 없다"며 "상황을 봐야겠다"고만 했다. 그는 정 장관에게 자신이 직접 설명을 들은 결과 "저는 충분히, (그런) 상황 속에서 덕담 수준으로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최경환·정종섭 해임건의 및 검찰 고발도 검토"
이날 새정치연합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서 정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오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에 고발장을 접수했다"(유은혜 대변인)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나아가 정 정관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나 해임 건의, 검찰 고발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원내지도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두 장관의 발언과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두 장관의 해임 건의안, 탄핵, 검찰 고발 등 다각적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헌법 63조 1항은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65조 1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 형사소송법은 234조에서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237조에서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수석부대표는 "내년 총선이 공정할지 심각한 우려가 든다"며 "행자부 장관과 기재부 장관이 '여당 총선 승리'를 외치고 있다. 축구로 치면 경기 스태프와 스폰서가 짜고 치는 판인데 어떻게 공정한 경기가 되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식이 합법이면, 전 부처 장관이 '총선 필승' 하는 것도 합법, 당정청이 '필승 결의대회' 여는 것도 허용해 주어야 하나"라고 꼬집으며 "(새누리당이 한) '주어가 없다'는 식의 궁색한 변명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가 입을 닫고 침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는) 관권선거에 대한 미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훼손하고 관권선거 망령을 불러들이는 정부 각료들을 해임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문재인 대표 명의로 선관위에 공식 접수한 조사의뢰서에서 정 장관에 대해 "행자부 장관은 주요 선거를 진행할 때마다 인구 통계 등 선거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중앙선관위에 제공하고 공직자의 선거개입 행위를 신고하는 '공직비리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선거사범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청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 장관이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건배를 제안하며 자신이 '총선'을 외치면 참석자들은 '필승'을 외쳐달라고 한 것은 당연히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를 기원한 것으로 공직선거법 제9조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같은 의뢰서에서 최 부총리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당의 총선 일정에 맞춰 경제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경제 정책을 집권당의 경제 기조에 따라 운용하는 것은 정당정치제 하에서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하겠으나, 최 장관의 위와 같은 발언은 그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명백히 현행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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