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개선 TF(태스크포스)가 26일 발족됐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특별팀이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TF의 핵심임무는 일단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 등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앞날에 대해 상당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재계 5위의 재벌그룹에 걸맞지 않은 각종 추문을 드러내 국민적 반감을 산 롯데가 TF를 통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갈길이 멀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호텔롯데는 일본 자본이 거의 100%를 갖고 있는 한국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상장을 위해 일본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고, 상장 준비기간에만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으로 신동빈 회장이 진두지휘를 해온 롯데월드타워(제2 롯데월드) 사업을 내년까지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로 내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인허가 과정부터 시작해 현장노동자 추락 사망 사고 등 각종 사건과 사고, 부실 자재 사용 등 악재에 시달려왔다.
게다가 롯데월드타워는 사업계획 때부터 "롯데그룹의 전성기는 롯데월드타워 착공 시기가 될 것이고, 롯데월드타워 완공 시기가 롯데그룹의 위기가 본격화될 시기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소문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런 소문의 근거는 단순히 롯데그룹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특혜를 받아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시기와 질투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초고층빌딩의 저주'라는 유명한 가설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 소문을 '미신'이라고 치부하지 못했다.
롯데월드타워 사업비 증가와 부동산 침체기 맞물리면...
2010년 10월 롯데그룹이 국내 최고(最高)층인 123층 롯데월드타워를 착공한 이후 갖가지 인사 사고가 이어지고, 건물 안전성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조금씩 회자하더니 이번 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초고층 빌딩의 저주'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 간의 사례를 분석해 '경험적 입증'이라는 근거를 가진 가설이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초고층 빌딩 건설은 호황기의 절정일 때 추진돼, 막상 완공될 쯤이면 불황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기업이 무너질 정도로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들어설 때 대공황이 시작됐고,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 시어스타워가 들어설 때 오일쇼크가 닥쳤다.
최근 사례로는 아랍에미리트의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가 있다. 이 건물은 완공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시행사가 국영기업인데도 파산위기에 몰렸다.
롯데월드타워 건설에는 각종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당초 예상한 사업비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해지는 반면 롯데월드타워의 분양가는 점점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금 회수가 제대로 안돼 롯데그룹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측이 현실이 된다면, 롯데월드타워는 신동빈 회장의 최대업적이 아니라 신동빈 회장에게 큰 타격을 안길 악재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은 571m 높이 115층의 글로벌비즈니센터를 2020년까지 짓겠다면서 무려 10조 원 넘는 돈을 들여 한전부지를 산 이후, 주가폭락과 국내외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불길한 흐름에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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