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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엔 '꽃놀이패' 신당은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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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엔 '꽃놀이패' 신당은 '진퇴양난'

[분석] 정부조직개편 처리와 4월 총선의 상관관계

한나라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법과 관련 법안 44개를 국회 의안과에 접수시킨 이후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계산이 복잡하다.

개편안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도 복잡하지만 법안 처리를 둘러싼 정국의 흐름은 바로 4월 총선 결과로 직결될 수 있다. 게다가 23일에는 임기가 한 달 남은 노무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끼어들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든 저지되든 새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는 그다지 불리할 것이 없고 손학규 체제의 대통합민주신당은 진퇴양난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에서 "경제만 살리면"으로

통일부 폐지, 인권위 대통령 소속 기구화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치열하지만 인수위는 뉴라이트 교육단체로부터도 비판을 받은 인재과학부의 명칭을 교육과학부로 바꾼 것 외에는 원안 그대로 밀어 붙였다.

인수위의 이같은 행보는 "여론이 받쳐주고 있다"는 자신감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집단 사이나 정치권에서야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지만 "통일부가 폐지되면 남북관계가 후퇴할 우려가 있다"는 식의 지적은 일반 여론에 큰 반향을 못 일으키고 있다.
▲ 지난 17일 만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남북관계만 잘 되면 딴 건 좀 깽판 쳐도 좋다"던 임기 초 노 대통령의 자신감과 마찬가지로 "경제만 살리면 민주주의, 남북관계는 좀 훼손되도 좋다"는 식의 논리가 물밑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

물론 이같은 상황에는 이명박 당선인의 '전봇대 뽑기'식 속도전을 중계방송하는 데 바쁜 나머지 "비싼 밀가루 대신 동남아처럼 쌀로 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된다"는 마리 앙트와네트식 발언도 너그럽게 넘기는 언론의 행태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합리적 논의는 오간데 없고 '발목잡기냐 아니냐'는 단순화 정치적 공방만 힘을 발휘하고 있다.

23일 임종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심재철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을 갖고 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은 행자위에서 처리되는 대로 신속하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원론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그쳤다.

손학규 대표는 "통일부, 여성부, 해수부는 지키고 인권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의원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이날 "정부 전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개편안을 일주일 안에 처리해 내라는 인수위 측의 요구 자체가 정치공세"라며 '발목잡기' 비난을 방어하려 했지만 역부족으로 느껴졌다.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체제의 근본적 한계

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28일을 넘기는 즉시 한나라당 측에서는 신당이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난 공세를 취해올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비난이 무섭다고 해 달라는 대로 들어줄 수도 없지 않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신당의 근본적 한계는 '손학규 체제' 자체라는 지적이다. 법안을 반대하고 나설 경우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는 자신의 '새로운 진보' 기치에 어긋나게 된다. 반면 통 크게 법안을 수용할 경우 "역시 한나라당 출신답다"는 비아냥을 피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

이에 대해 초선 의원 중심의 쇄신모임은 시민사회 전문가 간담회를 연이어 열고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큰 반향은 없다. 쇄신모임 소속의 이상경 의원은 "신당은 인수위 조직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막연한 발목잡기가 아닌 그들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청와대가 '거부권 시사'를 공언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자칫하다간 임기 말의 청와대와 한 묶음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 총선을 대비하는 신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역시 쇄신모임 소속인 최재천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제는 제발 가만히 계셨으면 좋겠다"면서 "출마하는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들에게 무한책임을 느끼는 모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최 의원은 "통일부나 인권위 문제와 민생 문제를 분리시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는 관치경제의 부활을 뜻하고 실제 민생에도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측면을 전면에 부각시키는 것이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리가 없지 않지만 현 상황에서 현 여권의 역량으로 이같은 기획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심판론'으로 총선까지?

반대로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여유있는 표정이다. 인수위 기획분과 소속인 박형준 의원은 이날 "현재 인수위로서는 정부조직법을 두고 정치적인 판단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만일 정치적인 계산 속에서 신당이 처리를 막는다면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무분과 간사인 진수희 의원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손학규 대표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오히려 얄팍한 정치적 계산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정부의 운영을 맡은 대통령 당선인이 마련한 것이니만큼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며 "신당에서는 통일부 문제 등을 두고 물고 늘어지고는 있지만 아무리 야당이라도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는 무조건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도 "이미 대선을 통해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확인된 상태에서 신당이 발목잡기에 나선다면 그것은 이번 총선에서 신당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경원 대변인이 "장관 없이 대통령 취임식을 치르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신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듯이 한나라당으로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상황이다.

조직개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정권 출범 전부터 힘이 실리는 것이고 법안이 부결되면 '발목잡기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확실히 밀어달라'는 논리로 총선에 임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환영이다. '노무현 심판 구도'를 총선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이런 까닭에 공천갈등만 해결하면 한나라당 앞에는 당분간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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