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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패’ 한화, 앞으로가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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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7연패’ 한화, 앞으로가 더 두렵다

[베이스볼 Lab.] 두려운 올 시즌, 더 두려운 올 시즌 이후

한화 이글스가 7연패 늪에 빠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3연패가 없는 팀이었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5연패와 7연패를 한 차례씩 경험하며 6위로 추락했다. 구단의 전폭적 지원과 온 몸을 불사른 선수단의 투혼,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도 하락세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7연패는 시작일 수도 있다. 한화는 앞으로가 더 두렵다.

최악의 대진운


우선 남은 경기 대진이 좋지 않다. 한화는 21일 kt 위즈를 상대한 뒤 주말에는 광주로 이동해 5위 KIA와 2연전을 치른다. 그리고 다음주에는 1위 삼성, 2위 NC, 3위 두산을 차례로 상대해야 한다. 이들 중에 상대전적에서 우세한 구단은 삼성(7승 6패) 하나뿐. KIA에는 4승 6패로 열세, NC에도 4승 7패, 두산에는 4승 6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 상대로도 최근 5경기에서는 1승 4패로 밀리는 중이다. KIA는 주말 한화를 상대로 양현종-스틴슨을 차례로 내보낼 예정이다. 어느 하나 쉬운 경기가 없다.


이어 9월 첫 주에는 다시 KIA와 2연전을 시작으로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등 5강 이내 팀들과 붙는다. 한화는 넥센 상대로도 4승 7패로 열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NC 김경문 감독, 삼성 류중일 감독 등은 한화 김성근 감독의 신경전이나 꼼수에 좀처럼 말려들지 않는 강적이다. 전력상의 차이를 사령탑의 지략으로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한화는 9월 8일 LG전(8승 5패) 이전까지는 14경기 연속 껄끄러운 강팀들과 만나게 된다. 반등의 실마리를 빨리 찾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부진에 빠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반등 요소가 없다


문제는 현재 한화의 팀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이렇다 할 반등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너진 마운드다. 마무리 투수 윤규진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 시즌 3연투가 거의 없던 윤규진은 올해 들어 4차례나 3연투를 하는 등 무리한 기용에 시달렸다. 2달 가까이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는데도 혹사지수 부문 10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


또 2000년대 이후 KBO리그에서 가장 심각한 혹사에 시달린 권혁과 박정진도 후반기 들어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진 상황이다. 전반기 김성근 감독은 근소하게 이기는 상황, 크게 이기는 상황, 동점 상황, 근소하게 지는 상황에서 집요하게 권혁과 박정진만 마운드에 내보냈다. SK 시절만 해도 김성근 감독은 핵심 불펜 요원 외에 2진급 투수들까지 적재적소에 고르게 기용하는 투수 운용을 선보였지만, 한화에서는 특정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모습이다. 그간 한화의 투수 혹사를 두고 비판이 나올 때마다 ‘팀 사정은 내부에서만 안다’ ‘외부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이니 존중해야 한다’는 온갖 궤변이 횡행했지만, 그 후유증은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중이다.

▲한화 권혁은 살인적인 혹사에 시달렸다. ⓒ연합뉴스


전반기 내내 한화를 이끌던 불펜이 흔들리면서 원래부터 취약했던 선발진의 약점이 더욱 도드라진다. 새 외국인 투수 로저스를 제외하면 6이닝을 소화해줄 투수가 없다. 그나마 있는 선발투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 투수 탈보트는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3경기 연속 ‘4일 휴식 등판’ 희생을 감수했지만 결과가 패배로 끝나자 ‘실패한 투수’라는 비난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5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70구를 던진 뒤 이틀 쉬고 18일 1군에 올라와 113구를 던졌다. 고교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기용 방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영수는 다음날 선발 등판이 예정된 상황에서 불펜으로 이동해 4이닝을 던진 뒤 아예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수술 경력이 있는 신인 김민우는 12, 13일 구원으로 등판한 뒤 이틀 뒤인 15일에는 선발로 등판했다가 20일에는 다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창식도 7, 8일 불펜 등판한 뒤 사흘 쉬고 12일에 선발로 등판해 6.1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 7.95의 송은범이 비교적 꾸준하게 등판 간격을 유지하며 관리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식의 마구잡이 기용으로는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발투수도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아무 원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그날 그날 틀어막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한화 투수진이 워낙 취약한 탓이라고 할지 모르나, “선수가 없다는 건 프로에선 말이 안 된다”며 기존 구단 지도자들을 준엄하게 꾸짖던 ‘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핑계다. 실제로는 투수가 없는 게 아니라, 그나마 있는 투수들을 혹사하고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기용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봐야 한다.


야수진도 후반기 들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한화는 8월 들어 팀 장타율 0.367로 10개 팀 중 10위, 팀 득점 68점으로 LG(65점)에 이어 9위에 그치고 있다. 다른 구단이 선수들에 적절한 휴식을 주면서 관리하는 동안, 한화 선수들은 연일 계속되는 강훈련과 특타로 체력을 쏟아냈다. 김성근 감독은 수시로 “인간에게는 한계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신이 아닌 이상 사람에게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특히 30세 이상 선수가 상당수인 한화 야수들이라면 체력적인 한계가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화 야수들의 잦은 부상은 쉼 없이 계속되는 훈련과 더 이상 특타가 아닌 특타, 그로 인한 피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과도한 훈련이 아무런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낳는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계의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경북대 체육교육학과 김진구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과도한 훈련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백해무익하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기술이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에서는 더 많이 연습한다고 향상되지 않는다. 기술을 유지하는 정도만 연습하면 충분하다. 벼락치기 공부하듯 과훈련하면 당장은 버틸지 모르나 결국은 10년 선수 생활할 것을 4년밖에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김 교수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야구가 정말 안 될 때는 차라리 쉬는 게 낫다. 사람의 뇌는 불확실한 정보도 다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는데, 운동을 쉬면 이런 불확실한 정보가 빠져나간다. 반면 오랫동안 연습으로 축적한 확실한 정보는 안정되어서 그대로 남아 있다. 운동이 안 될 때 쉬어줘야 하는 이유다.” 6연패에 빠진 19일 밤, 한화는 어김없이 야간 특타를 감행했다. 그리고 다음날 kt에 패하면서 연패를 ‘7’로 늘렸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야구는 다른 팀 다른 감독들도 다 똑같이 하던 시절에는 상대적인 우위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모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방식을 도입하고, 프런트가 중심이 되어 미래지향적인 야구를 하는 지금의 프로야구에서 극기, 정신력, 투혼으로 포장된 혹사를 갖고 얼마나 앞서갈 수 있을까. 프로야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데, 김성근 야구만 홀로 역주행하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런 지도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올 시즌 이후가 더 두렵다


더 두려운 건 만약 올 시즌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을 때, 그 이후에 펼쳐질 상황 전개다. 가장 우려되는 건 선수단이 받게 될 정신적, 신체적인 데미지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 무리수를 감행하는 이유로 “선수단의 패배의식을 걷어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지옥훈련과 일상이 된 특타에 온 몸을 던졌는데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면, 오히려 더 크고 깊은 패배의식이 선수단을 휘감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시즌 후반 표면화되고 있는 혹사 후유증은 내년 시즌 본격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성근 감독은 절대로 자신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선수들의 몸 상태로 지난해 같은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소화한다면?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다.


과거 김성근 감독이 거쳐간 팀들은 하나같이 주축 투수들의 부상과 세대교체 실패로 오랜 기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김성근 감독은 팀의 미래를 염두에 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당장 그 시즌, 계약 기간 이내의 성적을 내기 위해 팀이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운영을 한다. 그 결과 재임 기간에는 어느 정도 성적이 나지만, 감독이 떠난 이후에는 주축 투수진의 줄부상과 선수단 고령화로 혹독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 예외가 있다면 최근에 사령탑을 맡았던 SK 정도. SK는 기본적으로 풍부한 선수 자원을 보유한데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김성근 이후’를 대비한 덕분에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선수층은 당시 SK만큼 두텁지가 못하다. 2011년 SK와 김성근 감독의 결별 과정이 남긴 학습효과 때문에,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팀의 미래를 보호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딜레마다.


한화는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많은 출혈을 감수했다. 감독에게 코칭스태프 구성, FA 영입, 해외전지훈련 등의 전권을 부여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만약 9위에서 한 두 계단 순위 상승하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었다면 그만한 투자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는데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앞으로 추가적인 투자를 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진 결과, 팀이 오랜 시간 키워낸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진은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 팬 사이에서 ‘공무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팀을 떠난 한화 출신 코치 중에는 유능하고 팀에 대한 애정이 많은 지도자들도 있었다. 이런 코치들은 팀의 귀중한 자원으로 반드시 남겨둬야 했지만, 감독에게 코칭스태프 조각 전권이 주어지면서 지켜내지 못했다. 향후 코칭스태프 진용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한화는 한꺼번에 코치 십 수 명을 새로 구해야 한다. 유능하고, 열정적이고, 팀을 사랑하는 코치를 새로 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년간 어렵게 구축한 구단의 육성 시스템도 삐걱대고 있다. 갓 프로에 입단한 신인 선수들은 퓨처스리그에서 기본기를 갈고 닦으면서 최대한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아야 성장할 수 있다. 그렇게 3~4년 정도 성장기를 거친 뒤 1군에 올라와서 팀의 미래 주역으로 활약하는 게 보편적인 육성 방식이다. 그러나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지면서 이런 정상적인 육성 시스템을 가동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창 퓨처스에서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가 1군 구장에 불려와서 1군 감독 앞에서 쇼케이스를 갖는다. 수술 경력 있는 신인투수가 1군에서 불펜과 선발을 오가면서 기용되고, 마찬가지로 부상 관리가 필요할 신인투수가 이미 2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진 상태에서 1군에 올라와서 던진다. 유망주가 팀의 미래 자원이 아닌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한 용도가 됐다. 선수 육성을 구단이 주도하는 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망주 선수의 유출도 심각하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시절 LG 노장들을 받는 조건으로 유망주 박현준을 트레이드했다. 좌완 박희수도 트레이드 하려고 시도했지만 구단 측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의 선수 유출이 지난 1년간 진행됐다. 한화는 지난 1년간 FA 보상선수 혹은 트레이드로 임기영, 김민수, 유창식, 양훈을 보냈다. 모두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한 선수들로 수년 뒤에는 충분히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 그 대가로 데려온 선수들은 기존 한화 주전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대체레벨 선수들이다. 한화의 선수단 평균 연령은 31세로 10개 구단 중 최고령이 됐다. 당장 올 시즌도 두렵지만, 그 이후가 더욱더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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