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나 대신 정몽준을 최고위원으로"

박근혜계 예봉 피하고 영입파 끌어안기 나서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20일 "나 대신에 정몽준 의원이 최고의원으로 뽑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강재섭 현 대표에 뒤져 최고위원에 선출됐지만 대통령 선거전이 한참이던 지난 해 11월 박근혜 전 대표 측을 향해 "아직도 경선 중인 줄 안다"고 공세를 펼쳤다 거센 반격을 받고 직을 내놓았었다.
  
  이 의원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러시아 특사 단장 자격으로 모스크바로 출국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고위원 보선을 한다면 정몽준 의원 같은 우리 당의 새로운 분이 선출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자신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정몽준 밀어주기'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 보선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확인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BBK 사건으로 당이 어려울 때 5선의 정몽준 의원이 입당해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했고 당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정 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한나라당이 오는 29일 선출직 최고위원 보선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출마를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의지를 보였던 이 의원이 불출마로 방향을 틀면서 정몽준 의원의 지도부 입성 전망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라이벌'이 사라진 정 의원은 단독 입후보해 합의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 측은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이 이명박 신정부를 강력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획득하는 지지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 한나라당에 참여한 능력있고 참신한 인사가 한나라당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이 의원의 발언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그래야 외부의 많은 능력이 있고 참신한 인재들이 한나라당을 찾을 것이다"면서 "특히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함으로써 훌륭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최고위원 불출마 선언은 박근혜 대표 측의 예봉을 피하는 동시에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영입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양수겸장'으로 해석된다. 또한 명실상부한 '이명박 계열'의 좌장으로서 최고위원회에 재입성 할 수 있었지만 이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내고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직을 노리는 직행코스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주 박근혜 전 대표가 중국에 가 있는 사이 '할 말'을 다 한 이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 불출마 선언과 러시아 특사 방문 등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