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이제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 중의 측근들이 포진한 인수위와 당선인 비서실 멤버들의 진로 쪽으로 모아졌다. 이들 앞에는 청와대 입성, 행정부 입각, 총선 출마라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일부 관료 출신은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등이 제대로 전열을 정비하고 있지 못한 탓에 '한나라당이 200석을 넘길 수 도 있다'는 관측이 이들의 출마 러시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김근태, 한명숙 등 현 여권 거물 정치인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며 단박에 정치적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총선 출마자들, '승부수'냐 '안전판'이냐 고민
지난 해 여름 한나라당 후보 경선 캠프에 합류한 '늦깍이'지만 정치적 감각과 깔끔한 일처리로 인해 금방 '실세'로 떠오른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김근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 도전장을 냈다.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바 있는 이 대변인은 지난 15일 "인수위 대변인을 맡으면서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만큼 어려운 지역에 나가 한 석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봉갑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에 대해선 청와대 대변인설, 서초 출마설이 그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쉽지 않은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 그는 "이 당선인의 재가를 받은 상태가 아니며 최종 결정은 이 당선인의 뜻에 따르겠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본인의 의사가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
선거기간 수행단장으로 이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성북갑에서 여권 중진인 유재건 의원과 맞설 계획이다.
당선인 측의 살림살이를 맡아 온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은 고양 일산갑에서 한명숙 의원과 대결한다는 계획이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이기도 한 진수희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는 서울 성동갑으로 지역구를 결정했다. 비례대표 의원인 그는 서초 출마설, 고향인 대전 출마설 등이 그치지 않았지만 정동영 후보 대변인이었던 최재천 의원과 대결을 선택했다.
이들 외에 조선일보 기자출신의 진성호 인수위 자문위원과 경향신문 출신의 김해진 전문위원은 부산 지역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 강남, 영남권 등 전통적 한나라당 초강세 지역의 경우 현역 의원들과도 치열한 예선전을 벌여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좋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볼 땐 쉽지 않다 싶은 지역에 나가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선거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영남권에 출마하는 것이 안전할 수도 있어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어쨌든 이들이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신(新) 이명박계'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박근혜 계열보다 이명박 계열을 더 많이 물갈이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어차피 '새 물'은 '신 이명박계'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조각, 도덕성 문제가 골칫거리
기획재정부, 외교통일부, 지식경제부 등 '공룡부처'의 탄생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초대 조각도 큰 관심사다.
기업인 출신들이나 정통관료 출신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특임장관을 비롯한 일부 자리에는 인수위에 몸을 담았던 최측근 인사들이 포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인수위 강만수 경제1분과 간사는 재경원의 부활로 평가받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직의 유력한 후보다. 재경원 차관 출신으로 일찌감치부터 이 당선인의 경제공약 개발에 참여한 강 간사는 당선인과 같은 소망교회에 다니고 있다.
강 간사의 경우 관료시절에도 한국은행과 충돌을 불사했을 정도로 '관치성향'이 뚜렷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되지만 본인이 입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일부의 경우 박진 의원의 입각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지역구인 서울 종로에서 재선을 달성하는 목표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 비서실의 외교팀장인 권종락 전 아일랜드, 이태식 현 주미대사, 유명환 현 주일대사 등의 입각설이 들린다.
교육부와 과기부가 통합된 인재과학부에는 이경숙 인수위원장, 어윤대 전 고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 전·현직 대학총장들의 하마평이 나온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수행하게 될 '실세'로 떠오르는 특임장관 후보군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임장관 후보는 총리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당선인의 의중 속에만 들어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마평 홍수 속에서 당선인 측의 최고 고민은 '흠결'이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최근 200여 명을 대상으로 1차 검증을 실시한 결과 위장전입, 탈세, 이성 문제, 병역, 음주 운전 등의 문제로 절반 가까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 본인에 대한 도덕적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초대 내각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인사청문회의 난타전으로 인해 정권 출범도 전부터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는 총선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윤진식, 유우익 등 청와대 입성 가능성 높아
경호실과 기존 비서실 조직을 총괄하게 될 대통령실장, 한층 권한이 강화될 민정수석, 홍보수석 역할도 맡게 될 대변인 등 청와대 라인업도 관심사다.
대통령 실장 후보로는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서 일하고 있는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윤 전 장관은 지식경제부, 인재과학부 장관 후보로도 거명되고 있다.
이 당선인의 복심이자 대운하 이데올로그인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도 본인의 손사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장, 국정기획수석 등 청와대직의 강력한 후보다.
현 청와대의 인사수석 역할을 겸하게 될 민정수석에는 검찰출신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민정수석 인선은 법무부 장관, 국정원장 인선과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부활한 정무수석은 권한이 막강하겠지만 총선 불출마를 각오해야만 한다.
청와대 쪽은 고위직 뿐 아니라 비서관, 행정관급 인선을 둘러싼 경쟁이 오히려 치열하다. 한나라당 당료, 보좌관 출신들 뿐 아니라 인수위의 전문위원, 자문위원급 인사들 가운데 청와대 입성을 희망하는 인사들의 숫자는 어머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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