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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日 변호사는 왜 조선인을 변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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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日 변호사는 왜 조선인을 변호했나?

<일본 양심의 탄생> 등 광복절 눈여결 볼 책 4권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해방 전후 한국사를 다룬 눈여겨볼 책이 여럿 나왔다.

극우 세력의 좌파 논란과 건국절 논란, 일제 치하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 <암살> 등으로 이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독자들에게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해방 공간 민족 지도자의 이야기

<해방 후 3년>(조한성 지음, 생각정원 펴냄)은 일제 해방 직후 한국이 수립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되었다. 스스로 독립을 위한 큰 싸움을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이 책은 혼란의 시기 여운형, 박헌영, 송진우, 김일성, 이승만, 김구, 김규식 등 주요 지도자 7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들이 꿈꿨던 한국의 모습을 그리고 이들이 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됐는지, 그 결과 한반도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한다.

공백의 기간이자, 가능성의 기간이었던 이 3년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은 막강하다. 남북이 갈라졌고, 이념 전쟁의 각축장이 되어 두 나라 국민은 오랜 기간 독재에 신음해야 했다. 외부 군정의 힘에 따라 제대로 된 친일파 척결이 어려워지면서 현대사 왜곡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 조한성은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반독재 운동에 나섰던 독립운동가 김창숙을 탄압하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일으킨 유도회 사건을 연구한 논문으로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부터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안중근 열사의 재판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김흥식 엮음, 서해문집 펴냄)는 일본 초대 총리를 지내고 제1대 대한제국 통감을 맡았던 이토 히로부미를 1909년 10월 26일 암살한 안중근 열사의 이야기다.

안 열사가 뤼순관동법원 재판정에서 1910년 2월 7일부터 같은 달 14일까지 8일간 받은 8차례의 공판 내용을 정리했다. 일반인은 낯선 법률 상식과 용어를 정리해 재판 과정에 어떤 공방이 오갔는가를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알기 쉽게 다뤘다.

책을 통해 독자는 자연스럽게 안 열사가 어떤 생각으로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계획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되고, 끝내 사형 선고를 받기까지 무슨 논리로 변호가 이뤄졌는가를 읽을 수 있다. 아울러 그간 잘 드러나지 않은 안 열사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통해 동아시아 역사의 큰 인물의 참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출판되었다. 하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에도 충분한 이야기다.

한국 근대사의 재조명

<근대 조선과 일본>(조경달 지음, 최덕수 옮김, 열린책들 펴냄)은 조선 민중사를 주로 연구한 재일 사학자 조경달 교수가 그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근대 한일 관계를 정리한 책이다.

근대 조선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개혁에 성공한 일본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지, 왜 국민 국가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의 의문점을 한일 양국의 정치 문화 차이에서 설명한다.

책은 일제에 의해 조선이 발전했다는 식민지 사관을 부정함은 물론, 조선 자체적으로 근대화 중이었다는 내재적 발전론에도 근대 일본 민족주의는 손가락질하면서 조선 민족주의는 고취하는 모순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책은 유교를 받아들였던 두 나라의 개항 과정을 비교하면서, 조선에서 국가보다 상위의 개념에 있던 '도'에 대한 숭앙이 두 나라 근대사가 다른 길을 걷게 한 원인이 되었음을 주장한다.

조경달 교수는 1954년 일본에서 태어난 사학자로, 현재 지바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식민지기 조선의 지식인과 민중>, <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 등을 썼다.

조선인 전우를 위한 일본인의 발걸음

<일본 양심의 탄생>(오구마 에이지 지음, 김범수 옮김, 동아시아 펴냄)은 1925년생인 일본인 오구마 겐지를 주인공으로, 그의 삶을 통해 현대 일본 내 평화와 사죄를 바라는 양심 세력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원제는 <살아서 돌아온 남자 : 어느 일본군의 전쟁과 전후>다.

오구마 겐지는 조선인 오웅근을 위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 있다.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함께한 만주 출신 조선인 동료였던 그는, 1952년 4월 연합군 총사령부(GHQ)의 점령이 끝나자 일방적으로 일본 국적을 박탈당하고 중국인이 되었다. 조선 출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군에는 징집되었으나 연금이나 보상금을 받지는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그를 위해 겐지는 1966년 도쿄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일본계 일본인 전 포로와 조선계 중국인 전 포로가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와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긴 재판 끝에 2000년 2월, 두 사람은 결국 패소했다.

이 책은 오구마 겐지라는 한 개인의 생애를 통해 일본의 20세기를 돌아본다. 그의 일생을 추적하며 일본의 전후 평화의식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다룬다.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한 셈이다.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자민당과 일본 내 군국주의 창궐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 온 오구마 겐지는 90살이 넘은 지금도 지역 사회와 시민 단체 회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 오구마 에이지 게이오대학 교수(역사사회학)는 지난 2014년 4월 출간된 베스트셀러 <사회를 바꾸려면>을 썼다. 우경화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꾸준히 반대하며 일본 사회 내의 양심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 지식과 취재를 바탕으로 그려졌다.

▲광복절을 맞은 주요 역사 신간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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