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삿돈을 횡령해 구속됐던 SK 최태원 회장과 불공정 거래 행위 등으로 입찰 제한 등의 제재를 받은 건설사들을 포함한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자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13일 정부의 이 같은 사면권 행사는 "시장 질서 교란을 용인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라면서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경제인 사면을 단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대변인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대기업 지배 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이어 "이번 사면에는 경제인을 포함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공정 거래를 위반한 건설사가 포함되어 있다. 횡령, 배임, 분식 회계와 같은 비리 총수도 사면됐다"면서 "입찰 담합, 횡령, 배임, 분식 회계 등은 공정한 시장 경제 확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이 지적한 대로 정부가 8·15 광복절을 계기로 단행한 6527명 규모의 특사·감형·복권자 중에는 SK 최태원 회장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욱 여천NCC 대표 등 재계 인사 13명과 함께 2200개사에 달하는 건설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최 회장은 그룹 계열사에서 출자한 돈 465억 원을 국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해 불구속 기소됐고, 상고심에서도 징역 4년형이 확정됐던 대표적인 비리 경제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날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최 회장에게 특사는 물론 특별 복권까지 안겨주면서, 최 회장은 2년 7개월가량의 수감생활을 14일 0시를 기점으로 마치고 바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유 대변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사회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하고, 비정상의 정상화와도 거리가 멀다"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 시장 경제 질서 교란 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새정치연합은 대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반부패,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를 위해 사면법을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라고도 밝혔다.
앞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번 사면에 4대강 사업과 용산 재개발, 강정 해군 기지 건설 등에서 정부에 대항하다 법적 처분을 받은 이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이들을 사면 대상에서 배제했다.
유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오늘 사면이 정부 국책 사업으로 발생한 국민적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지 못한 사면이 된 점에 대해서도 아울러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번 사면을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면서도 국민 대통합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같이 브리핑을 한 후 기자들을 만나 "경제인, 특히 재계 인사들이 제한된 점은 법과 원칙이 엄격히 적용됐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간이나 죄질 등을 같이 감안한 결과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예상과는 달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 넥스원 부회장 등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법무부는 경제인 중 최근 6개월 내 형이 확정된 자,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5년 이내 특사를 받았던 자들은 제외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정치인은 배제됐다는 점을 비추어 봤을 때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라는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법이 정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14명 사면에…재계 "규모 아쉽다"
재계는 경제인 사면이 이루어진 데 '환영'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규모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면 대상자 발표 직후 논평을 내어 "대통령께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경제인들에 대한 특별 사면과 특별 복권이라는 용단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며 "경제계는 이를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에 경제계가 앞장서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경제인이 포함된 이번 특별 사면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국민 대통합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업인 포함 경제 주체들에 대한 큰 폭의 사면을 기대했으나 소폭에 그쳐 다소 아쉽다"고 했다.
SK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며, 한화는 침울한 분위기다.
SK그룹 측은 "경영 공백이 해소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 등 국가 경제를 살리는 데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고 밖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가 본격 가동되며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 "최태원 회장이 중심이 돼 안팎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의 사면을 기대했던 한화 그룹 측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다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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