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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치매 걸린 레이건이 미국 통치하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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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치매 걸린 레이건이 미국 통치하는 꼴"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롯데 노동조합 유감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다. 재벌 그룹의 노동조합 모임. 지난 5일 롯데월드에서 신동빈 지지 선언을 위해 기자 회견을 자청한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날엔 롯데 경영진이 신동빈 지지를 선언했다. 노사가 한 몸 되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보는 모양새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조합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익을 개선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전체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시킨다. 사회 개혁의 책무와 더불어 경제적 민주주의를 강화시킴으로써 정치적·사회적 민주주의를 튼튼히 하는데 기여한다. 그 출발점은 노동조합이 발 딛은 토대, 즉 사업장을 인간화·민주화하는 것이다.

한 줌의 주식을 가지고 "80개 계열사와 10만 직원"의 미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재벌 일가의 세습 경쟁 사태를 두고 롯데 계열사 노조위원장 19명이 회의를 한 결과가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는 황태자 충성 서약이라니, 어처구니 없다.

구십 넘은 신격호 회장이 치매에 걸린 지 몇 년 되었다는 보도가 쏟아진다. 일당 독재를 하는 중국 공산당도 지도자가 칠십 넘으면 은퇴시키는 조직으로 변모했는데, 현대 자본주의 기업 조직에서 구십 넘고 치매 걸린 회장이 의사 결정을 내려왔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80개 계열사와 10만 직원"을 통솔할 차기 그룹 회장을 정하는데 공식 조직인 이사회나 주주 총회가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치매 걸린 구십 넘은 늙은이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신동빈 절대 지지를 선언한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경영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로 신동주를 손가락질 하겠지만, 밖에서 보기엔 신동주보다 "경영 능력과 자질"에서 더 문제가 되는 사람은 신격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1911년 태어나 구십 넘게 살다 2004년 죽었다. 1981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1984년 재선에 성공했다. 1989년 퇴임한 레이건은 5년 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10년을 투병했다. 작금의 롯데 사태는 치매에 걸린 레이건이 퇴임하지 않고, 대통령으로 미국을 통치하는 사태를 연상시킨다.

7월 1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15년 고용 형태 공시제 결과를 보면, 롯데에서 일하는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7.5%로 절반에 육박한다. 10대 재벌 중 현대중공업·지에스(GS)·포스코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고용노동부 자료는 롯데의 80개 계열사 중 비교적 규모가 큰 25개를 대상으로 했는데, 롯데 노동자 12만1000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5만8000명(직접 고용 2만6000명, 간접 고용 3만2000명)에 달했다. 이는 10대 재벌의 비정규직 비율 평균 37.7%보다 10%나 높은 수치다.

1만2000명이 일하는 롯데리아는 노동자의 80%인 9600명이 비정규직으로, 대부분 요즘 문제가 되는 청소년 알바들이다. 4만3000명이 일하는 롯데쇼핑은 43%(1만8600명)가 비정규직으로, 상당수가 청년과 자녀를 둔 중년 여성이다. 1만2000명이 일하는 롯데건설은 83%인 8400명이 비정규직이다.

▲ 롯데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연합뉴스

안타깝게도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가 비정규직 대책 회의를 열어 10대 재벌 평균보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 없다. 롯데그룹이 사회적 모범이 되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거나, 비정규직의 임금과 복지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뉴스를 본 적 없다. 황태자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면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는 "부당하게 그룹을 침투하려는 소수의 추종 세력들이 불미스러운 수단 방법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들의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 회견문 어디에도 기업의 지배 구조를 현대 자본주의 기업에 맞게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롯데그룹노동조합협의회가 언론과 국민에 알릴 의지는 개인 신동빈 지지가 아니라 롯데 재벌의 지배 구조 개혁, 노동자의 경영 참가, 비정규직 축소 및 정규직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여야 했다. 신동빈 개인의 사조직이 아니라면 말이다. 신격호가 됐든, 신동빈이 됐든, 신동주가 됐든, 신 씨 일가가 없으면 롯데 그룹은 망할 것이라는 전근대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더더욱 그래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며 노동자를 잡으려 한다. 번지수를 잘못 짚었음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려면 한국 경제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재벌부터 개혁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대 자본주의 기업 조직이 권문세족의 세습 통치를 받는 봉건제적 지배 구조를 끝장내야 한다.

오늘날도 삼성은 의식이 불명한 이가 의사 결정 구조의 일인자다. 롯데는 치매에 걸린 이가 의사 결정 구조의 일인자라고 한다. 왕과 귀족이 이런 식으로 조선을 통치하다 나라를 일본에 넘겼다. 하기야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발표장에서 기자들과 토론할 능력도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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