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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둘러싼 노사 간 다툼, 왜 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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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둘러싼 노사 간 다툼, 왜 늘었나?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①

'노동 개혁.'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8월 6일 박근혜 대통령 담화문에도 맨 첫머리에 등장한다. 청년 고용 절벽을 해소하자! 좋다, 이 주장을 반대할 이가 과연 어디 있을까. 그런데 왜 그 방식이 취업 규칙·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이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근거로 사용되는 각종 수치와 논리도 매우 의심스럽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는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를 추적해 보기로 했다.


'취업 규칙 변경 가이드라인'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은, 본래 지난해(2014년) 연말에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발표된 내용은 아래와 같이 아주 짤막하게 되어 있었다. (여기서 '일반적인 고용 해지'가 바로 일반 해고를 의미한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 증가가 일반 해고 도입의 근거?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하다. 필자가 붉은 색으로 밑줄을 그어놓은 부분, 즉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왜 일반 해고 도입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을까?

정부의 설명은 대강 이렇다. 해고를 둘러싼 다툼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해고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 더 입증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

①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늘어나는 데에 다른 이유는 없을까?
② 일반 해고, 즉 직무 능력 평가를 둘러싼 해고에 대한 구제 신청은 얼마나 되는가?

즉, 일반 해고를 둘러싼 해고에 대한 다툼이 늘어나고 있어서 구제 신청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증을 해줘야만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해고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이 대목을 한번 파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혹시 이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일단 이 질문부터 던져보기로 하자. 왜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늘고 있는 걸까?

해고의 규모부터 따져봅시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파보자는 것이다. 그걸 알아야 정부 논리가 맞는 것인지 검증을 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 '인사이드 경제'는 다시 공개된 데이터 몇 가지로부터 매년 해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기로 했다.

1년에 자발적 의사가 아니라 비자발적 의사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 즉 사실상의 해고로 볼 수 있는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인사이드 경제'는 고용 보험 통계 자료를 뒤져보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도 쉽게 해볼 수 있는 작업이다.

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다양한 고용 보험 통계 자료들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 중에서 매년 발간되는 고용 보험 통계 연보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2014년 통계 연보는 아직 발간되지 않았으므로, 매월 발행되는 고용 보험 통계 자료를 토대로 별도 계산을 해보았다.

우선 고용 보험 통계 연보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고용 보험 통계표 엑셀 파일을 열어보자. 굉장히 복잡한 엑셀 표가 등장하는데, 차례 항목에서 '상실자 현황' 파트를 찾아 '산업별 상실 사유별 성별 상실자 현황' 워크시트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사실 '인사이드 경제'가 보고 싶은 것은 고용 보험 상실 사유별 통계 자료이다. 그런데 상실 사유만 별도로 정리한 자료는 없으므로, 상실 사유를 포함한 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2013년 고용 보험 통계표에서 이 워크시트를 열면 아래와 같이 나오게 된다.


자, 고용 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한다는 것은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뒀다는 뜻이다. 고용정보원은 상실 사유를 크게 '자발'적 사유와 '비자발'적 사유로 구분한다. 자발적 사유에는 개인 사정 또는 전직이나 자영업으로 전환한 경우들이 포함된다. 비자발적 사유에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이나 계약 기간 만료, 폐업·도산 등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 '인사이드 경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당연히 비자발적 사유 부분이다. 특히 비자발적 사유 중에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과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한 퇴직'은 누가 보더라도 정리 해고·권고 사직 등 사실상 해고로 볼 수 있는 항목들이다. 다만 고용정보원은 '징계 해고'를 자발적 사유로 분류해 놓았는데, 이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대목이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비자발적 사유 중에서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한 퇴직' 2가지 항목과 자발적 사유 중 '징계 해고' 항목, 총 3가지 항목만을 합산해서 데이터를 산출해 보기로 했다. (다만 2014년의 경우 조사 항목이 달라진 관계로 '징계 해고, 권고 사직' 항목과 '경영상 필요 및 회사 불황으로 인한 인원 감축 등에 의한 퇴사' 2가지 항목만을 합산했다.)

해고가 늘어나면 다툼도 증가한다

비자발적 사유 중 2~3가지 항목만을 합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폐업·도산, 계약 기간 만료의 경우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항목들이다. 위장 폐업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제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이드 경제'가 합산한 2~3가지 항목의 경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항목들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규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면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이유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이드 경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아래와 같이 2008년부터 해고의 규모를 표로 만들어 보았다.

연도

징계해고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한 퇴직

합계 (명)

2008년

6,215

83,477

677,189

766,881

2009년

5,667

74,439

840,872

920,978

2010년

5,973

79,425

710,026

795,424

2011년

6,361

103,274

726,271

835,906

2012년

5,989

81,922

779,332

867,243

2013년

5,345

52,782

825,561

883,688

2014년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징계해고, 권고사직

경영상 필요 및 회사불황으로

인한 인원감축 등에 의한 퇴사

891,898

20,921

870,977


우선 수치들을 보면 놀라 자빠질 만한 수준이다. 아니, 1년에 징계 해고·정리 해고·권고 사직을 비롯해 회사 사정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 수가 저렇게나 많단 말인가! 2008년에 76만 명이던 해고 규모는 세계 경제 위기 직후인 2009년에 92만 명으로 급증했다가 다시 줄어들긴 했지만, 2014년 89만 명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100만 해고 대란설'을 유포하며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100만 명이 해고되는 걸 '대란'으로 표현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매년 노동자들이 해고 대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여하튼 위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해고의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해고가 늘어나니 해고에 대한 다툼, 즉 부당 해고 구제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입증해보기 위해 '인사이드 경제'는 그래프를 하나 더 그려보기로 했다. 위의 표에 나온 해고의 규모와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건수를 함께 비교해본 그래프이다. (2개의 수치를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 왼쪽과 오른쪽 축의 최저점을 0으로 맞춰놓았음을 알려둔다.)


해고 규모가 증가하는 속도와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제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핵심 이유는, 일반 해고를 둘러싼 다툼이 늘어서가 아니라 해고의 규모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건수에 대해 2011년 수치부터 공개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만일 2008년부터 구제 신청 건수를 모두 공개했다면, 위 그래프에서 추정할 수 있는 것처럼 해고 규모가 급증했던 2009년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 건수도 급증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인사이드 경제'의 주장이 틀렸다면 정부가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해 보시라!

구제 신청 증가가 아니라 해고 규모 증가가 문제다!


박근혜 정부의 일반 해고 도입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얘기이다.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매년 늘고 있는 것은, 해고의 규모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느끼는 노동자 수도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근로기준법에 존재하지도 않는 '일반 해고'라는 새로운 해고 제도를 도입하는 게 대안인가? 그 반대이다. 연간 100만을 육박하는 해고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해고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길로 가야 한다. 정리 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부당한 해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사업장에 대한 근로 감독 및 부당 해고에 대한 사업주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해고가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여기에 새로운 해고 제도를 도입하겠다니?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가뭄에 찜질방을 처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 진짜 원인을 은폐한 채, 디테일 속에 악마를 숨겨서 혹세무민 하려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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