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법안은 정부가 2012년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다. 서비스법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고,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각종 지원을 하도록 하는 법이다. 기획재정부는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은 '서비스산업'에 '보건의료 분야'를 포함하면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고 각종 의료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야당은 이 법을 '의료 영리화법'으로 규정하며, '서비스업'에 보건의료를 제외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의료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법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제의료사업 지원을 위해 3년마다 '국제의료사업 지원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법은 복지부 장관에게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자를 평가하고 우수 유치 사업자를 지정할 권한을 준다.
아울러 이 법은 복지부에 등록한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자가 각종 세제 혜택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에는 외국인 환자에게 '원격 진료'를 하도록 허용한다. 보험회사에는 '외국인 환자 직접 유치'를 허용한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민간 보험사가 환자를 직접 유치하는 것은 보험사의 힘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미국식 의료 제도'이며, 원격 진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이 법안을 반대해왔다. 현행 의료법은 국내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진료'와 '보험회사의 환자 유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예외 사례가 생긴다.
'원격 진료' 특허 장관, 환자 유치 업체에 세제 혜택?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강조한 이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진엽 내정자가 복지부 장관에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은 "서비스법은 의료 부분의 완전한 영리화 방식으로 가자는 것이고, 국제의료법은 미국식처럼 민간 보험사의 환자 유치를 허용하고 의료 수출을 하자는 것"이라면서 "만약 국제의료법이 통과되면 '원격 진료' 특허를 낸 정 내정자가 수장인 보건복지부는 '의료 수출' 관련 업체들에 세제 혜택까지 줄 수 있게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원격 진료' 반대를 내걸고 파업을 벌였던 의료계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6일 성명을 내어 "정 내정자의 원격 의료에 대한 행보가 우려된다"며 "정 내정자는 원격 의료와 관련된 여러 특허가 있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시절 원격 의료 시스템 개발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을 들었다.
대한의원협회는 "정 내정자가 2012년도 웰니스융합포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웰니스 기기 분류에도 관여했을 개연성이 크다"면서 "박 대통령은 정 내정자 인선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원격 의료를 더 강하게 추진하고, '유사 의료 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웰니스 기기 분류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또한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메르스 사태는 그동안 정부와 의료 시장주의자들이 추진해온 '의료 산업화'의 결과로써, 의료를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정책은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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