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조합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당선인 측에서 내밀었던 '박근혜 총리 카드'는 박 전 대표의 고사로 인해 접혔고 심대평 전 충남 지사, 이원종 전 충북 지사 등 충청권 총리설이 부상하고 있다. 충청권의 실무형 총리가 인선될 경우 비서실장은 정무형 인사로 낙점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7일 공식일정을 하나도 수행하지 않아 인선을 둘러싼 장고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도 지난 7일 "행자부에서는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16일까지 각료 명단을 알려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조각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심대평 카드의 방정식
전날 일부 언론은 '박 전 대표가 후보 1순위'라면서 6배수 총리 후보군을 보도했다. 당선인 측도 '박근혜 총리'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난달 말 이 당선인과의 단독회동에서 이미 분명히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와 당을 비울 수 없다는 굳은 의지로 풀이된다.
이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경숙 인수위원장, 안병만 전 외대 총장,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등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심대평, 이원종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정운찬 카드도 매력적이지만 본인이 적극적이지 않고 초대 총리직을 맡기기에는 '대가 세다'는 평가도 많다.
심대평, 이원종 두 사람은 민선 도지사 출신이지만 모나지 않은 성품의 행정가 스타일로 '대통령 보좌'라는 신 정부의 총리 컨셉에 적합하다. 또한 당선인 측은 이들이 충청권 출신이라는데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심대평 카드는 다목적이다. 이회창 신당을 일거에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것. 국민중심당 대표로 대선에 뛰어들었다가 중도하차하고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었던 심 전 지사를 영입할 경우 4월 총선에서 충청권 걱정은 덜해진다. 지난 대선 이회창 후보의 충청권에서 2위를 지켰고 특히 충남지역에서는 이명박 당선인과 득표율 차이도 크지 않았다.
문제는 심 대표가 '혼자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선 직전 지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의 통합협상이 무산됐던 것이 단적인 예다. 심대평 개인만 총리로 뽑아올리기는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중심당과 통합 등 조직적 연대를 시도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또한 심대평 카드가 현실화 될 경우 '이회창 신당'은 신 정부 출범 직전부터 죽기살기로 나올 것이 뻔하다. 이 전 총재 측의 최한수 정무특보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심대평 총리설은 신당 작업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라면서 "심 대표는 위화도 회군과 같은 태도를 보일 분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이유로 차선책은 이원종 카드다. 관선 서울시장에 민선 충북지사를 두 번이나 지낸 이 전 지사는 지난 2006년 후진양성을 이유로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현직에서 은퇴했다. 이 전 지사는 이명박 당선인과 교분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장, 정치인 출신이냐 비정치인 출신이냐
총리와 더불어 국정운영의 쌍두마차 역할을 하게 될 비서실장 후보로는 당선자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재선의 임태희 의원, 부산 출신 3선의 권철현 의원, 국제전략연구원 원장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임 의원은 잡음 없는 보좌로 당선인이 흡족해한다는 후문이다. 권 의원의 경우 저돌적 돌파력이 장점이다. 총리가 실무형이 될 경우 비서실장은 정무형이 되는 것이 통례인지라 당선인의 신뢰가 지극한 유 교수의 발탁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정무장관 부활이 확실시 되고 있어 유 교수를 포함해 비정치인 출신 비서실장 가능성도 적지만은 않다.
4월이 총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정치인 출신을 비서실장에 임명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첫 비서실장인 문희상 의원, 김영삼 정부의 첫 비서실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은 현역 의원 신분을 유지했지만 당시에는 총선과 조각의 시간적 차이가 컸다.
김영삼 정부는 첫 총리로 전북 출신의 황인성, 비서실장에는 부산 출신 측근 박관용을 임명했다. 김대중 정부는 충청 출신의 김종필 총리, 경북 출신의 김중권 비서실장 카드를 사용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북 출신 고건 총리와 경기도 출신 문희상 의원 조합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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