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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분쟁' 휘말린 SKT, 무능인가 갑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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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분쟁' 휘말린 SKT, 무능인가 갑질인가?

[비즈니스 프리즘] "오픈소스 분쟁은 국제 소송감"

SK그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최태원 회장이 포함될 것을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 사업인 IT 부분에서 벌어지는 중소기업 분쟁 사례를 보면 이러고도 "국가 경제를 먹여살리는 대기업 오너이기에 특별히 사면해줘야 한다"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게 된다.

최근 IT 업계에서 현재 SK그룹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국제적인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 분쟁 사례'가 IT 분야 언론들의 침묵 속에 제대로 진상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피해 업체는 (주)그루터(대표 권영길)이며, SK텔레콤이 이 업체와 기술협력을 맺은 뒤, 핵심 기술인력과도 몰래 거래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히고, 그것도 부족해 이 기술을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한 것이라고 마케팅을 하는 바람에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빅데이터 오픈소스 '아파치 타조' 상징. ⓒ아파치

'인류 공동의 자산'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대기업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분쟁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례는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 문제가 된 대상이 특정 제품이 아니라, 기술 지원이라는 점이었다. 제품 자체는 '오픈소스'여서 그루터도, SK텔레콤도 소유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픈소스라는 것은 소스 코드를 공개해 모두가 이것을 무료로 이용해서 더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한 '인류 공동의 재산'이다. 만일 대기업에서 이 오픈소스를 전문업체의 지원을 받아 내부 시스템에 적용한 뒤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그 자체가 황당하고 무지한 것이다.

지난 21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레드햇'의 국내 미디어 브리핑 행사에서 함재경 한국레드햇 지사장은 "세계적으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가 아니면 투자를 받기도 어려울 정도로 오픈소스가 대세"라고 발표했다.

레드햇의 최원영 이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은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누구나 기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바이너리'로 전환해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SK텔레콤과 그루터 사이의 분쟁은 단순한 소스 코드 상태로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의 협력을 하다가 어긋나버린 사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한 유명 오픈소스 제품을 놓고서 공개적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했다"고 선전하고 다녔다는 그루터 측의 주장을 믿기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오픈소스는 그 자체로 실용적인 소프트웨어이며, 가치를 높여가며 유지하기 위한 '기술 지원'이 거래의 대상이 된다. 대기업은 자체 정규직 엔지니어로 이런 기술 지원을 주도적으로 하는 데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최원영 이사는 "오픈소스 기반 제품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면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어떤 기술력을 가진 인력이 있다고 뽑아 쓴다고 해서 지속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아파치 타조'라는 유명한 오픈소스 제품을 내부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주)그루터와 손을 잡은 것도 이때문이다. 타조의 소유권은 세계 최대 오픈소스 재단 중 하나인 '아파치 재단'에 있다. 그루터는 '아파치 타조'에 관한 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을 정도로 중요한 공헌자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SK텔레콤과 그루터는 함께 협력을 해나가면 아름다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사례가 될 수있었던 관계였는데, 왜 분쟁이 생긴 것일까?

▲ (주)그루터 권영길 대표. ⓒ프레시안(이승선)
'기술 지원' 받는다고 하면서 중소기업 핵심 인력과 은밀한 거래?

그루터의 권영길 대표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SK텔레콤이 타조 관련 솔루션을 다른 업체에도 적용시키는 대외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정식 라이선스로 '기술 지원' 계약을 맺지 않고 , 용역 방식만 요구하기에 거부했다"면서 "SK텔레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무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이 기술력을 가진 인재를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그루터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한다면 갈등을 빚을 이유는 없다. 권 대표도 "SK텔레콤이 타조 관련 솔루션 사업을 자체적인 기술 지원 역량을 확보하는 길로 갔다면, 이렇게 갈등을 빚을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감히' 대기업 SK텔레콤과의 분쟁을 이렇게 자세하게 공개하고 나선 이유는 '핵심 기술 인력과의 은밀한 거래'라는 SK텔레콤의 치졸한 행위가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근거가 없이는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 술술 나왔다. 그루터는 전체 직원이라고 해봐야 15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업체다. 그런데 등기임원이며 최고기술책임자(CTO) 김 모씨와 SK텔레콤이 은밀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씨는 그루터의 핵심 기술인력이자 그루터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김 씨만 빼내 직원이나 용역 인력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 SK텔레콤은 그루터의 기술지원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실제로 김 씨는 그루터와 상관없이 SK텔레콤의 기술 지원을 돕고 있었다. SK텔레콤이 김 씨를 사주해서 한 것인지, 김 씨가 스스로 SK텔레콤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원해서, 또는 그루터와의 갈등 때문에 이런 거래가 이뤄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김 씨가 등기임원으로서 배임 행위를 한 것이고, SK텔레콤도 이런 배임 행위에 편승했다는 권 대표의 주장에는 여러 가지 정황 근거가 있었다.

SK텔레콤은 김 씨의 협력을 믿고 김 씨가 그루터에서 지난해 12월 퇴사하기도 전에 다른 대기업에게 타조 관련 솔루션을 적용시키는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려고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SK텔레콤과 김 씨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 IT전문매체에 의해 밝혀졌다. 뒤늦게 고객사 측이 SK텔레콤 측에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SK텔레콤이 입찰에 응하지 않아 계약 자체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오픈소스가 뭔지도 모르는 SKT 경영진?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파치 타조 사건'은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조차 경영진이 오픈소스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오픈소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실무자들이 자기 성과로 삼기 위해 경영진을 기만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국제적으로도 '아파치 타조'에 대한 주도적인 기술 공헌자로 정평이 있는 그루터를 배제하고 이 회사의 핵심 인력을 끌어들여서 용역처럼 쓰면 자신들이 그루터처럼 기술 지원을 제공하면서 타조 관련 솔루션을 팔아 매출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 경영진은 이런 실무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은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이 "오픈소스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는 상식 이하의 발표를 왜 하게 됐는지 이해하게 해준다.

권 대표도 "SK텔레콤의 종합기술원에 있는 엔지니어팀과 마케팅팀이 기술 지원 인력을 확보해 자체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경영진에 보고했고,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SK텔레콤 경영진이 글로벌 사업 아이템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국제적으로 자신들의 제품처럼 아파치 타조를 선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4월 13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빅데이터 학술대회인 'IEEE ICDE 2015' 행사에서 자사가 보유한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전시하고 모범 사례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IEEE ICDE(International Conference on Data Engineering)'는 데이터베이스 분야 세계 3대 학술 대회 중 하나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빅데이터 학술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것 자체가 처음일 정도였다.

당시 SK텔레콤은 보도 자료에서 "이번 학술 대회에는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한 빅데이터 처리 엔진 '아파치 타조'도 전시될 예정"이라고 예고했고, SK텔레콤 최진성 종합기술원장은 "전 세계 석학들이 모인 자리에서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전시하고 모범 사례를 발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빅데이터 분야 핵심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지속적 대외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에게 협력은 원-하청 관계?

더 한심한 점은 근본적인 것에 있다. 오픈소스 제품에서조차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기술 지원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청-하청'이라는 갑을 관계로 끌고 가려는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권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 표준계약서 자체가 중소업체가 개발한 기술의 소스 코드까지 갑의 소유로 되어 있다"면서 "이런 현실에서 하청 업체로 전락하고마는 기술 사업이 싫어서 오픈소스 제품의 지원 기술력을 제공하는 사업을 택했는데도 하청 업체로 취급하려는 대기업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제보를 받고 SK텔레콤 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취재 과정에서 이런 보도 자료에 대해 SK텔레콤 입장을 대변하는 관계자는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또 이런 보도 자료가 나가게 된 과정에 책임있는 임직원들도 문책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취재 초기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SK텔레콤에서 아파치 타조를 주도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강변하다가는 "그루터 쪽에서 항의를 한 적은 없지만, 업계의 지적을 고려해 요즘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루터의 권영길 대표는 어이없어 했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은 어느 쪽도 쓸 수 없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미 인류 공동 재산으로 만들어져 공개된 오픈소스에 대해서는 기술 지원을 누가 주도적으로 했느냐는 표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파치 타조 제품에 대한 기술 지원에서 (주)그루터가 주도적인 공헌자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SK텔레콤 측이 "우리가 이 제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했다"고 하는 인식을 보인 것은 오픈소스의 기술 지원에 투자를 하면 마치 오픈소스의 주도적 개발자라는 '갑'의 지위를 갖게 되고, 기술 지원 파트너는 '을'인 하청 업체로 취급하려는 태도와 연결된다.

지금도 SK텔레콤 측은 "(주)그루터와 계속 협력하자고 하는데, 그 쪽에서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권영길 대표는 "SK텔레콤이 말하는 협력은 하청 업체로 일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아파치 타조를 쓰는 업체에게 기술 지원을 하면서 라이선스 비용을 받으면 되는 우리가 이미 신뢰를 저버린 SK텔레콤과 파트너로 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권 대표는 "아마존 등 우리와 관련이 있는 미국내 기업들에게도 SK텔레콤이 접촉해 업무를 방해한 행위들이 밝혀졌다"면서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한 지 변호사를 선임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말하는 상생과 중소기업이 원하는 상생에는 현재 큰 차이가 있다"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어디까지나 하청 업체로 계약 기간 중 망하지 않을 정도로 대가를 주려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파트너십을 인정받아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할 여력도 확보할 정도의 대가를 받는 상생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상생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상생이 아니라 착취 관계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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