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정원 직원 돌연사, 정말 의아해"

"국정원 현장방문으로 의혹 해소?…청문회부터 해야"

국가정보원의 '해킹 사찰' 의혹에 대한 야당 자체 대책위원장 격인 안철수 의원이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으로 불법 사찰을 벌였을 것이라는 의혹이 잇달아 제기된 데 이어,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이 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된 바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의 불법 해킹을 통한 사찰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련 직원의 돌연한 죽음은 또다른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한)다"며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정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운영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그 동안 국정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며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 수사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국민 앞에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같은 당 신경민 의원도 이 간담회에서 "최근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치적 자살이 따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유우성 사건)때 직원 1명과 협력자 1명이 자살을 시도해 미수에 그쳤고, 정윤회 사건 때 최모 경위가 번개탄으로 자살했고, 성완종 씨가 목을 매어 자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의원은 "이번 정치적 자살은 다른 자살과 달리 납득하고 이해하기 대단히 어렵다"며 "국내를 해킹·사찰하지 않았다는 게 고인의 주장인데, 안 했으면 소명만 하면 될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다. 무고한데 왜 죽었는지 진실 규명이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야당 때문에 죽었다'고 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설명"이라며 "(이를) 납득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安 "현장 방문으로 모든 의혹 해소? 중요한 건 디지털 증거"

안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에 대해 "선(先) 의혹 검증, 후(後) 현장 조사"를 요구하며 "선 검증 과정 없이, 국정원 현장에서 제공되는 일방적 자료들과 정비된 현장만을 둘러보고 '의혹을 해소했다'고 국민들께 말씀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현장 방문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고 하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국정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관련 기사 : 국정원 "정보위원들 국정원 방문해 사용기록 보면 민간사찰 안 했다는 것 명백")

안 위원장은 "국정원은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많은 의혹에 대해 '결백'만 주장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끔 책임 있는 답변을 통해 스스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국정원이 주장한 대로 떳떳하다면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본적 의혹들에 대해 대해 못 밝힐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의혹에 대한 국정원 해명을 토대로 관련자에 대한 정보위 또는 국회 특위 차원의 청문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정원 현장 조사는 이런 선 조치가 이뤄진 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사건의 경우, 현장 조사는 보조적 자료일 뿐"이라며 "예를 들어 해킹을 한 컴퓨터가 있는데, 그 컴퓨터만 옮겨도 '현장'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디지털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증거"라고 덧붙였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 의원도 "빨리 가자는 게 여당 입장인데, 우리가 견학이나 수학여행을 가는 게 아니다"라며 "어떤 자료를 어떻게 보고, 검증 절차는 어떻게 할지 등이 협의돼야 한다. 가서 차만 마시고 차담회 하고 오는 건 의미 없다"고 가세했다.

한편 안 위원장은 국정원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해킹 프로그램 (도입시의) 테스트 시점부터 마지막 사용 시점까지 모든 사용기록을 출력물 형태가 아닌 원본 로그파일 형태로 제출해 달라"고 했다. 그는 또 "실제 감청 단말기 수도 제출해 달라"며 "국정원 프로그램은 '동시 20명'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제까지 도대체 몇 명에 대해 해킹이 이뤄졌는지 규모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보안 업계에도 "이번에 문제가 된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 이미 많은 보안업체에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분석 보고서를 국민 의혹 해소를 위해 공개해 주고, 전용 백신을 개발해 우리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내 컴퓨터, 내 휴대폰을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