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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린이집서 맞았다! 해법은 '감시'?

[전진한의 알권리] 어린이집 CCTV 설치, 구세주인가 행정편의인가

CC(폐쇄회로)TV는 모든 범죄 행위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할 구세주인가? 어느 날부터 사회적 범죄 행위가 발생하면 CCTV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연일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는 9월부터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9월부터 새로 생기는 어린이집은 보육실과 공동놀이방, 놀이터, 식당, 강당 등에 CCTV를 1대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로써 모든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교사와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 내에 모든 행동이 CCTV에 의해서 녹화되고, 사소한 행위도 언제든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근무 환경으로 변했다. 심지어 인천 어린이집 사태에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보조 교사 의무 배치와 관련해서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채 CCTV 예산만 배정되었다.

'2015년도 보건복지부 추가경정 예산안'에는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위한 예산이 272억2800만 원이 편성됐을 뿐 어린이집 보조 교사 의무 배치를 위한 예산과 대체 교사 배치 예산은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안'에는 대체 교사 파견을 위한 예산은 반영됐으나 보조 교사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힘든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 및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일부 어린이집 교사들의 범죄 행위로 인해 우리 전체 어린이집 교사들의 노력이 폄훼당하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 또한 감시의 스트레스로 어린이집 교사들이 현장을 떠나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동안 어렵게 구축해왔던 보육 체계가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보육교사협의회

나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생생하게 체험했고, 지금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아이를 처음으로 잠실에 있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유독 눈물이 많았던 큰 아이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 내 손을 부여잡고 서럽게 울었다. 특히 세 살이 되어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직 웃음과 울음으로 감정을 전달하던 때라 출근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둘째 아이는 고집이 강하고, 소유 욕구가 강해 아이들과 자주 충돌이 발생했다. 거의 매일 장난감으로 친구들과 다퉜고, 지기라도 하면 선생님들에게 온갖 투정을 부렸다. 소위 말해서 보통 애가 아니었다. 우리 집은 두 아이를 매일 아침 8시에 맡기고, 저녁 7시에 데리고 왔으니 5년 동안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선생님들과 있었던 셈이다.

이 기간에 받은 감동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누구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간호해주셨다. 아빠인 내가 코가 찡할 정도였다. 조금 늦게 퇴근하는 날에는, 우리 아이만 혼자 남아있는 날도 많았는데, 선생님과 함께 즐거워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심지어 집에 가기 싫어 운 적도 많았다. 부모의 역할이 바뀐 셈이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원장 선생님은 각종 스트레스로 탈모가 진행되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원인이 된 것 같아 늘 죄송했다. 어린이집 졸업식 날, 선생님들이 아이를 안고 기도를 하며 참 많이도 우셨다. 지금도 가끔 시간이 나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대부분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내 경험처럼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식처럼 돌본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 어린이집 사태 등 일부 어린이집의 행태가 전 국민적 분노를 낳았다. 교사가 아이들을 때린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라도 용납될 수 없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도 정확히 찾아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에 관한 교육 확충과 보조 교사 지원 등 사회적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어린이집 교사들의 노동 시간은 살인적이다. 대부분 종일반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고, 이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 10~12시간 정도의 노동을 감당하고 있다. 만약 향후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을 학대한다고 해서 다른 해결책 없이 모든 교실과 가정에 CCTV만 설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하는 한 어린이집 원장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대책을 보고 황당했다. 다른 지원 없이 CCTV만 설치하자는 것은 감시만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오전 9시부터~오후 1시까지 피크타임에 대한 보조 교사 지원인데 이 부분은 빠져 있어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은 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까지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초과수당도 없다."

또한 "CCTV 각도의 따라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인데 때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훈육이 있어야 할 때도 있는데 앞으로 전혀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스트레스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어린이집 대책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대책은 많은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수많은 원인은 눈을 감은 채 '감시'라는 수단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판단된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어린이집 사태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직시하고, 보조 교사 확충 등 교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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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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