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조용한 어느 대가족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대가족을 위해 평생을 몸바친다는 착한 여자가 있었다.
식구들이 여자를 하늘이 내린 천사라고 칭찬했다. 모두 그녀 앞에서 다소곳했다.
하지만 착한 여자가 집을 비우면, 식구들은 수건돌리기를 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들며 착한 여자에 대해 의아스러워했다.
"그녀가 도통 웃질 않아. 이웃들과는 어떻게 웃는지 궁금해."
식구들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식구들의 생각이 여자와 다른 경우엔 집 안에 냉기가 돌고 저절로 가족 간 분란이 일었다. 묘한 것은 대가족이 그녀를 사이에 두고 편이 갈라져 옳다 그르다 하며 싸움을 벌였는데, 불똥은 항상 좀 모자란 형제에게 떨어졌다.
가족들은 모두 그 형제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으며, 그가 제 발로 걸어나가지 않으면 장도리로 못을 뽑아내듯 힘을 합해 그의 등을 떠밀어 내쫓고는 고약한 불똥이 언제 자기 등 뒤에 놓일지 몰라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대가족의 평화는 그렇게 유지되었다.
착한 여자는 대가족 틈에 불씨를 살려둔 채 늘 잠자코 있었다.
한정선 작가의 지난 연재를 보고 싶은 분은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를 참고하세요.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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