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보아 뱀이 됐다가, 양치기 소년이 됐다가, 여우도 되고 두꺼비도 됐다. 변신술의 귀재여서가 아니다. 정치술에 능해서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대의원인 화가 한정선 씨는 박 대통령을 하늘과 사람, 호수를 집어삼킨 보아 뱀(<시민사회신문> 6월 23일 작 '보아 뱀을 우러러보는 오리들')으로 그렸다. 보아 뱀 곁에는 호기심에 찬 오리 대여섯마리가 있다. 오리들은 자신들을 덮치려던 삵이 보아 뱀의 트림 소리에 놀라 도망친 후, 보아 뱀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오리들은 보아 뱀을 자신들의 수호신이라 믿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고도 변하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풍자한 겁니다. 세상 모든 것을 자기 뱃속에 집어 넣으려는 보아 뱀, 과연 정상일까요? 그런 보아 뱀을 수호신으로 여기는 오리들은 또 어떻고요."
한 씨는 박 대통령을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33일 만에 보인 눈물을 '거짓'으로 해석한 것. 작품은 특히 우리 자신을 포함한 우매한 민중을 부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양치기 소년이 부를 때마다 습관처럼, 훈련이 잘된 개처럼 어김없이 벌떡 일어나 우르르 몰려갔다."(<시민사회신문> 6월 15일 작 '양치기 소년과 늑대' 중)
전화기 너머지만, 한 작가의 그림 설명은 재밌었다. 사람을 동물에 빗댄 우화와 이를 풀어낸 짧은 글, 설명을 들을 수록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쳤다. 그는 정치적 국면마다 박 대통령의 얼굴에서 다른 동물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세태를 풍자하는 작품이 늘었어요. 노무현 정부 때는 지금과 같은 답답함은 없었는데, 박 대통령은 역사를 거슬러 '제왕의 정치'를 하니까. 이번에 '배신의 정치'를 말할 때는 얼굴이 다 새파래지더라고요. 사람을 착각하게 하는 면이 있어, 여우가 생각났습니다."
예부터 여우는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 작가의 말에는 알 듯 모를 듯한 뼈가 있었다. 이어 그는 박 대통령의 공감 능력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사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에요. 무감각하다는 거죠. 그런데 이 무감각이 국민에게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애덤 스미스의 책 <도덕 감정론>에 '무감각의 효용'이란 말이 나옵니다. 왕자와 공주처럼 태어날 때부터 대접을 받고 자란 사람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대범하다'라고 받아들입니다. 이런 게 '무감각의 효용'입니다. 박 대통령이 눈물 흘릴 때 어땠나요? 표정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눈물만 주르륵 흘렸죠. 마음으로 공감한 사람의 표정이 아닙니다."
한 작가는 2012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프레시안>에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를 연재했다. 외부 필자로 <프레시안>과 연을 맺었다. 이후 유료회원 '프레시앙' 가입도,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된 것도, 언론 협동조합 대의원이 된 것도 모두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또 '1+1' 캠페인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27일 남편과 함께 참석한 대의원 상견례에서 부부 모두 프레시안 조합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견례라고 해서 긴장했어요. 기사로만 보던 기자와 얼굴도 모르는 대의원과 마주한다는 생각에 참석할 용기가 선뜻 나진 않았지만, 직접 만나보니 가족 같았습니다. 친근함에 행복감까지 느껴지더라고요. 남편이 더 좋아했습니다."
'가족과 같은 언론사'라.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에 한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생명보다 돈이, 공공의 가치보다 개인의 영달이 앞서는 세상에서 <프레시안>만큼은 소외된 곳, 외면당한 약자를 보듬어 안는 언론이었으면 합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말이죠. 그렇게 <프레시안>다운 원래 색을 가져가면서, 부드러운 글과 친절한 기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한정선 작가의 지난 연재를 보고 싶은 분은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를 참고하세요.(☞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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