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와대가 재의를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이 6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 처리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본회의에서 무산된 후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국회법 처리와 관련해서 새누리당 대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뗀 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안 재의의 건이 사실상 폐기된 것에 대해 과정이 어쨌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국회 입법 활동을 하는 데 더 신중을 기하고 국민과 민생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죄송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국회법 개정안이 무위로 돌아간 데 대해 자세를 낮췄으나, 그 잘못을 야당으로 돌리는 모습도 보여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그는 "그간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우리 새누리당은 강제성이 없다고 해석을 했지만, 야당이 강제성이 있다고 계속 주장해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정부 내 법령 유권해석 기관인 법제처에서 이와 관련해 위헌이란 의견을 내고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신 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그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두 달 만에 입장 바꾼 새누리당, 때아닌 '야당 탓'으로 물타기
김 대표에 이어 기자회견장을 방문한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김 대표보다 더욱 거친 표현으로 야당을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이 애초 강제성이 없다고 공개 인정했으면 오늘 같은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강제성 논란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야당의 입장 표명을 거듭 요구했지만 야당은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소모적 논란의 처음과 끝은 야당의 자승자박에서 비롯되었단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 후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6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을 야당은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을 마치며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한 행보에 동참하는 야당을 기대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때아닌 '야당 공격'은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에 형성된 전선을 차라리 여당과 야당 사이로 옮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입법권 포기'이자 '청와대 거수기'라며 새누리당에 쏟아질 세간의 비난에 더해 '야당에도 잘못이 있다'는 식의 여론이 확산할 수 있도록 포석을 까는 것이란 설명이다.
유승민 "안타깝다…김무성 사과에는 이견 없어"
한편,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무산 후 본회의장을 나와 "안타깝게 생각한다. 의원총회 결정(투표 불참)대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5월 29일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에도, 법안엔 위헌 소지 등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전 자신과 따로 만나 기자회견을 할 계획임을 전달했다고 확인한 후 이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도 설명했다.
이처럼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라는 새누리당의 당론 그대로 처리 불발됨으로써, 법안 그 자체를 둘러싼 여당 내 갈등은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 여야 간 갈등은 현재 진행 중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김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각각 따로 만나기도 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별도의 배석자 없이 약 30분가량 만났으며,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에 앞서 15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두 자리에서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이 각각 제 나름의 논리로 유 원내대표에게 '자진 사퇴' 결정을 내려줄 것을 종용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이날 개정 국회법 처리 이후에도 '거취 표명을 하느냐'란 취재진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당내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날 오전 정례회의를 하고 '유 원내대표의 거취는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유 원내대표 사퇴 반대 성명을 냈던 바 있는 새누리당 내 일부 재선 의원들 또한 이후 별도의 회동을 할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2시께 개회한 국회 본회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 불성립'이 선포된 후 정회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원총회를 열고 이후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정청래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투표 불성립을 선포하자 '아직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의장이 종료를 선언했다'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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