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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착각, 친박은 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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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의 착각, 친박은 몰락했다"

[기자의 눈] 민심은 떠났는데 '홍위병'만 설쳐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는 참 희한한 관계다. 대통령 당선 후 '선거 성적표'를 보면 이상한 현상이 감지된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후보들을 밀어줬다. 그러나 친박계는 별로 당선시켜주지 않았다. 친박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에게 '능력 없는 친위대' 취급을 받아왔다. 반면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한 비박계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지점 어딘가에,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착각'이 존재한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1년 6개월여 만에 치러진 지난 2014년 6월 지방선거 결과는, '친박으론 어렵겠구나' 하는 것을 새누리당 당원들에게 인식시켜줬다. 광역단체장 이상급(級)만 따져보자. 친박 후보는 대부분 공천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당선되지 못했다. 경쟁력은 당내 '소장 개혁파'들이 증명했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지지하지만, 박근혜의 '측근'들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박 대통령은 '측근'을 데리고 정치한다. "배신"자 비박계는 배제해야 할 대상이다.

서울시장 선거.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밀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비박계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주자로 나섰으나 박원순 시장에게 밀렸다.

경기도지사 선거. 애초 친박계엔 인물이 없었다. 김영선 의원 정도가 친박계로 꼽혔으나, 경선도 못해보고 중도 사퇴했다. 당선은 남경필 지사가 거머쥐었다.

충남도지사 선거. 박 대통령이 민 친박계 정진석 전 의원은 '친노' 안희정 지사에게 단 한 번도 여론의 우위를 점해보지 못하고 졌다.

대전시장 선거. 박 대통령의 '외마디 신화', "대전은요?" 사건의 주인공 친박계 박성효 전 시장은 권선택 시장에게 패했다.

충청북도지사 선거. 친박계에는 인물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수석을 했던 친이계 윤진식 의원이 나섰다. 그러나 졌다.

강원도지사 선거. 최흥집 전 강원도정무부지사가 후보로 나섰지만 박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는 강원도에서, 결국 패배했다.

경북도지사 선거. 김관용 지사가 3선에 성공했다. 친박도, 친이도 아닌 인물이었다.

대구시장 선거. 새누리당 소장파이자 친이계 권영진 시장이 예상을 뒤집고 경선에서 친박계 서상기 의원을 눌렀다. 박 대통령에게 가장 뼈아픈 패배다.

울산시장 선거, 친이계 김기현 의원이 당선됐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포진했던 경남에서도 '비박' 홍준표 지사가 당선됐다. 제주도지사 선거. 친박계가 밀었던 우근민 전 지사가 비박 성향 원희룡 지사에게 밀렸다.

인천의 유정복 시장, 부산의 서병수 시장이 겨우 친박계의 명맥을 이었다. 그나마 서병수 시장은 무소속 오거돈 전 장관에게 턱밑 추격을 당했다. 굴욕적인 승리였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지방선거 이후 치러진 수차례 재보선에서 친박계 정치인은 힘을 쓰지 못했다. 40대 이상 젊은 친박계 참모들은 선거에 나서는 것을 꺼린다. '사심없는 사람'이 좋다는 박 대통령의 '말씀 정치'를 따르느라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내 선거 상황도 비슷하다. 당대표 경선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패했고, 국회의장 경선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정의화 의장에게 패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최경환-이한구로 이어지는 '친박 전위대' 시대를 지나, '3기' 주도권을 비박계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넘겼다. 지방선거, 재보선,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는 대부분 물을 먹었다.

친박계는 무능하다.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며, 다급한 정국에선 '홍위병'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는 꽝이다. 유권자는 영리하다. 대통령 입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정치인은 뽑아주질 않는다. 이정현 최고위원? 어느 계파에서나 남다른 인사는 한 명 정도 있는 법이다.

오히려 능력 있고 괜찮은 친박은 대부분 밀려났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혜훈 전 최고위원,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넓게 보면 김광두, 이상돈 교수, 김종인 전 의원 등도 '팽'당한 셈이다. 그 좋은 상품이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박심'을 업자마자 망가졌다.

지금 새누리당 내에 '친박계'라 할 만한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한 보수 언론은 친박계를 20~30명 수준으로 잡았다. 그나마 후한 평가다.

따지고 보면 2012년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대부분은 '친박계'여야 마땅하다. 19대 총선을 통해 진출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무려 78명이나 된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다. 2007년 대선 경선이나, 세종시 정국과 같은 '역경'을 같이 넘어보지 못한 인사들이다. 박 대통령의 그늘에서 '단물'을 먹고 자랐을 뿐이다.

그들은 오히려 같이 정치를 하고 있는 김무성, 유승민에게 '동료 의식'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찍어 불신임 '카드'를 던졌는데, 의원들은 그를 재신임했다. 박 대통령의 '보좌관'인 윤상현 의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의원들이 모른다"고 한 것은 오히려 절박감이다.

박 대통령이 발탁한 초선 친박 의원들은 이미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 공감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할 뿐이다. 목소리 큰 친박계 의원 몇 명이 '당신들 뭘 모른다'고 외쳐봤자 소용없다.

오히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지금 새누리당의 현실을 정확하게 봐야 한다. 세상은 바뀌었고, 대통령 임기는 고작 2년 반 남짓 남았다. 그나마 대통령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내년 총선까지, 즉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비박의 '인물' 없이 친박계만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미 2014년부터 불가능했다.

비박이 없으면 박 대통령도 반쪽이다. 열성 지지층이 있지만, 30~40%다. 나머지 10~20%를 비박계 지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은 비박계를 싫어한다. 감정적으로 싫어한다. 51%의 대선 지지율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당이 쪼개지고 '친박 당'이 만들어진다면? 그들은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있는가? 어디에서 많이 본 장면인데, 그나마 열린우리당은 '탄핵 정국' 바람을 타기라도 했다. 무슨 배짱일까.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미 '버티기'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있다. 모종의 '계기'가 생기길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 청와대가 '유승민은 배신자'라고 비난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유 원내대표에게는 '버틸 힘'이 생기게 된다.

아름다운 시절은 갔다. 세종시 파동 때의 박근혜가 아니다. 세종시 파동 때의 친박계가 아니다. 더이상 친박은 '힘센 소수파'가 아니다. 더이상 박 대통령은 '박 전 대표'가 아니다.

정치 게임은 시작됐다. 비박은 원희룡, 권영진, 남경필을 차기 주자로 키워냈다. 그런데 친박은? 세상이 바뀌었다. 그러나 '착각'의 힘은 아직 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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