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정한 '유승민 사퇴' 시점인 6일 본회의를 앞두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 표명을) 안한다"고 말해 여권 내부 갈등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6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해서 (이날 본회의 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힐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한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의 사실상 '사퇴 압박'에 대해 그동안 "할 말이 없다"는 말로 일관했던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를 천명한 셈이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6.25 폭탄발언' 이후 유 원내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국회법 재의결이 예정된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유 원내대표 사퇴의 'D데이'로 일방 설정했다. '명예퇴진론'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면, 오는 7일 친박계는 이장우, 김태흠 의원 등을 필두로 의총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2차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이미 의총에서 한번 재신임을 받은 상태다. 친박계 세가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 의총 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여부는 미지수다.
서청원, 김태호, 이인제, 이정현 최고위원 등, '친박 4인방'이 자진 사퇴를 해, 사실상 지도부 해체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는 친박계와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로까지 전선을 확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친박 지도부 사퇴 여파로 김 대표가 물러날 경우, 당헌당규상 유승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이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비박계 측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경우, 청와대가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 원내대표가 추경 처리 이후 사퇴한다고 못을 박는, 이른바 '시한부 사퇴'를 명확히 밝힌다고 해도 문제다. 사퇴 날짜를 받아놓은 원내대표가 야당과 어떻게 협상을 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옳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나 친박계의 사퇴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분에서 앞선다는 것이다.
청와대 "본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말씀드리겠다"
또 다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법 재의결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표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국회법 처리를 무산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찬반을 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요구는 자동폐기가 아니라 정정당당히 새누리당이 국회법을 부결시키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박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즉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표결 불참을 통해 법안을 표류시키라는 얘기가 아니라, 찬성표를 무더기로 던진 새누리당 의원들이 잘못된 법안을 처리한데 대해 책임을 지고 재의결시 반대표를 던져 법안을 없애버리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친박계 의원들의 당초 주장도 "부결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6.25발언 이후 열흘 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새누리당이 의총을 통해 '표결 불참' 입장을 정할 때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본회의 결과를 지켜보고 (청와대 입장을) 말씀 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결과가 어떻든,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열흘 간의 침묵을 깨고 입장을 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만약 부결을 요구할 경우, 새누리당의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 그렇지 않고 청와대가 '표결 불참' 결과를 받아들이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경우 얘기는 또 달라지게 된다.
이날 본회의 후 청와대가 입장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의 새로운 '지침'을 전달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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