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최대 항구도시 마르세유
지중해 해안의 절경에 취해서 구불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함께 비틀거리며 도착한 마르세유. 이곳 사람들은 '막세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는 글을 봤는데 실제로 우리가 마르세유라고 말했더니 그곳 사람들은 '말레이시아'로 알아들었다.
막세이. 프랑스의 자유로움과 열정이 단박에 느껴지는 곳.
항구에는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고(프랑스 1위, 유럽 2위의 요트정박장) 항구 앞 광장에는 커다란 직사각형 거울이 광장 위를 덮고 있는 이색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알고 보니 거울이 아니라 거울수준으로 반사되는 '슈퍼 미러 스테인레스 스틸'이라고 한다. 소재와 관계없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색적인 풍경은 이 하나의 건축물만으로도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과 이곳에 사는 시민들에 대한 애정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이 건축물의 작가는 이 광장을 '누구나 공연하고 산책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인지 광장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건지 노는 건지 카메라에 얼굴을 대고 끊임없이 댄스를 추던 흑인들. 그칠 줄 모르는 춤과 즐거워 보이는 웃음이 한 춤 한다고 자신하는 남편을 자기도 모르게 춤추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 흑인들과 함께 어울려 추는 남편의 막춤이 보고 싶었으나, 나이를 속일 수 없는 건지 아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체면을 벗어던질 수 없는 건지, 어깨짓만 몇 번하고 말았다.
이 광장 한쪽에 유럽 도시의 광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의 악사들.
특히 이곳의 기타 치던 거리악사는 유명배우 뺨치는 외모로 기타의 음악뿐만 아니라 행인들을 향한 윙크, 메롱 하기, 다리떨기 등, 우린 이 멋진 꽃거지의 윙크에 환호하며, 짧은 순간 아이돌에 환호하는 소녀팬이 되고 말았다.
천재건축가 가우디와 축구천재 매시를 만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제 프랑스 남부를 지나 스페인 국경으로 들어갔다. 스페인의 멋진 도시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지중해 연안의 프랑스 접경지역에 위치한 까딸루냐 지방의 중심지로 스페인 제2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정치, 사회, 문화 및 역사적으로 오랜 전통을 가진 지역으로 과거 로마시대부터 시작하여 스페인 내전에서는 노동자 군대가 우파 공화당에 승리한 최초의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 전통과 까딸루냐어라는 이 지역만의 고유 언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스페인의 독립요구가 큰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지닌 도시답게 권위에 대한 도전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나는 이 도시에서 천재건축가 가우디를 만나 웅장하면서도 세밀한 그의 건축물에 놀라고 축구천재 매시를 만나 흥분과 감동으로 가슴이 출렁거렸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가우디의 건축물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 웅장함과 정교함이라니!
성당 외곽의 여러 개의 높은 탑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어 성당의 크기도 웅장하지만, 성당 내부의 세밀하고 정교함은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었을까"라는 탄성 이외에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뿐이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모든 작품은 자연을 소재로 하는 것이 특징인데 성당 내부의 모든 구조는 나무의 줄기와 열매로 표현되어져 있고 각각의 세부적인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그 상징과 세밀함이 최고의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거부할 수 없게 한다.
아직도 미완성인 이 성당은 스페인 내전 때 훼손되고 중단된 상태에서 가우디의 설계에 기초해서 현재까지도 계속 건설 중이다. 건물의 토대는 쉽게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나 기둥하나 열매 하나하나에 예술작품에 버금가는 세밀한 조각을 남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웅장한데 당초의 설계대로 더욱 크게 짓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가우디가 살던 시대에는 상징적으로 웅장함 자체가 신에 대한 숭배였다지만, 현재는 하루에도 몇 개씩 거대건축물이 탄생하는 시기에 웅장함을 더 보탤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웅장함을 살리려고 애초 가우디만의 독특하고 세밀한 아름다움을 잃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들게 하니 말이다.
다음은 구엘공원이다.
가우디가 구엘의 후원을 받아 영국식 정원으로 꾸몄다는 곳.
공원 외부의 산책로를 타고 오르다 보면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밀리아 성당, 까딸루냐 광장, 저 멀리 몬주익 언덕까지! 공원은 나무와 꽃을 소재로 한 자연 건축물과 등에 산을 지고 있는 청정자연이 그렇게 서로 닮아 하나가 되어 있다.
구엘공원 내부로 들어간다. 가장 먼저 그 유명한 타일조각을 붙여서 만든 대형 원형의자가 우리를 맞이하는데 그 형형색색의 타일 하나하나를 붙이는 가우디와 작가들이 보이는 듯하다. 거기다가 아래층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데 계단마저 구불거린다. 이 얼마나 귀엽고 발칙한 상상인가? 가우디의 천재성과 아이같은 상상력에 살짝 미소가 번진다.
가우디의 세밀함은 라페드리아라는 아파트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손잡이 하나하나조차도 문을 여는 사람의 손 모양에 따라 설계하고 테이블과 의자도 사람이 앉아 있을 때의 안락함을 위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면 구불거리는 파란색 벽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데 우린 잠시 잠수부가 된다. 바다 속에 들어와서 파란 물을 가로지르다가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느새 상어의 입속에 들어와 있는가 하면 또 다시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며 파도가 출렁이는 바닷가 해변 앞에 서 있기도 한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아파트 방 하나하나에 각각의 테마와 그에 맞는 형태의 색과 배치를 연결한 것이다.
건물 스스로 통풍과 환기가 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작은 손잡이, 계단, 바닥 타일 하나하나까지 모두 의미를 부여하고 조화를 맞추려 했던 정교함은 왜 그를 천재건축가이자 예술가라고 명명하는지 충분히 이해가게 한다.
다음은 매시의 숨결과 축구에도 가치와 사상이 있음을 증명하는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FC 바르셀로나(바르샤) 축구장이다.
나는 왜 이렇게 매시가 좋을까? 단지 축구 천재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의 축구에는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과 안목이 있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로 지나친 환호를 하기엔 너무 늙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사람에게는 실력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적어도 FC 바르셀로나와 매시에게 축구는 운동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FC 바르셀로나는 한 사람의 구단주가 돈을 대서 그 사람의 의지에 따라 운영되는 구단이 아니다. 수천수만의 개개인이 조금씩 돈을 출자하여 구단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그래서 구단의 운영도 여러 조합원의 의사결정이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경기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광고비를 포기하고 유니세프를 후원하는 기부운동복을 입을 수 있는 것이고, 또 돈만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데려오는 시스템보다 유소년 축구단을 육성해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는 공동체로서의 축구단 개념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매시도 예외가 될 수 없는데, 축구를 잘 하는 꼬마 때 성장이 억제된 희귀한 질병을 가진 매시를 유소년 바르샤 팀에서 모두 치료해주고 지금의 축구선수로 키워온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최고의 선수가 된 매시에게 기자들은 묻는다. 더 좋은 제의가 있다면 바르샤를 떠날 것인지에 대해. 매시는 단칼에 'No'라고 말하며 "나는 바르샤에서 은퇴할 것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가끔씩 궁금하다. 매시에게 이적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운동선수를 사회구성원이자 공동체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단지 비싼 돈을 버는 상품으로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세상의 모든 것은 사회와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바르샤가 좋고 그런 가치에 화답하는 매시가 좋다.
바르샤의 구장은 이런 나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게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고, 조합원들의 응원을 홍보하고 있었다. 그래서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푸누는 경기없는 구장만으로도 나에게 함성과 흥분으로 가득차기에 충분하였다.
느지막이 우리는 황영조의 환희가 있는 몬주익 언덕을 찾아갔다.
우리에게 손기정의 아픔을 씻고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곳! 그러나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헤맨 탓에 몬주익 언덕에 어두워서 도착했고, 이미 밤이 시작되어 금메달 환희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대신 형형색색의 화려한 분수쇼와 그 매력에 취한 젊은이들의 환호와 연인들의 끝없는 키스가 우리를 맞이했다. 음악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밤을 화려하게 밝히던 몬주익 언덕의 분수쇼! 거기에는 어느 여행자라도 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움과 행복감이 있다. 바르셀로나 여행 계획이 있다면 연인과 함께 가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가온가람이 가족 세계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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