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채권단이 진짜 원하는 건 '좌파 정권 종식'이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의 지적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29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그리스 민주주의에 대한 유럽의 공격(Europe’s Attack on Greek Democracy)"이라는 글에서 그리스 채권단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른바 '트로이카'로 불리는 채권단, 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요구하는 건, 그리스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것 이상이라는 지적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금권 통제'를 불편해 한다"
요컨대 "돈과 경제보다는 권력과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많은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그동안 여러 선진국에서 불평등을 키워 온 형태의 정책들에 대해 그리스 정부가 반대하는 현상, 그리고 고삐 풀린 금권을 통제하려는 현상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이 재정 긴축에 반대하고 양극화 해소에 적극적인 데 대해 다른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못마땅해 한다는 설명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에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재정적자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많은 경제학자는 이를 가혹하다고 보고 있다"며 "지난 5년간 그리스 GDP가 25% 축소되고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이 60%를 넘게 된 데 대해 '트로이카'가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일은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돈이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을 비롯한 민간 채권단의 돈을 갚는데 쓰였다"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민간 은행을 보호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리스에 유입된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크루그먼 "그리스 국민들, 국민투표에서 반대표 던져야"
상대적으로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에 선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스티글리츠 교수의 입장에 동조하는 편이다. 역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그렇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7월 5일 국재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기고에서 "그리스 국민이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가 겪는 여러 문제가 채권단이 요구한 '재정 긴축 정책'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냈다. 그리스 정부 역시 채권단이 좌파 정부를 퇴진시키려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꼭 편집증적인 음모론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주만 해도 채권단이 그리스 지원을 재개하는데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다 채권단 가운데 하나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연금 삭감 등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뒤틀어졌다. 30일 종료되는 구제금융을, 오는 7월 5일 국민투표일까지 연장해달라는 그리스 정부의 요구는 거부당했다. 이는 채권단이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권 퇴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텔레그래프> "채권단, 그리스 아니라 시리자 정권과 협상하지 않으려는 것"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채권단은 그리스가 아니라 시리자 정권과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좌파 정권을 퇴진시킨 뒤, 새로운 정부와 다시 협상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새로 들어설 정부는 채권단에 훨씬 유화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7월 5일 국민투표에 대해, 찬성 입장이 더 많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다만 그리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홍보하는 점은 변수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대로, 국민투표에서도 찬성 입장이 우세하다면, 현 정부는 물러나고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채권단이 이걸 노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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