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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H-빌리지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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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H-빌리지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

[인터뷰] '도시 재생' 주도한 젊은 예술가들

지난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H-빌리지 쇼케이스'라는 행사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H-빌리지'는 현대차그룹이 사회공헌활동(CSR)으로 지원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뜻한다. 이날 행사는 'H-빌리지 프로젝트'의 첫 대상이 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서 지난 1년여간 한 사회적 기업이 수행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성과발표회였다.

도시재생이라는 것은 1년 정도했다고 완성되는 간단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도시 재생은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새롭게 경제적·사회적·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도시사업"이다.

창신동은 동대문 시장의 '배후 생산기지'로 기능했던 봉제산업의 거점인 마을이다. 따라서 이런 마을을 '재생'한다는 것은 생산과 소비, 유통 등에 디자인과 포장 등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적인 가치를 더해 '재산업화', '고부가가치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는 총체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비추어보면 '창신동'은 '재생'의 손길이 닿기 시작한 초기단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창신동이 한창 번창할 때 3000여 개에 달했던 봉제공장은 3분의 1로 줄어들어 현재 1000개도 넘지 못한다. 쇼케이스 행사에서 보여준 것도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은 사회적 기업이 창신동에서 벌여온 일부 사업의 성과를 발표하는 정도에 그쳤다.

따라서 정말 궁금했던 것은 창신동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지난 1년여간 활동해온 사회적 기업의 주인공이 어떤 생각을 갖고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다음은 '창신동 H-빌리지' 프로젝트를 맡은 사회적 기업 '000간' 대표 홍성재 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홍성재 '000간' 대표.ⓒ프레시안


"지역과 젊은 예술가들에게 환원되는 가치 창출"


프레시안: '000간'이라는 기업의 이름조차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홍성재: '공공공간'이라고 읽으면 된다. 숫자 '0'으로 표기했지만, '공감, 공유, 공생, 그리고 참여'라는 의미를 담아 우리 기업이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니만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수익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지역과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환원하고 있다.

프레시안: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지만, 예술가 집단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이렇게 예술가들이 모여 자립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나.

홍성재: 홍익대학교 미대에서 순수 예술인 회화과를 전공했지만, 내가 숨쉬는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실사회와 긴밀한 소통을 하는 예술을 하고 싶었다. 이 시대의 예술가로서 세상을 관조하는 거리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감당하고 싶었다. 창신동 프로젝트는 특정한 시공간에 함께 거주하는 주민들이 미래 세대인 자녀들과 보다 균형있는 삶을 살기 위해 부닥치는 현실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프레시안: 예술가 집단이 도시재생이라는 프로젝트를 맡을 정도면, 사업적인 감각이 남다른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맡기 전에 어떤 일을 했나.

홍성재: 사람들이 예술을 경험하는 기회를 부담없이 갖게 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독일의 한 문화예술 전시회에 초청받았을 때, 예술작품을 대여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안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프레시안: 창신동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홍성재: 도시 재생을 위해 마을을 '재발견'하는 과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그것도 내가 독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 주민과 함께 이런 문제들을 공유하고 함께 찾아가는 것이어야 했다. 우리는 창신동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마을 안팎에 무형 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창신동을 단순히 봉제공장이 밀집한 마을이 아니라, 기존의 봉제산업에 문화와 디자인의 새로운 가치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창조의 마을'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제로 웨이스트 셔츠 ⓒ000간


'자투리 천 최소화 디자인'과 재활용


프레시안: 창신동은 봉제거리답게 봉제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조각 천들이 쓰레기로 거리를 흉물스럽게 했는데, 이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한 것도 대표적인 성과라고 들었다.

홍성재: 자투리 천은 '자원의 재발견'이라는 과제의 대상이었다. 창신동에서 자투리 천만 연간 8000톤이 나올 정도였다. 자투리 천은 비용 손실이 큰 원인도 되었는데, 자투리가 나오지 않는 디자인을 개발해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물이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이다. 자투리가 나오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투리 천이 나오는 것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다양성도 살리면서, 이렇게 나오는 불가피한 자투리 천도 '업사이클'이라고 해서 최대한 재활용하고 있다. 자투리 천으로 쿠션 등의 소품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 '000간'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 ⓒ000간


프레시안: 자투리 천을 없애는 디자인 개발하고 도시 재생과 어떤 연결점이 있나.

홍성재: 도시재생은 생산네트워크와 생활네트워크를 결합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도시재생은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도시의 여러 요소들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도시재생 플랫폼을 예로 들자면,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제품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 '메이드 인 창신동'이라고 표기하는 식으로 지역 브랜드라는 고정점을 만들고, 이런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디자인 간판'을 걸어 공장들이 산재한 거리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유기적 연결망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앞으로 창신동 프로젝트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홍성재 : 이제는 소비가 고도화되는 시대다. 단순히 물건만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경험을 주고 받는 복합적인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신동이 동대문의 배후기지 정도가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고부가가치 디자인 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신동 봉제거리에 'H-빌리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간판들이 봉제공장마다 보급되고 있다. ⓒ000간


'창신동 도시재생'이 고부가가치 디자인 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는 수준의 프로젝트가 되려면 일개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창신동 H-빌리지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이끌 의욕을 가진 인재들을 지원해 그들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하나의 모델 케이스로 자리잡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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