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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내 진동하는 파리의 오묘한 질서!"

[온 가족 세계여행기] 프랑스 남부로 향하다

스위스 로잔에서 프랑스 남부 지중해의 최고도시 니스로 향한다.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들어가는 여러 경로 중에서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통과한 후 프랑스의 니스로 가는 길이 가장 직선로다. 고속도로가 무료였던 독일, 1년 통행권으로 움직였던 스위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달린다.

특별한 정보 없이 경유지로만 생각했던 이탈리아 고속도로 요금은 상상 이상이다. 3~4시간 달렸을까? 스위스 1년 통행권에 맞먹는 통행료 요금을 지불한다. 히야~ 기함하며 차에 기름을 채우러 주요소에 들렀다. 무인주유소이기도 하고 한밤이 되어서인지 직원도 없다. 현금을 먼저 넣고 주유하면 되겠지 했는데, 이 기계가 돈만 삼키고 기름은 토해내지 않는다. 몇 차례 시도를 해도 여전히 먹통이다. 지나가는 행인이 보다 못해 이것저것을 해보다가 내일 아침 직원이 나오면 처리해야 한다며 서양인 특유의 어깨짓을 하고 가버린다. 너무 어리숙하게 여행을 하는 건지 무작정 여행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경유지로만 생각했던 이탈리아 고속도로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과 돈을 허비하고 만다. 너무 단정하고 깔끔했던 독일이나 스위스와 대비되어서일까? 비싼 통행료에도 고속도로 관리 상황도 좋지 않다. 허술하기만 한 시스템에 화가 난다. 하지만 여기는 잘 곳도 없다. 하는 수 없이 1~2시간 거리에 있는 프랑스의 최대 휴양도시 니스로 향한다.
▲ 프랑스로 가는 길의 경유지였던 이탈리아 고속도로. ⓒ가온가람이 가족

유로존으로 연결되어 국경에 대한 경계는 없으나 각 나라마다 고속도로 운영방식에 차이가 있다.

독일은 아웃토반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가 모두 무료다. 도로연결과 이동방식이 꽤 정갈해서 어디서든 원하는 곳으로 연결가능한 방사형 모양의 도로들이다. 고속도로 이동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 뿐만아니라 간간이 들른 주유소와 휴게소에서도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상식에 부합되는 상황이었다.

스위스 역시 교통정체가 심했던 취리히를 제외하고 도시 외곽의 도로와 고속도로 시스템은 비교적 깔끔하고 무난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구간대비 최고의 통행료를 징수하면서도 우리나라 국도수준의 도로상태, 돈 삼키는 주유소 등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졌지만, 모든 구간에서 통행료를 요구하지는 않았고 한두 시간의 프리웨이(freeway)를 달리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돈 삼키는 주유소. ⓒ가온가람이 가족
그러나 프랑스는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마치 국경검문소처럼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우리를 맞이한다. 프랑스의 고속도로는 모든 구간에서 통행료를 지불하게 되어있고, 요금도 꽤나 비싸다. 주머니처럼 생긴 입구에 동전을 던져 넣어서 지불하는 구간도 있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통행권을 뽑고 출구에서 지불하는 구간도 있으며 때로는 선불로 때로는 후불로 지급한다. 더군다나 교통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와 현금 및 카드를 병행사용하는 게이트가 나눠져 있는데, 외국인이 판단하기에는 표시가 명확하지 않다.
▲ 국경 검문소같은 프랑스 톨게이트. ⓒ가온가람이 가족

이후 프랑스 여행 중에 우리는 이런 표시를 잘못 이해해서 교통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는 게이트로 들어갔다가 한참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교통카드는 없고, 현금결제는 안 되고, 창구에 직원도 없다. 한술 더 떠서 도움 벨을 눌러도 들려오는 건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다. 영어로 물어봐도 여지없이 불어로 말한다. 더군다나 우리 뒤로 차가 5~6대는 멈춰서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 부절하는데, 뒷차 아저씨가 다가온다. 간단히 상황설명을 하고 연거푸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또한 불어를 몰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하자, 아저씨가 도움벨을 눌러 안내도우미의 지시를 자세히 듣고서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차를 후진해서 이 게이트를 빠져나가서 현금결제가 되는 게이트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뒷차들에게 후진하라는 손신호를 한다. 물론 차에 탄 사람들은 모두 표정이 좋지 않다. 우리 때문에 지체된 시간도 있는데다가 한 대씩 뒤로 빼서 다른 입구로 가야하니 나 같아도 기분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묘하게도 어느 누구도 시간지체와 후진의 번거로움에 대해서 타박하지는 않는다. 경적음 한번 울리지 않고, 아무도 화를 내지 않는다. 표정은 경직되었으나, 곤궁한 상황이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다. 뒤에서부터 한 대씩 차례대로 후진하여 다른 게이트를 이용한다.

마침내 우리 차를 후진할 차례이다. 우리 뒷차 아저씨는 수신호로 나머지 차에게 후진 후 다른 게이트를 이용하라고 해주고, 자신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보겠다며, "우리 차를 후진해서, 3번째 게이트로 가면 현금지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설명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이 심하다. 잘 못하는 영어를 하려니 어지간히 떨리는 모양이다. 사실 영어를 못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라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진다. 잘 못하는 외국어라도 이방인인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동에 경외감을 느끼며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진다. 아저씨의 친절과 뒷차들의 배려에 미소와 함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른다. 뒷거울로 보니 아저씨는 자신의 차를 게이트와 게이트 사이에 정차해놓고 우리가 제대로 된 입구로 가는지 확인한 후에 엄지를 치켜 올리며 굿바이 인사를 한다.

프랑스는 참 오묘한 나라다.
때로는 동양인을 무시하는 말투와 거만함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때로는 곤궁에 처한 사람에게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고 마지막까지 배려를 잊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때로는 매력적인 파란 눈과 그들 특유의 자유로움으로 감성을 폭발시키기도 한다. 프랑스는 왜 이렇게 여러 색깔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을까?

나의 짧은 지식으로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프랑스가 가진 지리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예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쓴 홍세화 씨도 이런 자유를 '똘레랑스'로 표현한 바 있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남쪽에는 투명하고 깨끗한 물빛을 가진 지중해가 있고, 서쪽에는 유럽최대의 모래언덕인 아르까숑이 있으며, 서북쪽 대서양에는 둥근 수평선과 파도만으로 수천년 간 자연이 만들어놓은 오묘한 바위들을 가진 에트라탓이 있다.

특히 파리에는 수많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데, 에펠탑, 세느강,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노틀담 성당, 몽마르뜨 언덕,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거리 여기저기에 있던 공연, 전시, 연극 등 다양한 문화공간들.

이를 표현하는 프랑스인들의 태도는 어느 도시이건 산만함으로 표현되고 거지(꽃거지든 구걸이든)와 노숙자들도 많이 보이고, 공연인지 노는 건지 구분되지 않는 시끄러움이 가득하다.

게다가 쾨쾨한 냄새로 진동하는 도시들, 그 중에서도 파리는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지상으로 이동하는 계단을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소변 지린내가 진동했고, 일명 빠리지앵이라고 불리며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운전해대는 무질서한 차와 사람들까지 만나면 단정하고 정갈한 사람들은 기함하며 쓰러질 법도 하다. 일본에서는 프랑스 파리로 첫 여행 후 충격에 휩싸여 돌아온 사람들을 치유하는 프로그램까지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무질서 속에 존재하는 자유로움을 허용하는 오묘한 질서! 혼잡과 산만함으로 비춰지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양한 사고와 다양한 권리를 인정할 줄 아는 프랑스인들의 태도는 사람들을 어떤 사회적 규범이나 틀 안에 넣어두고 그것을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여러 색깔을 인정하려는 프랑스인 특유의 똘레랑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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