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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리티지 재단'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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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헤리티지 재단'을 꿈꿉니다"

[이 주의 조합원]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충격 고백. 홍일표 조합원, 이십대 때 저를 정말 서럽게 울린 '유일한' 남자입니다!

남편(이 분의 부인)이 보면 어쩌려고 이런 말을 꺼내냐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로 울린 게 아니니까요.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과 저는 15년 전 처음 만났습니다. 참여연대 간사 선후배 사이였지요. 저는 참여연대 소속 기자였고, 홍일표 조합원은 조세 정책을 다루는 팀의 간사였습니다. 참여연대는 당시 (아마 지금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일중독 집단이었고, 그 참여연대에서 쏟아내는 보도자료와 논평을 기사로 소화해야 하는 기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홍 조합원을 포함한 여러 간사들과 야근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게 됐습니다. 홍 조합원은 다짜고짜 내게 '기사 좀 잘 쓰라'고 타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 기자는 나한테 전화를 걸어 꼼꼼히 물어보던데, 어떻게 <동아일보> 기자보다도 못 하냐?" 그는 매섭게 몰아세웠고, 할 말은 많지만 그 기사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던 저는 아무 말 못하고 술잔만 기울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서럽고 억울해 눈물을 쏟아냈던 기억이 나네요. 어쩌면 술이 취해서 울었나 봅니다.

그렇게 홍 조합원은 본인이 하는 일에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런 그가 또 새로운 일을 시작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보좌관이기도 한 그는 지난 3월 한국의 '헤리티지 재단'이 되겠다며 출범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을 맡게 됐습니다. 이 연구소는 새정치연합 김기식, 우상호, 은수미, 홍익표, 김성주, 김승남, 김현미, 남윤인순, 박수현, 박완주, 박홍근, 배재정, 신경민, 우원식, 유은혜, 윤관석, 이목회, 이인영, 이학영, 진선미, 진성준, 홍종학 등 의원들이 1000만 원 씩 출자해 만들었습니다. 이사장은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최병모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홍 조합원에게 '더미래연구소'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연구소 블로그 바로 가기)

"우리나라 정책 생산에서 관료, 기업 연구소, 국책 연구소 등 기존 정책생산자들이 갖는 한계에 대해선 이미 십여년 전부터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새사연, 희망제작소 등이 연구의 자율성, 독립성을 확보하고 이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독립민간연구소 실험을 해오고 있다.

우리는 시민단체가 그동안 준정당, 준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경실련, 참여연대는 외국 기준으로 보면 대단한 싱크탱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04년을 전후해 국내에서도 민간 싱크탱크와 시민단체의 조직적 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과정을 보면 시민사회가 구축해놓은 정도의 역량, 자원을 확보하는데 실패하고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왜? 민간 싱크탱크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 우선적으로 따지는 게 공급 사이즈다. 돈과 사람이 있는가.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 연구소가 만들어낸 결과를 주목하는 사람, 청자가 누구냐이다. 보고서의 독자가 보고서의 영향을 받아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이 문제가 잘 풀리면 거꾸로 돈과 사람을 모을 수도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직접 돈을 출자했고, 토론회나 보고서 작성 과정에 의원 보좌관 등이 적극 참여하는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미국의 최고 싱크탱크 중 하나로 꼽히는 헤리티지 재단의 출발점이 이와 비슷하다. 보좌관 출신 2명이 만들었다. 이들이 국회에서 일을 해보니, 기존 싱크탱크의 보고서는 너무 늦고 핵심으로 바로 가지 않아 입법 공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들은 국회(공화당) 의원들에게 시의적절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원 페이지 페이퍼'를 만들어냈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 레이건 공항에서 (의회가 있는) 캐피털 힐까지, 즉 공항에서 내려서 의회까지 오는 동안 읽을 최적의 보고서를 만드는데 성공하면서 헤리티지 재단이 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점에서 (정치 성향과는 무관하게) 한국의 ‘헤리티지 재단’을 지향한다는 얘기다."


곧 나올 연구소 첫 보고서 주제는 최저임금이라고 합니다. 홍 조합원이 소개했던 것처럼 이인영 의원실 보좌관이 집필자이며, 관련분야 연구자와 교수 등이 2, 3차 검토를 거친 뒤 보고서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통신비 인하, 지속가능발전, 가계부채 등 주로 입법 의제와 연관된 주제를 우선적으로 다룰 계획입니다.

홍 조합원은 새정치연합 초재선 의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연구소까지 만들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목표로 "2017년 정권 교체"를 꼽았습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위해선 야권에서 새로운 인물과 의제가 발굴되고 그것들이 검증돼야 한다. 야권에서는 '라이징 스타'를 키워야 한다. 새누리당은 세대교체까지는 아니지만 세대충원은 되고 있는데, 야권은 세대 충원도 안 된다. '더미래연구소'에서 주요하게 하는 작업 중 하나가 연구자나 정치인이나 '라이징 스타'를 발굴하는 것도 있다."

▲ 지난 달 19일 더미래연구소가 주최한 장하성 교수 초청 강연 ⓒ 더미래연구소

마지막으로 홍 조합원에게 프레시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물었습니다.

"프레시안을 매일 보는 독자, 조합원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직면한 현실에 대해 취재를 통해 이면을 드러내 보이는 비중 있는 기사들을 더 많이 써줬으면 한다.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이런 프레시안에서만 볼 수 있다' 이런 색깔이나 느낌이 있는 기사들이 조금 약화됐었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 때 다시 한번 존재감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약화된 배경 중 하나가 재정적인 이유로 기자 충원이 힘들어진 이유도 있다고 설명하며, 조합원으로서 조합원 배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자, '더미래연구소'도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말을 꼭 넣어달라고 합니다. (후원회원 가입하기)

하긴 좋은 언론과 싱크탱크, 서로가 서로의 자양분이 돼어야할 상생의 관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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