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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먹힌 삼성병원, 다시 살아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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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에 먹힌 삼성병원, 다시 살아나려면?

[기자의 눈] 삼성병원을 중증 메르스 치료 병원으로

지난 5일 <프레시안>은 삼성서울병원의 격리를 주장했었다. (☞관련 기사 : 당장 삼성서울병원을 격리하라!)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이 29일 자진 휴원 형식으로 폐쇄되는 등 환자 발생 병원 6곳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5곳이 사실상 폐쇄, 격리된 것을 염두에 두고서 다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 내놓은 고언이었다. 이 병원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3차 감염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감염이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서울병원이나 방역 당국은 이 고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리고 6월 14일 송재훈 삼성병원장이 전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삼성서울병원의 사실상 폐쇄를 선언했다. 비록 24일로 시한을 못 박았지만 이 병원에 제2, 제3의 4차 감염이 또 다시 나올 경우 이 기간은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메르스 환자, 최초 확진한 병원이었는데…

지난 열흘간 삼성서울병원을 비판하는 여러 기사를 써오면서, 또 급기야 이 병원이 사실상 폐쇄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왜냐하면, 미지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도 모른 채 고통 받던 1번 환자를 메르스로 처음 확진 판정한(5월 20일) 의료진이 바로 하영은 교수를 비롯한 이곳의 감염내과 팀이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가 없었다면, 보건 당국의 메르스 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늦었을 것이다. 또 1번 환자는 영문도 모른 채 며칠 더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것이다. 그러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가 국내 최초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한 업적 자체는 자부심을 가져도 마땅하다.

하지만 정작 1번 환자를 확진 판정했던 삼성서울병원은 5월 27일 응급실을 찾은 14번(35) 환자를 대응하면서 구멍이 뚫렸다. 그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응급실에서 다른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은 물론이고 다른 환자, 가족과 끊임없이 접촉했다. 비교적 상태가 좋았던 27일에는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까지 했다.

137번(55) 환자는 또 어떤가?

그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병실로 옮기는 이송 요원이다. 5월 27일부터 29일 사이에 14번 환자와 함께 응급실에 체류했지만,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6월 2일부터 열이 났지만 10일까지 정상 근무를 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만 76명을 이송했다. 이 137번 환자에게 노출된 의료진까지 염두에 두면 52명이나 된다. 다른 환자, 가족을 염두에 두면 아득하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총 감염자 150명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73명이 이 병원을 통해서 감염된 '메르스 병원'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번에 떨어진 삼성서울병원의 위상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송재훈 병원장이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내는 등 감염내과 전문의라는 사실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더 치명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을 '중증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으로!

더 큰 문제는 삼성서울병원 등을 통해서 감염된 150명의 확진 환자다. 6월 15일 오전 6시 현재 사망자 16명, 퇴원자 14명을 제외하고, 120명이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특히 역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영문도 모르고 감염된 이 병원 의사 35번 환자를 비롯한 17명의 상태가 심각하다.

앞서 <프레시안>이 지적했듯이, 폐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중증 메르스 환자의 경우에는 에크모(ECMO) 장치와 같은 최고 수준의 의료 시설과 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진 중증 환자가 과연 이런 최상의 치료를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관련 기사 : "중증 메르스, 에크모 없으면 죽습니다")

당장 81번(61) 환자는 사전에 앓던 질환이 없었음에도 메르스에 감염되고 나서 14일 부산의료원에서 사망했다. 부산의료원은 이 환자를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부산의료원은 에크모 장치가 없어서 부산대학교병원에서 빌려오기까지 했다. 애초 이 병원이 중증 메르스를 치료하기에 최상의 환경은 아니었던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환자를 국내 최초로 확진 판정할 정도로 최상의 감염내과 의료진이 포진해 있다. 더구나 에크모 장치를 구비하고, 또 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국내의 몇 안 되는 병원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자기 병원의 방역이 뚫린 대가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 또 불안한 시민에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참에 삼성서울병원을 '중증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하자. 그리고 이곳에서 현재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불안정한 중증 메르스 환자 17명을 포함해, 앞으로 발생할 중증 환자를 집중 치료하도록 하자. 만약 삼성서울병원이 이 과정에서 다수의 환자를 살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삼성서울병원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사죄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81번 환자 역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의 친척을 방문하다(5월 26~28일) 메르스에 감염되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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