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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메르스, 에크모 없으면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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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메르스, 에크모 없으면 죽습니다"

[인터뷰] "중증 메르스 환자 치료 센터 지정해야"

11일 <한국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삼성서울병원 의사 35번(38) 환자의 "뇌사" "사망" 등의 오보를 내면서 많은 시민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알레르기 비염 외에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던 이 의사가 불과 며칠 만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목숨을 잃었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더구나 그 의사는 불과 며칠 전에 여러 매체와 병상 인터뷰도 했었죠.

하지만 이 의사의 "뇌사" "사망" 등의 보도는 결국 오보로 밝혀졌습니다. <프레시안> 확인 결과, 이 의사는 메르스로 폐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여서 '에크모(ECMO)'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자가 호흡이 곤란한 상태의 환자라서 외부에서 혈액에 직접 산소를 주입해서 몸속으로 넣어주고 있는 것이죠.

에크모 치료는 메르스 중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처치입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지정한 메르스 치료 병원 가운데 이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병원이 드물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지적대로라면, 상태가 심각해진 메르스 환자의 경우에는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집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병원 호흡기 내과 전문의의 증언입니다.

프레시안 : 어제(11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 중인 삼성서울병원 의사 35번 환자의 상태를 놓고서 설왕설래가 많았습니다. "뇌사" "사망" 등은 오보로 확인이 되었죠. 그런데 상태가 심각해서 에크모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의사 L : 35번 환자의 경우는 메르스로 폐 기능이 손상되어서 호흡 기능 상실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에는 자가 호흡을 통해서 공기 중의 산소를 몸속으로 흡입할 수 없습니다. 인공호흡기로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그럼, 에크모 치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레시안 : 에크모 치료가 뭔가요?

의사 L : 환자의 정맥에 에크모 장치를 연결시켜서 일단 혈액을 밖으로 빼냅니다. 그리고 그 혈액에 산소를 주입한 다음에 다시 동맥이나 정맥에 넣어줍니다. 환자의 심장, 폐 등의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을 입을 때 바로 이 장치가 필요하죠. 메르스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이 에크모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프레시안 : 메르스가 완치되어 퇴원하는 환자를 내세우며 정부는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는 메시지를 시민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의사 L : 애초 몸이 건강해서 메르스를 잘 이겨낼 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관리만 잘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애초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약자나 혹은 35번 환자처럼 갑작스럽게 상태가 심각해지면 중증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중증 환자의 치료는 경증 환자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프레시안 : 그런 환자는 최악의 경우에 에크모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의사 L : 맞습니다.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인공호흡기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때는 에크모 치료가 필요합니다.

프레시안 : 에크모 치료는 정부가 정한 메르스 치료 병원 어디서나 받을 수 있습니까?

의사 L : 그 대목이 걱정입니다. 에크모 치료는 경험이 풍부하고 훈련된 의료 인력이 준비되어 있는 병원에서 시행해야 안전할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상계백병원 정도가 준비가 되어 있는 병원이죠. 지방 병원 가운데는 충남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양산병원 정도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프레시안 : 메르스 치료 병원 가운데 상당수의 이름이 빠져 있네요.

의사 L : 맞습니다.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를 치료 중인 서울의료원에서도 에크모 치료를 1회 시도했으나 실패해서 초기 사망자가 발생했죠. 제가 알기로는 서울의료원에서 처음으로 호흡 기능 상실 환자에게 에크모 치료를 시도했다 실패한 것입니다.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 나올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프레시안 :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의사 L : 안타깝게도 상황이 그렇습니다. 이미 몇몇 지방 병원은 음압 병실도 부족하고, 의료진도 부족해서 중증 환자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서울로 환자를 이송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한 대로 에크모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프레시안 : 위에서 열거한 병원이 있지 않습니까?

의사 L : 이미 환자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충남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정도를 제외하면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다른 민간 병원은 메르스 치료 지정 병원이 아닙니다. 이들 병원은 앞으로 발생하는 중증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없죠.

프레시안 : 정부는 일반 시민이 메르스 감염 걱정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민 안심 병원 명단을 오늘(12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의사 L :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00명이 넘는 메르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메르스 안심 병원을 지정하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 에크모 치료가 가능한 병원 등을 중심으로 중증 메르스 환자 치료 센터를 지정하는 것이죠. 일의 우선순위가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걱정됩니다.

프레시안 : 정부는 다음 주면 확진 환자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사 L : 기대대로 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켜봐야죠.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 100명이 넘는 확진 환자 가운데 계속해서 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호흡 기능 상실로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이들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면 에크모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까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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