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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네오콘의 폭주, 美 국민은 막을 수 없다"

[주간 프레시안 뷰] 미국 경제 실체 드러나면 네오콘도 몰락

이번 주는 지난주에 이어 미국 제국주의의 실상에 관한 폴 크레이그 로버츠의 강연을 소개합니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에서 재무부 경제정책 담당 차관보를 지냈고 <월 스트리트 저널> 편집부국장을 역임한 로버츠는 지난 주 강연에서 탈냉전 이후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네오콘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세계 대전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재 미국 내에는 네오콘의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시민적 저항이 사실상 분쇄된 상태라고 말합니다. 9.11테러를 빌미로 시민들에 대한 불법 도감청과 불법 연행, 나아가 불법적 살해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경찰국가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은 평화를 염원하는 미국 시민 및 병사들의 반전 데모로 종식시킬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러한 시민의 저항이 매우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네오콘의 제국주의적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힘이 미국 안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 등 미국의 비판적 지성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 시민들의 각성과 저항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로버츠는 이제는 그러한 미국 시민들의 각성과 저항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네오콘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제어장치는 미국 경제(의 파산)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으로부터 독자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들이 달러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에 포획돼 있는 현재로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봅니다.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인 중국 등은 자신의 보유 달러를 미국 정부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세계 금융체제의 근간인 달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죠. 실물경제가 형편없는 미국이 방위비 등을 펑펑 쓰면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비결은 세계 다른 나라들이 자신의 외환(달러) 자산을 미국에 빌려줄 수밖에 없는 달러 체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달러 체제가 무너질 경우 파산할 수밖에 없는 모래성에 불과하지만,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기루와도 같은 미국 경제가 계속된다면 네오콘의 폭주도 중단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네오콘의 폭주를 막으려면 (미국 달러 체제를 지탱해주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 및 중국, 러시아 등이 (금융 체제 측면에서) 독자적 노선을(즉 미국의 이익이 아닌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중국과 러시아가 유럽 금융위기 이후 긴축의 고통을 겪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할 것을 그는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강요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의 독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는 중국, 러시아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의 달러체제에 타격을 가할 것, 그리고 미국의 우방국인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 노선을 추구할 것을(예컨대 우크라이나사태와 관련해 소모적인 군사 대결을 할 것이 아니라 평화적 해결 방안을 추구)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국민 스스로 네오콘의 폭주를 막아낼 가능성이 없기에 이제는 다른 모든 나라들이 자주적 노선을 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나 사전 통고도 없이 우리 땅에 무시무시한 탄저균과 보툴리눔 등을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폭주를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이를 막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세계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반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길이이라는 점을 로버츠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강연 제목은 "미국 헤게모니: 국제 질서에 대한 네오콘의 위협(The American Hegemony: The Neoconservative Threat to International Order)"으로 원문은 미국의 진보 언론 <카운터펀치>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국가가 된 미국, 시민적 저항이 분쇄되다

여러분, 어제 강연에서 저는 네오콘 이데올로기가 국제 질서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오늘은 네오콘 정책에 대한 미 국민들의 내부적 저항, 또는 경제적 장애 요인은 없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9.11은 중동지역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워싱턴이 예방전쟁을 시작하는 빌미가 됐습니다. 또한 미국이 경찰국가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의 헌법, 그리고 헌법이 보호해야 할 민권은 전쟁국가가 돼버린 행정부의 권력 남용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고 있습니다.

9.11 이전에 마련됐음이 분명한 애국법(PATRIOT Act)을 비롯한 새로운 법들과 행정명령, 대통령명령, 그리고 법무부 각서 등이 행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으며 행정부는 미국의 헌법은 물론이고 국내법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미국의 국민들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무기한 구금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영장 없는 구금의 금지라는 헌법적 권리를 규정한 인신 구속 영장(Habeas Corpus) 제도는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또한 고문에 의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도 박탈됐습니다. 이는 고문 금지를 규정한 국내법 및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미국 및 동맹국의 국민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전화 통화와 이메일을 감시당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정당한 법 절차 없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국민을 암살하는 불법 행위까지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는 부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경찰국가화는 국토방위부라는 거대한 신설 부서에 의해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토방위부의 출범과 함께 공익제보자 보호, 언론출판의 자유, 저항권 등이 공격당하고 위축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토방위부 장관은 국토방위부의 역할이 (외국의) 무슬림 테러리스트 색출 및 제거에서 "국내 과격분자" 색출로 옮겨졌다고 선언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국내 과격분자"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를 뿐입니다. 누구라도 과격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전쟁 반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집이 압수 수색되고 이들을 단죄할 대배심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랍 출신의 미국 시민으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돕는 자선단체에-국무부가 자선단체로 공식 인정한 단체입니다-기부금을 낸 사람이 "테러 단체에 물질적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힙니다.

이처럼 경찰의 폭력을 비롯한 미국 정부의 과도한 단속이 전쟁 반대와 민권 회복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 정부가 시작한 베트남전쟁은 미국 시민들과 병사들의 점증하는 저항에 의해 결국 종식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 협박과 공갈, (비행 금지 리스트에 의한) 이동의 자유 박탈, 이유 없는 해고 등 (법과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불법적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시민적 저항은 정부의 억압에 의해 철저히 봉쇄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언론과 의회, 그리고 사법부의 감시와 제약을 받지 않는 행정부 독재 국가로 재탄생했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불법적 행태는 미국의 긴밀한 우방국가(종속 국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으로도 번져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법적 의무를 무시한 채 법 테두리 바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이익집단, 미국 정부를 장악하다

일자리의 해외 유출이 미국의 산업 및 제조업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노조의 몰락 및 이들에 대한 지속적 공격으로 말미암아 민주당의 재정 기반은 공화당과 별 다를 바 없이 민간 이익 단체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같은 이익단체에 봉사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군사/정보복합체, 이스라엘 로비, (카길, 몬산토 등) 대형 농업기업, 그리고 석유, 광산, 목재 등 자원추출산업이 정권을 좌지우지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들 강력한 이익집단들은 세계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 유지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들 강력한 이익집단들이 미국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헤게모니의 결정적 급소는 미국 경제의 상황입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덕택에 현재까지 미국은 자본의 안전한 도피처라는 허구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주가 지수도 올라가며 금리는 내려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 정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국 가구당 소득의 실질 중간값은 수년째 증가하지 않았으며 1970년대 초반 수준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 6년간 실질 소매 매출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노동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2007년 이후 인구 대비 민간 부문 노동 인구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공식 실업률 5.7%는 구직 포기자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입니다(구직 포기자란 일자리 찾기를 단념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단기간(1년 이내) 구직 포기자를 포함한 또 다른 공식 실업률은 11.2%에 이릅니다만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1994년부터 장기 구직 포기자(1년 이상 구직 포기)를 실업률 통계에 잡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장기 구직자를 통계에 넣는다면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23.2%에 이릅니다.

미국 기업들이 제조업,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부문의 전문직 기술자들을 해외에서 충당함으로써 미국의 중산층은 급속하고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산층은 해외로 이전한 일자리들에 맞먹는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자리를 아시아로 옮기는 데 따른 인건비 절약에 의해 대기업의 이윤을 늘어났고, 경영진의 성과급 및 주주들의 배당금도 크게 늘었습니다. 즉 미국의 모든 근로 소득 및 자본 이득이 극소수 최상층부에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층 및 중산층의 궁핍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억만장자들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의 대학 졸업생들은 자신들이 어렸을 때 살았던 부모님의 집과 같은 주택을 장만할 경제적 능력이 없습니다. 이들은 시간제 웨이트리스와 바텐더 등 독립적 생존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릴 경제적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됨에 따라 주택 건설, 가구, 가전 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나마 자동차가 팔리는 이유는 차 값 전액을 6년간 대출해주는 금융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온갖 종류의 유가증권을 개발해내 어수룩한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합니다. 2007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주택담보부 대출의 행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2008년의 대침체를 초래했던 원인들, 그리고 대침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 중 단 한 가지도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정책결정자들은 그저 부채와 통화발행을 늘림으로써 문제를 호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미국의 통화량과 부채는 너무도 엄청나게 늘어났기에 과연 미국 달러의 현재 가치가 적정한가, 그리고 미국 정부가 부채 상환 능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7월 8일 저와 제 동료들은 미국의 정부 부채가 GDP 대비 185%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경제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네오콘은 몰락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GDP 대비 정부 부채가 미국보다 훨씬 낮은 러시아의 신용 등급이 강등돼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GDP 대비 국채 비중이 훨씬 높은) 미국의 신용 등급이 낮춰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 해답은 러시아의 신용 등급 강등은 미국의 헤게모니 유지를 위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것입니다.

▲ ⓒ로이터=뉴시스

현재 미국의 경제는 카드로 만들어진 성채와도 같습니다. 주식시장도, 금리도, 고평가된 달러의 가치도, 그리고 저평가된 금의 달러 가격도 모두 사기에 의한 것입니다. 현재 서방의 금융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세계 다른 나라들이 미국 달러를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이러한 동화 같은 이야기와 정치적 사기극이 과연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까요?

현재 모든 나라들에 만연해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사실 러시아와 중국도 여기에 포획돼 있죠-의 문제점은 이것이 미국의 경제적 제국주의, 이른바 세계지배주의(Globalism)를 위한 도구라는 점입니다. 워싱턴의 사냥감이 된 나라들이 미국 지배엘리트가 신봉하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집착하는 한, 구제 불능의 처지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바로 불안정화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빠진)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재정지원을 해준다면 이들 국가들은 유럽연합과 나토의 세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워싱턴의 세계 제국은 해체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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