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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vs. 중러, 고래 틈에 낀 한국 생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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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vs. 중러, 고래 틈에 낀 한국 생존법은?

[평화통일시민강좌] <2> 남문희 <시사인> 한반도 전문기자

2015년은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2000년의 한반도는 남과 북 사이에 화해와 교류협력, 평화의 기운이 넘쳐났으며 통일논의가 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후 남북 당국과 민간 교류는 대부분 단절됐고 남북관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분단 70년, 광복 70년,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다시금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나아가 통일을 모색하기 위해 '평화통일시민행동'에서 '평화통일시민강좌'를 마련했습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모두 6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순서로 지난 5월 23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급변하는 동북아, 미·일 동맹과 북·중·러 사이에 낀 한국 외교'를 주제로 한 남문희 <시사인> 한반도 전문기자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 강연에서 남 기자는 최근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신(新)방위협력지침을 살펴보고, 향후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남 기자는 현재 동북아 정세에 미국이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고 일본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혀주고 있고, 또 중국이 S-400 미사일을 도입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견제가 강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동북아의 군비가 확충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가 됐다는 것이 남 기자의 설명입니다.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이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남한이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반도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음은 강연 주요 내용입니다.


1. 미·일 신(新)방위협력지침이란 무엇인가

미·일 신 방위협력지침은 '가이드라인'(Guideline)으로도 불린다.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이런저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역할분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지침을 만들면 일본 내에서 관련 법제가 바뀌게 되기 때문에 8월까지는 좀 지켜봐야 하지만, 이미 전체적인 윤곽은 나왔다. 일본 언론에서는 8가지의 포인트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게 네 가지인 것 같다.

먼저 미·일 군 간에 작전조정메커니즘이 '그레이존'(Gray zone, 어느 세력권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중간지대)을 포함해 평시부터 이용 가능하게 됐다. 과거 그레이존에 대한 규정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명시됐다.

둘째, 일본의 평화에 중요한 영향이 있는 사태(중요 영향 사태)에 대해서 일본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이전 가이드라인에 비해 바뀐 부분으로, 미·일 동맹이 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 일본에 대한 도서방위(주로 센카쿠열도·尖角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서 미·일 협력을 명기했다. 그동안 구두상으로는 얘기되었지만, 미국의 협력을 명기한 것은 처음이다.

넷째,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존립 위기 사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존립 위기 사태 시에 자위대가 시레인(sea lane, 해상 교통로)에서 기뢰제거 등의 해상작전을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이 존립사태에 대해서는 이후 다시 설명하겠다.

주목해야 할 부분을 제시했지만 이것들만 봐서는 뭐가 중요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우선 과거 미·일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특히 지난해 7월 1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해석변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 남문희 <시사인> 한반도 전문기자 ⓒ평화통일시민행동

미·일 간 가이드라인은 이번의 것을 포함해 3차례 작성되었다. 1차 가이드라인은 1978년 냉전 시절 소련이 일본을 공격할 경우 미군과 자위대가 어떻게 역할분담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이었다. 이때를 '일본 유사'라고 했다. 2차 가이드라인은 소련 붕괴 후 1997년에 작성되었고 이때는 '한반도 유사'라고 했다. 즉, 한반도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이었고, '주변 사태'라고도 불렀다. 이 2차 가이드라인까지만 해도 일본군이 해외에 파견되고 무력행사를 하는 것은 금지돼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체결된 3차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 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정부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을 변경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1, 2차 때는 미국이 요청했는데 3차 때는 일본이 요청해서 작성된 것이다. 이미 2013년 12월 미·일 간 '2+2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내용을 변경해야 하는데 그에 따라 미·일 간 역할분담이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집단적 자위권 관련해서 작년에 해석변경이 있었고, 이를 현실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 체결의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정부 이전 일본 정부는 헌법 9조의 제약 아래에서 야당과 혁신세력의 견제 등을 의식해 자위대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가해왔었다. 첫째, 헌법 9조 정신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해외파병을 하지 않고, 무력행사도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일본은 미국이 해외에서 벌이는 전쟁, 즉 아프간이나 이라크 전쟁 등에 자위대 파견 압력을 종종 받아왔다. 이 경우에도 두 개의 '하도메'(제동장치)를 두었다. 1) 무력 행사를 하지 않고, 후방지원만 하며, 2) 파병하더라도 전장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아베 정권은 바로 이런 두 개의 제한을 풀고 자위대의 무제한 해외파병을 시도했다. 그런데 중대한 착오가 발생했다고 한다. 바로 2013년 12월 특정비밀보호법이 전격 통과되면서 일본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며 크게 반발했고, 이와 더불어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견제도 시작됐다. 그러자 연립에 참여한 공명당이 동요하기 시작해 집단적 자위권의 무제한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이 해외에서 벌이는 전쟁 중에 그 전쟁을 방치하면 일본의 존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만(존립사태) 자위대가 미국과 더불어 무력행사에 참여한다는 식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제한을 가한다. '한정행사론'인데, 무력 행사에는 한정을 가했지만 후방 지원의 경우에는 과거와 같은 제한을 풀어버렸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벌이는 전장이면 어디든 자위대가 후방지원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때 결정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미국의 확실한 지원을 약속받고 싶은 아베의 열망이 깔려 있다. 최근까지 일본은 중·일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미국이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처음으로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5조의 적용대상이라고 말했고, 아베는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미국이 같이 싸워주려면 일본도 피를 흘려야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일본이 전 세계 전장에서 미국과 같이 피를 흘리겠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번 3차 가이드라인 체결로 미국은 자국의 전쟁에 일본자위대의 파병 및 후방지원을 확보하게 되었고, 일본은 자위대의 파병범위 확대 뿐 아니라 센카쿠 열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약속받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전쟁 중 일본의 존립에 영향을 받는 경우라고 판단되면 자위대가 미국과 같이 싸울 수도 있게 되었다.

2.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존립사태'조항이다. 존립사태와 관련하여 제도권 언론에서는 존립사태 시 일본이 한반도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일본이 우리 정부의 동의를 받는 것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진보성향의 언론이나 분석가들은 전통적인 분석 틀에 근거하여 지침 체결과 존립사태를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 뉴욕에서 열린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맞잡은 양국 외교·국방 장관. 왼쪽부터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AP=연합뉴스


대체로 이번 방위협력지침 개정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전략에 자위대가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유사시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미군과 자위대에 의한 대북 선제 핵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를 하기도 한다. 물론 지난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이후 매년 미국이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고 실제로 2013년 4월 북·미 간에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가 중국이 말려서 중단됐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3차 방위협력지침 개정안의 존립사태라는 것이 과연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북한 간의 충돌만을 상정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바로 직전의 2차 가이드라인까지만 해도 일본은 이런 한반도 사태를 '주변 사태'라고 정의해왔고, 이런 주변 사태 발생 시에는 일본의 영역 안에서 후방 지원만 하는 것으로 정의해왔다. 후방 지원도 탄약의 보급이나 공중 급유는 안된다고 엄격하게 제한을 가해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주변 사태가 일본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태로 격상이 된 것인가? 그렇게 되려면 뭔가 정세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최근 미국이 사드와 관련해서 보이는 행동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왜 갑자기 미국과 일본이 서두르는가?

무엇이 바뀌었는가?

<연합뉴스>는 지난 4월 16일 "'사드반대' 중국에 러시아 첨단 방공미사일 배치 임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2007년부터 러시아군이 실전 배치했던 S-400 미사일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S-400미사일은 지대공 미사일로 사거리가 400km, 사격 고도는 40km에 달하고, 적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공중 요격할 수 있다.

중국이 이 미사일에 대해 구매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왜 중요한가? 기사에 이렇게 나와 있다. "중국군은 이 미사일이 배치되면 영공 방어뿐 아니라 중일 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 방어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언론은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중국이 사드 배치는 반대하면서 자기네들은 그것과 유사한 S-400을 구매해도 되는가'라고 비판하고 끝냈다. 당연히 중국이 이 미사일을 구매한다는 것이 동북아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분석은 없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이미 이것을 주목해왔다. 중국이 S-400을 배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일본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센카쿠지역이다. 센카쿠를 둘러싼 중·일 간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벌어지게 될 모습을 놓고 보면 그것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센카쿠 방어에 있어 일본이 상정한 시나리오가 있다. 우선 중국 어선들이 떼로 몰려오거나 하면, '그레이존'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센카쿠 열도가 분쟁지역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에는 양측 다 해양경찰 병력이 출동하고 그다음 공군과 해군 병력이 출동한다.

▲ 센카쿠 해역 일대에서 대치하고 있는 중국 해양감시선(아래)과 일본의 해안경비선 ⓒAP=연합뉴스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나 공중전이 시작됐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전력으로는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현대전은 조기경보통제기의 성능 싸움이라고 한다. 일본의 조기경보통제기인 E-767이 중국의 KJ-2000에 비해 여러모로 앞서 있다. 일본은 중국 전투기 J-10의 발진 여부와 위치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 이를 데이터링크시스템, 즉 통제기에서 직접 전투기로 정보를 전송할 수 있지만, 중국 측은 통제기에서 지상관제소를 통해야 전투기로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공중전에서 1, 2초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일본의 조기경보통제기인 E-767의 탐지거리가 800km인데 비해, 중국 측의 KJ-2000은 고작 400km만 감시할 수 있다. 이처럼 제공권의 우위가 제해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은 대응수단으로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 항공모함 잡는 미사일인 둥펑-21D. DH-10 순항미사일 등이 연안 지역과 구축함, 잠수함 등에 배치됐다가 유사시 일본 열도 및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은 적 기지 공격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응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속수무책이 된다.

이때 미군이 등장한다. 중요한 순간 미군이 보유한 오하이오 급 잠수함을 개량한 4대의 특수 전략 핵 잠수함이 중국 연안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초토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154대의 순항미사일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의 기존 S-300 미사일로는 방어가 어렵다. 이 잠수함들은 평소엔 오키나와 남단에 대기하고 있다가, 중국의 접근저지전략(A2/AD)을 감안하여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중국 근해 바깥에서 중국 연안에 있는 미사일기지를 공격한다.

그런데 S-400이 배치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국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순항미사일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중국이 S-400을 들여오는 순간 중국과 미·일 동맹의 최종 결전이 중국이 주도하는 판세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봤을 때 완전히 새로운 군사정세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다. 바로 중국의 S-400 방공망에 두 개의 구멍이 존재한다. 그 하나가 한국 오산의 주한 미 공군기지에서 중국 베이징(北京)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가 미국 오하이오 급 잠수함이 서해로 진입해 베이징을 겨냥하는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중국으로서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취임 후 북한 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등 한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일본 입장에서 '중국 방공망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남 얘기 하듯이 말하고 있는데 한국은 중국 방공망의 키를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의 목줄도 쥐고 있다.

사드배치와 미일 신(新)안보협력지침

한국과 미국본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사드 배치의 명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좋은 분석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사드 시스템이 '일본 방어용'임을 전제하고 설명을 하겠다. 앞서 설명했듯이 변화된 정세, 즉 남중국해가 아닌 동중국해 혹은 서해로 중·일 전쟁의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미국이 일본을 돕기 위해 오산에서 미사일을 쏘고 서해에서 미사일을 쏘게 될 경우, 중국입장에서 제1의 타깃은 한반도이다.

그다음 존립사태 역시 S-400 방공 미사일의 등장 이후 벌어지는 전장의 양상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미국 잠수함이 제1열도선 바깥이 아니라 한국 영해인 서해로 침투해 중국 베이징을 공격하는 경우다. 즉 센카쿠의 분쟁이 서해 분쟁으로 옮겨붙을 경우 '미군의 전쟁 중에 이를 방치하면 일본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일본 자위대는 기뢰 제거, 탄도미사일 방위, 민간선박의 호위와 강제적인 정선검사 등으로 미군을 돕는다. 특히 존립사태 시 해상수송로에서의 기뢰제거가 새로운 지침에 들어간 것도 바로 중국과 해상 분쟁을 염두에 둔 설정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가 십자포화의 한가운데 서게 되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 상정하듯이 남북 간, 북·미 간의 국지전 전면전이 문제가 아니라 중·일 간 내지는 중국과 미·일 동맹 간 전쟁에 우리가 휘말려 들어갈 위험이 지극히 높아진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주변국의 의지대로 다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3.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남문희 <시사인> 한반도 전문기자 ⓒ평화통일시민행동
우리 영해에 대한 확고한 통제권을 확립해야 하고 우리 땅에서 우리 의사와 상관없는 어떤 전쟁도 안 된다고 확고하게 선언해야 한다. 또한 사드배치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미국한테 따져야 한다. 사드는 원칙적으로 배치해서는 안 된다. 만약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1) 배치비용 지불 절대 불가(오히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상황)를 천명해야 한다. 2) 일본으로부터 독도,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를 확실히 해결한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이 하나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스캇 스나이더가 얼마 전 나와 같은 주장을 했다. 최근 출간한 책에서 일본한테 독도영유권 주장 포기하고, 위안부 문제를 금전적으로 배상하며, 한국과 더 이상 전쟁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조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미국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하원 외교위원장) 의원이 한국 교민들한테 '독도는 한국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 존 케리 국무장관이 '위안부 문제의 주체는 일본 정부다'라고 말한 것 등 역시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이 이런 변화된 정세 하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 일본 측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한반도는 늘 근대사에서 세계적 변화의 진앙지였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 등 세계의 변화가 여기에서 시작했다. 청·일 전쟁 결과 중화 체제가 무너졌고, 러·일 전쟁 결과 차르 체제가 무너졌으며 러시아혁명도 발생했다. 문제는 한 번도 우리가 주역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청·일 전쟁 120년이 지난 이때를 동북아를 평화와 화해의 진원지로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유력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남북관계이다.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적대가 큰 문제였다. 그러나 갈수록 일본하고 적대가 더 커지고 있다. 북한과 적대는 냉전 시대의 유물로 이념적인 측면이 크지만, 이념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고 역사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역사의 시대는 민족 간의 문제이다. 해방 후 70년간 독도,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업보가 이제 현실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베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가 남북 간의 접점을 만들어 주고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서 남북 간 공동 전선을 고민해야 된다. 최근 박한식 교수가 북한을 다녀온 뒤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에 대해 남-북-중이 공동대처를 하자고 말했는데, 이를 북한이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북한 쪽에서 박 교수에게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북한은 지금 당장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외 교류협력에서 큰 성과를 내는 것도 없고, 특구 사업도 거의 개점 휴업상태다. 내부에서는 박봉주 총리 중심으로 농업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핵과 미사일 능력만 높이고 있다. 물론 북한은 핵 동결 시점까지는 몸값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외국의 직접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

북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고, 그 대안으로 베트남식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베트남식 모델의 핵심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이지만, 결국 외국 자본의 직접 투자 유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엠바고 해제와 IMF와의 협상 그리고 미국과의 최혜국 대우(MFN) 협상 등의 관문이 도사리고 있다. 베트남이 이 관문을 돌파할 때 도와준 것이 바로 아시아 주변국의 투자였고, 특히 한국 자본이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있을 북·미 협상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도움이 북한에게 절실해질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즉 북·미 협상은 구조적으로 남북관계 화해 및 한국 자본의 북한 진출과 연동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바로 그 시점에 남북한 모두에 한 번의 결정적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부터 그때를 대비해 남북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슈에서부터 접근하면서 거리를 좁히고 미래를 위한 구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 오는 6일(토) 오후 3시, 서울 시민청 워크숍홀에서 '오월에서 통일로-민주주의와 통일의 함수관계'를 주제로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의 세 번째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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