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이 '언론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 이제 2년이 됐다. 초기에는 정식 명칭도 헷갈렸고, 한동안 '조합원'이라는 말 자체가 입에 붙지 않았다. 기자와 회원에서 직원조합원과 소비자조합원으로 바뀌었고, 그저 한 인터넷언론의 독자가 '협동조합 대의원'이란 것도 하게 됐다. 자동적으로 대의원이 되는 직원조합원과 달리, 스스로 선택해서 대의원이 되는 소비자조합원은 가까스로 법적 정원을 채울 수 있었다. 평생 기자 한 번 만난 적 없던 이들 앞에 직원조합원들이 나서서 자기소개를 했고, 어색하게 서로 인사를 한 다음에도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지 잘 몰랐다. 소비자조합원은 물론이고 직원조합원들 역시 언론협동조합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하는 언론협동조합의 모습이 다 달랐다. 어떤 이는 '언론'과 '협동조합' 중에 언론을 강조했고, 다른 이는 협동조합에 더 주목했다. 다 같이 프레시안을 위해 모였는데 누구는 언론의 후원자였고, 또 누군가는 언론사 사주로서 와있었다. 사실,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가 후원자일 뿐만 아니라 조합의 주인이라는 걸 알고, 프레시안이 원래 언론이지만 동시에 협동조합이라는 것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어느 한 쪽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조합원 각자가 다 주인인 만큼 양면성을 지니고 있고 또 둘 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셈이다. 서로 조합원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젠 꽤 익숙해졌으며, 기자들과 만나는 게 그렇게 낯설지 않다. 소비자조합원과 대화할 때 좀 방어적이었던 직원조합원들도 요즘은 한결 편안해졌고, 아직까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각종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합원의 수도 예전보다는 늘었다.
최근에 프레시안은 협동조합법 개정으로 대의원의 수를 대폭 늘려야 했다. 직원조합원들은 이미 다 대의원이었기 때문에, 늘어나는 대의원 수는 모두 소비자조합원들이 채울 수밖에 없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대의원의 수가 무려 3배나 더 늘어나야 했는데, 가까스로 정원을 채웠던 2년 전과 비교해서 전체 조합원이 그만큼 증가하지는 않았으므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필요 인원보다 더 많은 조합원들이 대의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직원조합원들도 대의원 모집에 두 발 벗고 나섰으며, 지난 2년 동안 서로 가까워진 조합원들의 독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25명 중 1명이 대의원으로 나서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죽하면 기존 대의원들도 미달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는데, 요즘처럼 다들 어려운 시기에 독립언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일어선 것이다.
프레시안의 지난 2년은 마치 짐 정리가 되지 않은 집과 같았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불편했고, 누군가를 초대하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이웃주민들은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집 자체를 의심의 눈길로 쳐다봤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저기 자꾸 부딪히면서도 정리를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2015년 6월 새 가족을 맞이할 공간을 마련했다. 비록 짐 정리가 완전히 다 끝난 건 아니지만, 프레시안 조합원들은 이제 짐을 어떻게 피해서 청소를 하면 되는지를 터득했다. 언론협동조합이라는 집이 그리 넓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언론을 원하는 새로운 조합원들을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초대한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진정한 도약은 바로 지금부터다. (조합원 가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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