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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기생충'은 이제 '숙주 정치'를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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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기생충'은 이제 '숙주 정치'를 끝내라!

[기자의 눈] 당 쇄신에 나설 마지막 기회다

당 내에 리더 그룹이 없다. 김대중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문재인에게 바랄 순 없다. 다른 대선 주자급 인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정치인 본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더 이상 김대중같은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사회, 정치, 문화의 변화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 혹은 '리더 그룹'은 존재해야 한다. 야당에겐 더욱 그렇다. '계파 싸움'은 본래 여당의 것이다. 이권이 있고, 자리가 있을 때 계파 싸움이 된다. 갖고 있는 권력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 없는 야당은 '노선 싸움'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내가, 우리가 정권 탈환의 적임자라는, '뚝심 싸움'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다. 여당이 노선 싸움을 하고 있고, 야당이 계파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새누리당의 대권 3연승 전망은 밝다.

계파를 타파하는 방법은 딱 하나 있다. 피다. 인적 쇄신. 지저분한 다툼의 끈을 자르기 위해서는 계파 수장들이 물러나야 한다. 시쳇말로 '물갈이'라 표현해도 좋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영선은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이 혁신이라고 했다. 문재인 옆에서 대선 실패를 지켜본 윤여준은 "혁신은 피를 흘리는 것"이라고 했다.

지리멸렬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권 다툼에 모두가 지쳤다. 실체도 없는 계파가 당을 죽이고 있다. 문재인을 옹호하면 민평련도 친노 소리 듣고, 호남 의원도 친노 소리 듣는다. 이건 그 자체로 유령이다. 이대로 가면 혁신 할아버지라도 필패다.

새로운 계파가 필요하다. 새로운 계파는 기존 계파와 달라야 한다. 가치로 뭉친 계파여야 하고, '상명하복'이 아닌 '동지애'가 우선돼야 하며, 노선 투쟁을 통해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탈바꿈시킬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한번도 스스로 계파·세력이 되지 못한 '486 그룹'에게 하는 얘기다.

486, 넌 누구냐?

새정치민주연합 안에 몸담고 있는 486 그룹은, 지금 의미 있는 정치 집단으로 존재하고 있나? 아니다.

심한 말로 '숙주 정치'라는 표현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 지인은 '동교동 좀비'에 빗대 '486 기생충'이라는 심한 말도 마다하지 않는다. 계파 수장을 설정하고, 그들이 당권을 쥐는 것을 돕고, 그 당권의 일부를 받는 행태 때문이다. 그러다 그 계파 수장이 별 볼 일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집어던지고 다른 계파 수장에게 줄을 선다. 그간 486 정치인들이 보여왔던 모습이다.

'숙주 정치', '486 기생충' 아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에 이런 말이 유통되지 않는다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486 그룹의 정치 입문은 선배들을 통한 '추천'의 형태였다. 그들 스스로 투쟁해서 얻어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혈'이었다. 2000년 김대중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에 전대협 출신 이인영, 우상호, 임종석, 오영식 등이 '영입'된 것을 기점으로 당시 '386 그룹'의 정치는 본격화됐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그들의 영입은 당시 기라성같은 계파 수장의, 갓 창당한 신생 정당의 '이미지 메이킹'에 기여했을 뿐이었다. 정당 혁신의 이미지 도구였다.

486 그룹의 정치 참여는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을 거치면서 만개했다.
이는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을 자극시켰다. '늙은 정당' 소리를 듣던 한나라당도 젊은 정치인, 486 정치인을 영입했다. 그런데 그렇게 여권에 영입된 '짝퉁 486'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징검다리로, 대권을 넘보고 있다.

지금 야권의 '원조 486'은 지리멸렬하다. 주체적인 세력, 혹은 그룹으로 당을 주도하지 못하고, 계파 수장들의 손발이 되거나, 그들의 참모로 만족했다. 한 정치인이 뜨면, 그들은 그 정치인에게 봉사했다. 또 다른 정치인이 뜨면, 그들은 또 다른 정치인에게 봉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가장 강력한 계파로 꼽혔던 '정세균계'를 보자. 이명박 정부 초반, '분열의 열린우리당 체제'를 벗어나고자 허용했던 정세균 대표의 '장기 집권'은, 강력한 계파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지금 정세균계에 누가 있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연배가 비슷하고, 민주화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다른 '486'은 '동지애'에서도 배제됐다. 총학 출신, 전대협 출신이 아니면 당내 '486 그룹'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이상한 문화가 존재했다. '비운동권' 출신의 한 486 정치인은, 그런 분위기를 놓고서 소외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2010년, 이인영이 한때 486의 깃발을 들고 배지도 없이 당내 경선에 출마, 야당 최고위원 직함을 따낸 적이 있다. 그것뿐이었다. 결과도 4위에 불과했다. 이인영을 돕던 '동지'들은 곧바로 복무하던 계파 수장의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 왜? 결국 공천권은 계파 수장들이 나눠가지니까. 지난 2.8 전당 대회도 마찬가지다. 그때 486 정치인들 50~60명이 힘을 모아 이인영을 당 대표로 만들었다면, 새정치민주연합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 이상의 충격파가 정치권 전체를 강타했을 것이다.

30대 당원은 혁신을 고민하는데 선배는 어디로 갔는가?

민주화의 주역으로 기득권의 축을 무너뜨린 486은 그 대가로 또 다른 기득권에게 인정받아 정치권에 무혈입성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주체적으로 서지 못했다. 잔치는 끝났고 어딘가 있는 제 신발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을 뿐이다. 혹시 1987년의 성취를 끝으로 은퇴 결심을 해버린 것인가?

그들도 지금 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30대 젊은 정치인들이 당의 혁신과, '정풍 운동' 방식을 고민한다고 한다. 이미 그들은 미약하나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선배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의 '정풍 운동'이든, 권노갑에 대든 김근태의 아찔한 패기든, 어떤 형태도 좋다.
김근태는 권노갑에게 받은 3000만 원 정치 자금을 스스로 폭로해 쇄신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김근태의 후배들이 김대중, 노무현의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30대, 40대 정치인들을 '수혈'해 오고 낡은 기득권과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 피가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04년 차떼기 파동 이후, 천막 당사를 이고 무계파 홍준표를 혁신위원장에 앉혀 자신에게 불리한 혁신안을 관철시켰던 박근혜의 사례를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한나라당은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내에 박근혜는, 홍준표는 있는가?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혁신위원장이 되었다. 이미 감동은 물건너 갔다. 임명 과정 자체가 신뢰와 지지를 깎아내렸다. 감동 없는 혁신위에 불을 지펴 넣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 불리하고 누구에게 유리하고를 떠나, 486 그룹이 중심이 돼 기득권을 타파하고, 당을 새롭게 바꿔 대통령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떤가? 그 시작은 인적 쇄신이고, 세대 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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