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2015년 4월 기사 심의에서 동아일보·매일경제·조선일보를 비롯한 전국 일간신문 기사 67건에 대해 경고(4건)와 주의(63건)를 줬다.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신문윤리실천요강 보도준칙인 '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과 '미확인인보도 명시 원칙', 편집지침인 '표제의 원칙'을 위반했고, <매일경제>도 '사실과 의견 구분'과 '표제의 원칙'을 위반해 기사와 제목 모두 '주의'를 받았다.
'從北·종북주의자의 백주 테러'…왜 '종북'인가?
이들 3개 신문의 기사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소식을 전한 3월 6일자 1면 스트레이트 기사로, 범행을 저지른 김기종씨가 북한과 관련돼 있거나 북한을 추종했을 가능성을 보도하며 큰 제목에 '종북' 또는 '종북주의자' 표현을 넣어 「從北, 한미동맹을 테러하다」(동아일보), 「종북주의자의 사상초유 美대사 백주 테러」(매일경제), 「韓美동맹 찌른 從北테러」(조선일보)로 각각 달았다.
신문윤리위는 '종북' 표현에 대해 "일반적으로 '북한 또는 북한 정권의 주장 등을 추종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용어"라며 "최근 언론의 '종북','종북주의','종북주의자'는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 북한과 가깝거나 북한을 추종한다며 비판할 때 주로 언급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들 기사의 '종북' 표현에 대해서는 "왜 '종북'인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종북'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신문윤리위의 판단이다.
전쟁훈련 중단·전작권 환수 요구가 종북?… "근거 없다"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김기종씨에 대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종북 성향 인사』로 기술하고, 『김씨는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씨의 발언을 보면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즉, 동아일보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요구, 김정일 분향소 설치, 유동렬 원장의 발언 등 3가지를 이유로 김씨를 '종북'으로 지칭했다.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종북으로 단정하기는 무리"라며 "객관적 사실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유동렬 원장이 김씨에 대해 『종북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한 근거로 그의 발언을 언급했지만, 정작 이 기사에는 김씨의 발언 내용이 소개된 것이 없다. 다만, 김씨가 준비한 유인물을 통해 "남북 대화를 가로막는 전쟁훈련을 중단하라. 전시작전통제권(OPCON)을 우리나라에 환수하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만 있다.
신문윤리위는 이에 대해 "전쟁훈련 중단'이나 '전시작전권 환수'와 같은 주장은 시민단체 등에 의해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던 것들이고, 그러한 주장을 했다고 '종북 성향'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도 없다"며 "따라서 유인물의 내용을 김씨의 발언으로 인정한다 해도 이 같은 주장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김씨를 '종북'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김씨가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고 신문윤리위는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6일 김씨가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고 브리핑에서 발표했지만 <뉴시스>는 김씨가 10일 변호인을 통해 이를 부인했고, 경찰도 13일 브리핑에서 '김씨가 분향소 설치 시도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로 번복했다고 보도했으며, 일부 언론도 같은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김씨가 주도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려 한 게 아니라 행사의 단순 참가자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기사에서『김씨가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고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이다. - 신문윤리위 결정문)
북한 8차례 방문했다고 '종북 성향'?…"근거 없다"
매일경제는 김씨를 『종북 성향의 문화단체 대표』,『종북주의자』로 표현했으나, 신뮨윤리위는 "김씨가 왜 종북인지를 설명해 줄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윤리위는 "『2006~2007년 8차례에 걸쳐 방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기술 외에는 김씨가 북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주는 내용이 없고, 게다가 북한을 8차례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김씨를 '종북 성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김씨를 '종북 성향'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했고, 편집자는 김씨를 '종북주의자'로 큰 제목을 달았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
사실 확인 노력도 않고 단정…기사 본문에도 없는 '從北'
조선일보는 「韓美동맹 찌른 從北테러」제목의 기사에서, 김씨에 대해 『친북 성향 인물』이라며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통일부 허가를 받아 8차례 방북했고, 2011년 12월 서울 덕수궁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세우려다 물의를 빚었다』고 보도했다. 즉, 조선일보는 '8차례 방북'과 '김정일 분향소'를 근거로 김씨를 '종북·친북'으로 표현한 셈이다.
신문윤리위는 그러나 "김씨가 8차례 방북했다는 사실을 들어 김씨를 친북 성향 인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김정일 분향소를 세우려다 물의를 빚었다』는 기사에 대해서도 "김씨가 주도적으로 설치하려 한 게 아니라 행사의 단순 참가자라는 것이 경찰 브리핑과 언론 보도를 통해 추후 확인된 바 있다"면서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마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인양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편집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사 본문에도 없는 '從北(종북)' 표현을 넣어 큰 제목을 달았다"며 기사와 제목 모두 '주의'를 줬다.
"주관적 의도나 편견에 따라 과장·왜곡"
신문윤리위는 이들 3개 신문의 기사와 제목에 대해 "주관적 의도나 편견에 따라 과장·왜곡됐다는 의심을 살 소지가 크고, 보도의 객관성과 신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주의' 이유를 밝혔다.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①(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②(미확인보도 명시 원칙),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을, 매일경제는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보도준칙」①(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 구분), 제10조「편집지침」①(표제의 원칙)을 각각 위반)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기사와 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현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운영규정' 9조는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윤리위원회는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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