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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은 얼마나 많이 던지고 있나?

[베이스볼 Lab.] 16년만에 규정이닝 불펜투수 탄생하나

매일 KBO리그 투수 기록 순위를 살펴볼 때면, 어제까지는 순위표에 있던 투수가 다음날에는 이름이 사라진 경우를 볼 수 있다. 바로 규정이닝 때문이다. 타자들에겐 규정타석이 있듯이, 투수들에겐 비슷한 개념의 규정이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투수가 평균자책점 등 비율 스탯의 순위에 들기 위해선 팀이 소화한 경기 수보다 많은 이닝을 던져야만 한다. 과거 투수 분업화 개념이 없던 시절에는 불펜 투수들도 종종 규정이닝을 채우곤 했으나, 현대 야구 개념이 정착된 이후엔 규정이닝을 채우는 불펜 투수는 멸종한 공룡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KBO리그에서 선발등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규정이닝을 채운 마지막 불펜투수는 1999년의 임창용이다. 당시 임창용은 71경기에 나와 무려 138.2이닝을 소화하며 ‘중무리’의 역할을 맡았고 당시 삼성의 휴대전화 모델이었던 ‘애니콜’은 그의 별명이 되었다. 당시 감독이었던 서정환을 검색하면 15년이 지난 지금도 ‘혹사’가 연관검색어로 나올 정도다.


그런데 올 시즌, 어쩌면 KBO리그에서 한동안 멸종됐던 ‘규정이닝 불펜투수’가 다시 등장할 지도 모른다. 한화 이글스의 새 수호신 권혁이 유력한 후보다. 한화 이글스가10일까지 치른 경기수는 33경기, 그리고 중간계투 겸 마무리로 활약중인 권혁은 현재 32이닝을 소화했다. 팀이 소화한 33경기 중 21경기 등판으로 63.6%의 경기에 출장했으며, 그 중 9경기(42.9%)에서 2이닝 이상을 투구하는 강행군이다. 이대로라면 약 27.3%의 확률로 화요일 밤부터 수요일 경기가 있기 전까지 권혁은 규정이닝 투수로 KBO 투수 순위에 이름을 다시 올리게 된다.


이런 무리한 기용에 대해서는 야구팬 사이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옹호하기도 한다. 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외부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문제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있다. 선수 본인이 원해서 등판하기 때문에 ‘착한 혹사’라는 궤변도 나온다. 보는 관점이 어느 쪽이든, 현재까지 권혁의 등판 형태가 혹사에 가깝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일단 여기서는 혹사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접어두고, 올 시즌 권혁이 얼마나 많이 던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 현재 KBO 리그에서 32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경기에 출장한 적이 있는 선수는 권혁과 롯데 박세웅 둘 뿐이다. 그나마도 박세웅이 불펜에서 나온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며, 연투를 하지도 않았다. 반면 권혁은 3일 연속으로 마운드에 오른 경우도 벌써 3회나 된다. 리그 3위에 올라있는 SK는 이번 시즌 내내 단 1회의 3연투가 있었을 뿐이었다.

* 권혁은 2013~2014 두 시즌에 걸쳐 71이닝을 소화했다. 권혁은 올 시즌 139.2이닝을 소화할 페이스인데 이는 권혁이 지난 3년 반에 걸쳐서 던졌던 이닝에 맞먹는다. 권혁이 데뷔이래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2004년의 81이닝인데 당시 권혁은 9경기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었다.

* 올해 528구의 투구수를 기록한 권혁은 앞으로 27개의 공을 더 던지게 되면 작년에 던진 총 투구수(554개)를 뛰어넘게 된다. 물론 지난 시즌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기에 이는 불공평한 비교일지도 모르겠지만, 투수에게 종전해보다 급격한 워크로드의 증가는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더 관리를 해야 하는 투수라는 점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이 추세라면 권혁은 이번 시즌 2304개의 공을 던질 기세다. 지난 시즌 배영수가 선발로 나와 던진 투구수가 총 2319구다. 시즌 중 한화에 새로운 구세주가 나타나 권혁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김성근 감독의 권혁 사랑이 멈추지 않는다면, 권혁은 웬만한 선발투수만큼의 공을 던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 KBO 리그에서는 2002년 이후부터 투구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2002시즌 이후, 선발등판 없이 230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과거엔 경기수가 더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기준을 2000개로 낮추더라도 역시 선발등판 없이 2000개 이상의 투구수를 기록한 투수는 없다.

* 대부분의 팀이 30경기 이상을 치른 메이저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팀이 30개나 되지만 권혁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권혁보다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릴리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선발등판 없이 불펜에서만 나와 가장 많은 공을 뿌린 투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앤서니 배스로 권혁보다 무려 167구가 적은 361개의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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